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계곡길을 걷다

  • 입력 2023.07.21 17:45
  • 수정 2023.07.21 17:48
  • 기자명 최세현 지리산초록걸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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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리 계곡 옥빛 물과 양떼구름의 콜라보.
중산리 계곡 옥빛 물과 양떼구름의 콜라보.

지리산엔 아흔아홉골이 있다고 하듯이 수많은 계곡이 있고 그 계곡을 따라 골골의 물이 모이고 또 모여 강을 이루고 그 강물은 바다로 바다로 흘러간다. 계곡을 끼고 걷는 길들은 숲의 기운과 함께 물이 흐르면서 발생하는 음이온까지 더해져 더 쾌적한 발걸음이 된다. 무더운 여름철에 부담 없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지리산의 계곡길들을 소개한다.

때마침 내린 장맛비로 비경을 보여준 구룡계곡의 비폭동.
때마침 내린 장맛비로 비경을 보여준 구룡계곡의 비폭동.
구룡폭포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펼침막을 든 필자.
구룡폭포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펼침막을 든 필자.

남원 구룡계곡길

남원 8경 중 제1경인 구룡폭포를 만날 수 있는 구룡계곡길은 지리산국립공원 전북사무소가 있는 주천면 호경리 육모정에서 덕치리 구룡계곡까지 펼쳐지는 심산유곡으로 길이가 약 3㎞ 정도다. 이 계곡은 ‘용호구곡’이라 불리는 아홉 곳의 비경으로 유명하다. 원천폭포라고도 불리는 구룡폭포는 만복대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구룡계곡에서 누워 있는 형태의 폭포를 만들었는데 높이는 10m이며 경사를 따라 흘러내리는 폭포의 길이는 30m 정도이다.

구룡계곡이 끝나는 지점에 육모정이 있는데, 선조 때 구룡계곡 옆 큰 바위 위에 세워졌지만 1961년 수해로 유실됐다가 1997년 현재의 위치에 복원됐다. 구룡계곡을 나와 육모정으로 향하는 도로에 남원시는 산악열차가 다니게 하겠다며 공사를 강행하려 한다. 고기삼거리에서 육모정을 지나 정령치까지의 현재 도로를 파헤치고 산악열차를 놓겠다니, 위기의 지리산이 아닐 수가 없다.

지리산 옛길 의신계곡에서 지리산학교 길동무들과 함께….
지리산 옛길 의신계곡에서 지리산학교 길동무들과 함께….

하동 지리산 옛길

대성골 원통암에서 출가한 서산대사가 다니던 길이라 서산대사길로도 알려진 지리산 옛길은 의신마을에서 출발, 왕성분교가 있는 신흥마을까지 의신계곡을 따라 걷는 4km 남짓한 계곡길인데 물소리를 들으며 호젓하게 걸을 수 있고 남녀노소 누구라도 편하게 걸을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 길이다.

길이 끝나는 왕성분교 앞 세이암 주변은 물놀이 장소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세이암은 최치원 선생이 신라 말 세상을 등지고 지리산을 주유하던 중 신라왕이 사신을 보내 국정을 논의하자는 말을 듣고 이곳 화개천에서 귀를 씻으며 속세에서 난무하는 더러운 소리를 씻어낸 곳으로 최치원 선생이 썼다는 세이암 글씨가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연기암길 용소 앞의 길동무들.
연기암길 용소 앞의 길동무들.

구례 화엄사 연기암길

화엄사에서 연기암까지의 계곡길은 왕복 4km 정도의 거리로 치유의 길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연기암은 신라 경덕왕 시절 연기조사가 창건한 화엄사의 경내 암자로서 화엄사의 원찰이기도 하다. 화엄사 계곡 해발 560m에 자리한 연기암에 서면 섬진강 강줄기까지 바라볼 수 있어 또 다른 볼거리가 된다.

오래된 소나무와 참나무 그리고 대숲으로 이어지는 계곡길은 주변에서 구한 바윗돌들을 촘촘히 바닥에 깔아 발바닥을 통해 숲의 기운이 또 다른 느낌으로 전해진다. 돌아오는 길엔 생태건축의 진수를 보여주는 구층암 모과나무 기둥도 꼭 들러보길 권한다.

산청 두류생태탐방로

올해 완전히 개통된 두류생태탐방로는 중산리 산악관광센터에서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법계교까지의 탐방로로 왕복 4km의 거리다. 대부분 데크로 조성돼 있어 누구라도 쉽게 걸을 수 있다. 중산리 계곡은 천왕봉과 중봉 사이에서 발원한 계류가 용추폭포를 지나며 수량을 더해 써리봉에서 흘러오는 계곡물과 만나면서부터는 우렁찬 물소리와 함께 수려한 경관이 펼쳐진다.

이 탐방로에는 중간중간에 모래소, 구시소폭포, 실소, 활량소폭포, 용소 등의 볼거리와 함께 법계교 근처에는 지리산의 전설적 산악인 우천 허만수 선생의 추모비도 만날 수 있다. 여름철엔 한시적으로 계곡 입수도 허용돼 시원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리산 자락으로 귀농해서 22년째 유정란 농사를 짓고 있는 최세현 지리산초록걸음 대표의 지리산 자락 사진이야기가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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