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174] 기후위기와 농업

  • 입력 2023.07.23 18:00
  • 수정 2023.07.23 21:04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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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지난주 전국을 강타한 폭우로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고 재산손실도 엄청나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슬프고 안타까웠다. 도시와 농산촌 가릴 것 없이 온 나라가 피해를 입었다.

농경지와 농민들의 피해도 엄청났다. 내가 아는 어느 농부가 폭우로 3~5년 된 사과 과수원이 송두리째 토사로 덮여 묻히고 뽑히는 등 쑥대밭이 된 과수원 풍경을 SNS에 올려놓은 것을 보았다. 나무 심을 밭을 조성하는 일, 관수시설과 파이프 작업을 하는 일, 대목과 묘목 고르는 일, 측지 유인과 결과지 배치 등 과수원 조성 초기부터 신경을 쓰며 애지중지 정성 쏟을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과수원이 토사로 뒤덮이는 참혹한 현실 앞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댓글에 그래도 힘내시라는 한 마디밖에 남기지 못했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봄부터 겨울까지 1년 내내 맘 편할 날이 별로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봄이면 냉해, 여름이면 폭우, 가을이면 태풍, 겨울이면 폭설 등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기후·환경위기 시대임을 농민들은 피부로 느낀다. 기후·환경위기가 정말 코앞에  와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기후위기 상황을 극복할 대안으로 자본집약적인 첨단기술농업을 말하는 사람들이 유행처럼 많은 것 같다.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인공지능, 로봇, 정보통신 기술 등을 접목한 스마트팜이나 식물공장 등을 의미하는 듯하다. 과연 그럴까.

수만 년 인류역사상 농업기술의 획기적 발달은 불과 200여년 전 산업혁명 시대였다.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으로 농사짓고, 농기계를 사용하게 되었다. 소위 녹색혁명이라 부를 만큼 생산량 증대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200여 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농업기술(관행농업)이 지구 환경·생태 보호와 기후위기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모든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했는가, 무엇보다 안전한 식품을 제공했는가 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렇다면 지금 전 인류가 겪고 있는 기후위기, 지구 환경·생태위기, 식량위기 상황을 극복할 대안 농업이 고투입 자재 농업, 고투입 에너지 농업, 고탄소 배출 농업, 고투입 화학물질 농업인 자본집약적 첨단기술농업일까.

농업기술의 발달은 노동력의 절감과 노동강도의 완화 등 생산성 향상에 기여함은 물론이다. 또한 채소류나 일부 품목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첨단기술농업이 유용할지는 모르겠으나 모든 농작물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데 쌀농사나 과수농사 같이 넓은 농지가 필요한 경종농업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영농과정에서 일부 첨단기술을 응용하는 것이야 얼마든지 환영할 일이지만, 대규모 시설비가 소요되는 첨단기술농업이 우리의 미래 농업이 될 수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첨단기술농업만을 미래 농업인 양 호도하는 것은 기후환경생태계의 유지 보전과 식품 안전성 면에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자본 집약적 농업이 될 수밖에 없다면 이는 결국 일부 대농과 기업농을 장려하고 육성하는 꼴이 될 우려가 높다. 결국 자본가 기업의 진입을 목표로 할지도  모른다. 그런 농업을 경영하는 사람은 농민이라기보다는 기업인이 되는 것이며, 농촌지역 공동체와는 아무 상관이 없게 될 뿐이다. 그 길이 기후·환경·생태위기의 시대를 극복하고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미래의 대안 농업일까. 그럴 것 같지 않다.

우리 시대와 미래에 필요한 농업은 기후·환경·생태를 살릴 수 있어야 하고, 농민과 농촌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농업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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