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개발로 사라져가는 농지, 위협받는 식량주권

경실련, 농지소멸 막기 위한 정부 역할 촉구하며 농지 보전방안 제시
2017~2021년 서울시 1.4배 면적 농지가 개발 목적 전용으로 소멸

  • 입력 2023.07.26 15:10
  • 수정 2023.07.26 20:44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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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6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산업단지 등 농지소멸 주요원인 정리 및 개선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농지소멸 막아내자', '농지보전 강화'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6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산업단지 등 농지소멸 주요원인 정리 및 개선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농지소멸 막아내자', '농지보전 강화'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대규모 산업단지, 태양광 발전시설 등이 우후죽순 개발되는 과정에서 농지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식량주권의 근원인 농지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소멸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요구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6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산업단지 등 농지소멸 주요원인 정리 및 개선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대규모 산업단지 개발, 무분별한 농지 태양광 설치 등의 이유로 농업진흥지역 해제 및 농지전용이 진행돼 농지가 사라지는 현실을 지적하고, 농지 보전 방안을 요구할 목적으로 열렸다.

국가통계포탈 통계를 참고한 경실련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162만796ha(논 86만4,865ha, 밭 75만5,931ha)였던 전국 논·밭 경지 면적은 지난해 152만8,237ha(논 77만5,640ha, 밭 75만2,597ha)로 약 10만ha(약 1,000㎢. 울산광역시와 비슷한 수준의 면적) 가까이 감소했다. 최근 5년(2018~2022년)간을 보면 매년 평균 1만8,512ha의 농지가 소실됐는데, 이는 매년 여의도 면적의 69배에 달하는 농지가 사라졌음을 뜻한다.

그러나 위 통계는 문재인정부 출범 시점인 2017년부터 확인한 통계로, 이전 박근혜정부 시기까지 범위를 넓히면 농지감소 추세의 심각성은 더욱 확연해진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박근혜정부 초반인 2013년 이래 10년간 매년 여의도 면적의 140~150배에 달하는 농지가 사라질 정도로 심각한 농지감소 폭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총장에 따르면 2013년 농지면적은 200만5,000ha로 200만ha를 넘었으나,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50만ha에 달하는 농지가 사라져 지난해엔 152만ha 수준으로 줄었다.

자연히 대한민국 전체 면적 1,004만3,185ha에서 농경지 면적이 차지하는 비중도 줄었다. 2017년 전 국토 면적의 16.15%였던 농경지 면적은 2020년 15.59%로 감소했다.

농업진흥지역 해제 및 농지전용으로 인한 농지소멸 현황을 살펴보자. 경실련은 2017~2021년 전국의 농지전용 면적이 총 8만5,929ha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서울시 면적(6만524ha)의 1.4배에 달하는 농지가 2017~2021년 사이 각종 개발 목적으로 수용됐음을 의미한다. 이중 가장 많은 농지가 ‘용도변경’된 곳은 경기도(1만9,961ha)였으며 그 뒤를 충청남도(1만1,386ha)와 충청북도(1만228ha)가 이었다.

농지전용은 개별적 필요에 따라 소규모로 진행되기도 하나, 무려 47개의 법령(건축법·공동주택특별법·국토의계획및이용법·도시개발법·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주택법 등)이 농지전용을 허가하는 구조로, 농지 보전 필요성에 대한 판단을 거칠 기회조차 사실상 박탈되고 있다는 게 경실련 측의 지적이다.

농업진흥지역의 경우 2012~2021년 사이 약 4만9,082ha(서울시 면적의 81%)가 해제됐다. 특히 전라남도에선 약 2만706ha의 농업진흥지역이 해제(해제 건수 128건)됐으며, 경상북도에선 약 1만353ha의 농업진흥지역이 해제(해제 건수 180건)됐다.

농지감소의 주된 요인은 무엇일까. 첫번째로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농지 수용 문제가 거론된다. 윤석열정부는 지난 3월 15일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 명목으로 15개 국가산업단지를 전국의 약 1,200만평 부지(약 4,076만㎡)에 조성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면적의 농지가 수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산업단지 지정지역에 대한 일반 정보는 있으나 지정지역의 구체적 지목(地目), 즉 토지 사용 목적을 확인하긴 현재로선 쉽지 않기에, 산업단지 지정이 어떤 토지를 대상으로 진행되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공고·공시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게 경실련 측의 주장이다.

경실련은 우선 경기도와 충청남도, 충청북도에서 2017년부터 올해 6월 사이 산업단지 추진에 따라 농업진흥지역 지정이 해제된 면적을 파악했다. 파악 결과 경기도에선 해당 기간에 220.6ha, 충남에선 39.4ha, 충북에선 27.7ha의 농지가 산업단지 개발로 인해 더는 농사지을 수 없는 땅이 됐다.

농촌 태양광의 무분별한 설치로 인한 농지소멸 문제도 거론된다. 안병길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4월 사이 농촌 내 태양광 설치 면적은 총 7,739ha에 달했다.

이와 함께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사라져가는 농지도 늘고 있다. 김성달 사무총장은 “과거엔 주택난 때문에 대규모 개발이 필요해 (농지전용이) 불가피했다 해도, 지금은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각종 특별법으로 무분별한 농지전용을 허용 중”이라며 “서울만 봐도 강서구 마곡신도시, 서초구 세곡2지구와 우면2지구 안의 토지를 들여다보면 80~90% 토지가 논밭이다. 서울의 마지막 곡창지대를 산업기반·주택지구 확보 명목으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농지소멸을 위한 경실련의 방안은 무엇일까. 임영환 경실련 농업개혁위원장이 발표한 다섯 가지 대안은 다음과 같다.

1. 농지 전수조사를 통한 정확한 실태 파악

2. 공공건설사업 등의 진행과정에서 이뤄지는 농지전용에 대해 농지법이 정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사전 협의 사항’을 ‘사전 승인 사항’‘으로 변경

3. 농지법 제46조에 따른 기초지자체 농지위원회 기능 중 ’농지전용에 대한 사전승인, 심의 기능‘ 강화

4. 공공건설사업 시행 시 농지가 포함될 경우 최소 과반수 이상의 지역 주민 동의 없이는 농지 수용 불가능하도록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

5. 공공건설사업 추진 시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목적의 ‘농업영향평가(가칭)’ 진행

‘농업영향평가’와 관련해 임영환 위원장은 “국책사업 시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만, 그 과정에서 농지에 대한 영향평가는 따로 진행되지 않는다. 농지보전 필요성을 감안할 때 새로운 국책사업이나 공공건설사업 시 농지에 대한 영향평가도 실시되도록 농지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호 전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단국대 교수)은 농지소멸을 막기 위한 정부의 책임있는 조치가 없다면 식량주권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호 전 위원장은 “국내 식량자급률은 2020년 49.3%에서 2021년 44.4%로 감소했다. 정부는 낮아진 식량자급률을 2027년까지 55.5%로 올리겠다고 공언하는데, 그렇다면 농지는 더욱 보전돼야 한다”고 한 뒤 “최근 정부는 수직농장·식물공장 등을 통한 ‘첨단농업’을 활성화하려 하지만, 여기선 채소·과채류를 주로 생산하고 주요 식량은 생산할 수 없다. 수직농장 등에서의 ‘첨단농업’이 초래할 채소류 과잉생산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첨단농업으론 식량주권을 확보할 수 없다. 결국 식량주권의 기반은 농지다. 농지소멸을 막기 위해 정부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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