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농민에게 경영이란 뭘까?

  • 입력 2023.07.23 18:00
  • 수정 2023.07.30 21:00
  • 기자명 구점숙(경남 남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점숙(경남 남해)
구점숙(경남 남해)

얼마 전, 농민에게 주는 상을 심사하는 활동이 있었습니다.감히 농민이 농민을 심사할 수 있는지, 그 자격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덥석 참가했습니다. 워낙 권위가 있는 상인지라 두말할 나위가 없기도 했지만, 또 다른 사심은 다른 농가의 속살을 볼 수 있는 더없이 귀한 기회이다 싶어 냅다 수락하였습니다. 최종 후보군에 오른 세 사람, 서류상으로는 대상자의 공적을 충분히 알기 어려웠기에 현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수고로움이 심사과정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심사위원도 세 사람, 각기 다른 영역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서로의 기준과 관점이 한참 다를 것이 뻔하였지만 누가 봐도 인정될 만한 지점을 찾느라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상이, 경영 부분이라 깊은 생각의 늪에 빠지게 했습니다. 오늘날 우리 농민들에게 농업경영은 어떠한가? 농업에서 계획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여 수지를 맞추는 농민은 어느 정도인가? 대다수 농민이 생산비에 못 미치는 소득으로 허덕이고 있는데, 그리하여 후계농민층이 생성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어쩔 것인가? 그럼에도 농업에서 제법 그럴싸한 이윤을 창출하고 사업모델이 되는 농장은 또 어떤 연유에 가능한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농가를 농업경영체라 하고, 농민을 농업인이라고 하며 산업적 영역으로 농업을 바라보고자 하는 농정당국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2022년의 농업소득 평균은 949만원, 딱 10년 전으로 돌아가 버렸는데, 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깊은 시점이었습니다.

우리가 만난 농민 중에는 대농을 넘어 광작의 형태로, 생산과 경영이 분리된 농가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주변에도 법인체로 운영되는 대규모의 농장들이 있듯이 말입니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규모화 정책에 발맞추듯 이들이 한국농업 생산의 주류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것인가? 안타깝게도 통계를 살펴보면 그렇지도 못합니다. 우리나라 농업여건에서 5ha에서 7ha 규모면 대규모인 셈이지요? 그런데 2010년 이후 이 규모의 농가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물론이거니와 10ha 이상의 농가도 더 늘지 않고 소폭 줄어든 상태로 0.9%입니다. 농가평균이 1.5ha 수준인데, 대부분 그 언저리에서 농사짓고 있습니다. 정부도 그렇게 규모화를 외쳐왔고, 경영 전문가들도 생산과 경영이 분리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는데, 어찌하여 농민들은 생산비 중 인건비를 최대한 줄이는 자가노동을 선호하며 현재의 생산조건을 선호할까요?

농가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다른 기제의 변화는 없이 이름만 농민을 농업경영인으로, 또는 농가를 농업경영체라 한들 지금처럼 치솟는 생산비가 반영되지 않는 가격정책, 수입을 포함한 수급중심의 농업정책으로는 경영이라고 입에 담을 것도 없습니다. 전문 경영인이 되고자 하면, 누군가 생산을 도맡아 해야 할 것이고, 그러려면 농업소득에서 인건비를 감당할 구조가 나와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현재의 구조에서는 값싼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이 아니면 감당을 못합니다. 그러니 이주 농업노동자의 상시고용을 위한 숙소도, 축사나 비닐하우스 옆의 컨테이너 정도 수준 이상의 보장이 어렵습니다.

몇 년 전, 난방이 안 되는 컨테이너에서 화재로 죽어간 이주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한없이 죄스럽고 부끄러우면서 억울함이 같이 있었던 까닭이 이러한 연유였던 것입니다. 그러니 심사하는 마음이 얼마나 복잡했겠습니까? 이 어려운 농업조건에도 새벽부터 밤까지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어 농사를 이어가고 있는 모든 농민에게 상이 돌아가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군다나 기후위기 시대에, 지구의 모든 생명체와 공존하기 위한 생태경영상을 하나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