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영역’, 수출에 한우 생산자들이 뛰어든 이유

실사 후 접한 현실에 적극 의견 개진 … 정부, 민관협의체 통해 신속 추진

  • 입력 2023.07.20 18:51
  • 수정 2023.07.23 21:00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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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5월 10일 홍콩국제식품박람회(HOFEX)에 참가해 홍보에 나선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 제공
지난 5월 10일 홍콩국제식품박람회(HOFEX)에 참가해 홍보에 나선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 제공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한우 수출 관련 제도와 정책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한우가격이 하락세를 탄 지 이제 곧 1년, 나름 짧은 시간 안에 도구를 다듬고 가시적 성과를 낸 배경에는 미리 수출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던 생산자단체 전국한우협회의 적극적인 개입과 이를 수용한 정부의 지원, 또한 이들이 함께 꾸린 민·관 협의체의 역할이 컸다.

생산자단체가 무역·유통의 영역인 수출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보기에 따라 ‘왜?’라는 물음을 동반할 수 있다. 기존 업계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스스로도 조심스러웠으나, 결국 국내 적체 물량을 해외로 내보내야만 국내 산업을 지속할 수 있다 보고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는 게 전국한우협회의 설명이다.

한우산업에 또 한 차례 커다란 가격파동이 오리란 건 이미 수년 전부터 예견된 사실이었고, 내수시장만을 활용한 수급 조절의 한계도 명확했다. 여기에 국가적 탄소중립정책·대체식품시장의 성장 등 전통 축산물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요인들도 계속 새롭게 생겨나자 전국한우협회는 지난 2021년부터 사전조사를 벌이는 등의 ‘준비’를 시작했다. 매년 수출 실적이 수십톤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역성장 추세에 있었지만, 어쨌거나 매년 유일하게 수출이 이뤄지고 있는 홍콩 시장을 집중의 대상으로 삼고 활성화 방안을 고민했다.

김삼주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지난 19일 열린 ‘한우소비활성화 및 가격안정을 위한 현장 소통 간담회’에서 전국한우협회의 홍콩 현지 사전조사의 배경과 소회를 밝힌 바 있다. 김 회장은 “‘가서 보고 수출해야겠다, 이렇게 가서는 답이 없다’는 생각으로 지난해 11월 말 홍콩한인상공회와 소통해 홍콩에 가 제품으로 나가는 한우를 보고 왔다. 매대에는 제가 보기엔 1등급 이하 수준의 한우고기에 no.9이 찍혀있는 것도 봤다”라며 “(관련 활동을 시작하니) 왜 생산자가 유통에까지 관여하려고 하느냐는 유통업계의 오해를 굉장히 많이 받고 있는데, 수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선 제도부터 만들어야겠단 생각에 나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이 바뀌었나

전국한우협회에서 수출 관련 실무를 맡고 있는 김상만 유통사업국 과장은 홍콩시장에서의 한우의 처지를 보다 자세히 설명했다. 김 과장은 “홍콩시장의 한우와 가격과 시장 위치가 국내의 생산자나 유통업체가 아닌, 현지의 수입업체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상황이었다”라며 “미국, 일본, 하다못해 브라질산까지 들어오는 나라에서 가격과 위치는 우리가 어떤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인데, 우리가 가서 보니 한우는 매대의 위치나 가격, 포장 상태를 봤을 때 일본 와규의 비교대상 역할, 들러리 상품으로 전락돼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라도산 한우를 런칭해 판매한다고 홍보해 가보니 매대에 전시된 고기에는 동일한 패키지에 전북이라고 표기돼있는가 하면, 바코드에 담긴 정보에서는 제주한우라고 나오는 말도 안 되는 경우까지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바이어들은 물론이고 일반 소비자들도 물건을 구매할 때마다 종종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어 정보를 확인하는 홍콩의 문화를 생각하면 이는 신뢰도 제고에 있어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한우협회의 제안을 바탕으로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우선 지난해 이미 첫 수출 이래 일부 부위를 제외하고 냉장 신선육으로만 수출하던 한우를 냉동으로도 수출이 가능하게 변경했다. 온·습도가 높아 판매과정에서 재차 냉동이 불가피한 현지 환경에서는 애초 냉동육으로 나가는 것이 품질 유지에 더 낫겠다는 판단이 배경이었다.

