다시 시작된 러-우 ‘식량전쟁’

‘흑해곡물협정’ 파기 후 러측 항로 공격 격화
국제곡물가격, 한때 5개월 전 수준까지 회귀
유럽선 “취약 인구 희생해 이익 추구” 비판
러시아, 일단 협정 재개 협상 복귀 의사 보여

  • 입력 2023.08.03 19:45
  • 수정 2023.08.04 08:38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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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우크라이나 측이 공개한 이즈마일 항의 시설피해 현장. 러시아는 지난 2일 드론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주력 곡물반출지로 떠오른 이곳을 공격했다. 올렉산드르 쿠브라코프 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우크라이나 측이 공개한 이즈마일 항의 시설피해 현장. 러시아는 지난 2일 드론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주력 곡물반출지로 떠오른 이곳을 공격했다. 올렉산드르 쿠브라코프 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그간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의 해상 곡물 수출을 보장했던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흑해곡물협정’이 결국 연장되지 않으면서 곡물가격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지속적으로 하락했던 곡물가격은 일시적으로 5개월 전 수준까지 상승했다. 우크라이나의 대체항로에 대한 공격도 이어지는 까닭에 다시금 제분·사료의 가격이 오르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자국 곡물·비료 수출에 대한 제재 완화를 요구해 온 러시아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흑해곡물협정 연장에 동의하지 않았고, 협정은 결국 지난 7월 17일 효력이 종료됐다. 이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산 밀의 반출기지였던 흑해의 항구도시 ‘오데사’ 뿐만 아니라 다뉴브 강을 활용하는 대체 항구인 ‘이즈마일’ 등에도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즈마일 역시 오데사와 같이 영토 최남단 오데사주에 위치한 도시로, 흑해와 맞닿은 오데사와는 달리 우크라이나-루마니아 국경을 따라 흐르는 도나우 강 하류와 닿아있다. 흑해로 나가는 대신 여기서 곡물을 실어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루마니아의 영토로 접근할 수 있고, 루마니아의 항구 콘스탄차 항을 통해 다시 흑해로 나아갈 수 있다. 흑해 협정이 중단된 이후 이즈마일은 강 하구에 위치한 또 다른 도시 ‘레니’의 항만과 함께 우크라이나가 흑해로 곡물을 내보낼 수 있는 유이한 창구가 됐다.

우크라이나는 협정이 종료될 경우 이 경로를 통해 매달 최대 400만톤에 이르는 곡물을 수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1년 동안 해상경로를 통해 반출된 곡물의 양이 3,300만톤인 것을 생각하면, 올해 늘어난 생산량까지도 충분히 대체가 가능한 수송량이다.

그러나 이 대체 항로를 그냥 두지 않았던 러시아의 공격으로 상황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지난 2일 러시아는 이즈마일 항을 드론으로 공격해 항만과 저장 곡물 일부를 손상시켰다. 올렉산드르 쿠브라코프 우크라이나 인프라부 장관은 2일 “지난 밤 러시아의 드론 공격으로 항만과 아프리카·중국·이스라엘로 향할 4만톤에 이르는 곡물이 손상됐다”고 밝혔다. 쿠브라코프 장관은 “러시아는 오늘날 세계 식량안보의 기반이 된 이 항구를 파괴했다”라며 “우크라이나 곡물은 현재 세계에 필수적이며 향후 몇 년은 어떤 나라도 우리를 대체할 수 없기에, 앞으로 곡물 부족 및 가격 상승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체 항로에 대한 공격까지 본격화되자 유럽은 크게 반발했다. 안느-클레르 르장드르 프랑스 외교부 대변인은 “농산물 값을 올리고 경쟁자의 수출을 막고 있는 러시아는 (아프리카·중동 등의)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5일 흑해곡물협정의 파기와 인도 등 아시아 지역의 수출 제한의 여파로 국제 곡물가격이 15%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협정 파기 여파에 따라 국제 밀 가격은 지난 7월 25일 부셸 당 7.7달러 수준까지 올랐는데, 이는 지난 봄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었다. 3일 현재는 다시 협정 파기 직전 수준인 6.4달러 수준까지 내려왔는데, 현재 재고가 쌓인 러시아산 밀 대비 유럽·미국산 밀의 가격이 워낙 비싸 가격저항이 심한 데다 러시아 측이 튀르키예의 중재에 응해 협상에 다시 나서겠단 반응을 보이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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