올해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민·관이 수출 확대 대상으로 점찍은 나라들의 언어로 ‘축산물등급판정확인서’의 발급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발급기관인 축산물품질평가원(축평원)은 지난 7월부터 곧바로 서비스에 나섰는데, 대상은 세계공용어인 영어를 포함해 중국어(광동·보통어), 말레이어, 크메르어로 각각 홍콩·중국, 말레이시아, 캄보디아의 국어다. 신뢰도 제고를 위해 한국어와 함께 혼용표기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또 수출업체들을 위해 일반 축산물 경매시장에서도 수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검역과정을 일원화하는 등 제도를 변경했다. 예컨대 발주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엔 적게는 2배수에서 많게는 10배수까지도 소를 도축해야 원하는 등급과 품질의 고기를 얻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수출 물량을 일반 경매를 통해서도 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올해 열릴 홍콩 수출 활성화·캄보디아 첫 수출 전초전

이와 같은 변화는 정부와 한우협회, 한우자조금, 축평원, 수출업계 등이 올해 초 함께 재구성한 수출 활성화 사령탑 ‘한우수출협의회’ 내 논의를 통해 신속하게 추진됐다. 이를 바탕으로 한우업계는 기존 수출시장인 홍콩에서의 수출 활성화 및 말레이시아에 이은 캄보디아·UAE 등 신규시장의 개척에도 나설 예정이다.

지난한 과정 끝에 축산물 최초의 할랄 인증을 토대로 지난 5월 말레이시아 수출 1호 계약을 이끌어낸 농식품부는 최근 캄보디아 방면의 수출도 목전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김정수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사무관은 지난 19일 “UAE, 캄보디아 등 신규 수출국 시장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캄보디아의 경우 현지 수입 업체와의 협의를 통해서 7월 중 샘플 350kg을 수출한다”라며 “8월 중에는 말레이시아에서 그랬던 것처럼 현지 런칭 행사를 개최해서 수출 촉발을 일으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캄보디아 방면 수출에 참여하는 태우그린푸드의 조규용 상무이사는 “그간 한우 가격이 너무 높아 수출 선 유지와 홍보만 했으나, 이제 정부 지원에 힘입어 움직이기 시작했고 성과도 실제로 나오고 있다. 샘플의 초도물량은 이미 도착한 상태다”라며 “캄보디아는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으로 재수출하는 허브 기지 역할을 하는 국가로 이를 고려하면 시장 규모는 홍콩보다 커, 공략 대상으로 삼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존 홍콩 방면의 수출활성화를 담당할 전국한우협회는 오는 8월 현지에서 한우의 홍보와 판매 촉진을 담당할 전진기지 ‘안테나숍’을 연다. 전국한우협회는 지난 3월부터 1호점의 운영 위탁 주체 선발 및 부지 선정 등의 준비를 해왔다. 홍콩의 교통 및 관광 중심지인 구룡반도 내 한 주상복합 쇼핑몰에 들어설 안테나숍 1호점은 비 선호부위 적체 해결을 위해 고급육뿐만 아니라 중·저등급육·숙성육 및 정육·한우 부산물 가공품 등 한국에서 소비하는 그대로 한우의 부위별 고유의 특색을 살려 판매·전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수출업체와 바이어 간의 매칭 공간으로서도 기능한다는 계획이다.

김상만 과장은 “농식품부와 한우자조금, 축평원, 그리고 특히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홍콩지사에 감사하다”라며 “앞으로는 한우값의 변동과 무관하게 수출을 지속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수출 전문 농가 인증과 더불어 인증 농가들이 안정적으로 수출 물량을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할 것 같다. 공급 인프라 구축 지속을 위해 협회도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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