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아토피와 피부장벽(2)

  • 입력 2023.07.16 18:00
  • 수정 2023.07.16 18:36
  • 기자명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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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아토피는 피부장벽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질환입니다. 피부장벽이 제 기능을 못해 피부가 거칠어지고 건조해진 것을 한의학에서는 기부갑착(肌膚甲錯)이라고 합니다. 피부가 거칠고 메말라서 물고기 비늘처럼 보이는 겁니다.

한의학대사전에서는 기부갑착의 원인을 두 가지로 말하고 있습니다. 첫째, 몸 안에 어혈이 생겨서 순환이 안 되는 것입니다. 어혈이 있으면 잘 먹어도 몸으로 흡수가 잘 안 됩니다. 그러면 잘 먹어도 전신이 다 마르거나, 배에만 살이 찝니다. 뱃속에서 팔다리의 피부 말단까지 제대로 된 혈액 공급이 잘 안되기 때문입니다.

어혈이 있다는 것은 대변의 상태를 보면 대개 알 수 있습니다. 어혈이 있는 경우 대변 색이 노랗지가 않고, 밤껍질처럼 검붉은 색입니다. 매일 같이 대변색이 어두운 사람도 있고, 일주일에 한두 차례 밤껍질처럼 검붉은 대변을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꾸준히 술을 먹거나 아주 매운 음식을 먹어서 어두운 색의 대변이 나오는 것도 어혈이 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대변 상태뿐만 아니라 평소 생리양이 많다거나 혹은 적고, 생리혈이 덩어리져서 나오는 것도 어혈입니다. 코피가 잘 나는 사람, 소변에 출혈이 있는 사람도 어혈입니다. 응급실에 가야 할 정도로 배가 잘 아픈 아이, 눈 밑이 검거나 붉고, 시력이 급속도로 나빠지는 아이는 어혈이 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렇게 어혈이 있는 사람들의 혀를 관찰해보면 색깔이 다릅니다. 혀의 색은 보기에 예쁜 분홍빛이어야 하는데, 열로 인한 어혈이 심하면 혀가 검붉은 색입니다. 혹은 혈액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해 혀가 피가 빠진 듯한 분홍색인 사람도 있습니다. 얼굴색 또한 심하게 하얗기도 합니다. 맥을 관찰해보면 간의 상태를 반영하는 왼쪽의 관맥이 힘이 없거나 가늘고, 껄끄러운 느낌(세삽맥, 細澁脈)이 듭니다.

열이 있는 사람의 어혈에는 서각지황탕을, 몸이 차고 열이 없는 사람의 어혈에는 황토탕을 씁니다. 어혈이 오래되어 잘 먹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삼릉과 아출 등의 약재를, 아랫배를 눌러서 통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도인과 수질, 맹충과 같은 약재를 씁니다.

둘째, 온병을 일으키는 사기인 온사(溫邪)가 몸속에 오랫동안 머무는 것입니다. 온병은 감기, 독감,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입니다. 이러한 감염병은 열이 나고 몸살을 하면서 낫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그런데 자꾸만 항생제, 해열제, 진해거담제나 항히스타민제 등을 복용하면서 이 자연스러운 과정을 하지 못하게 되면 온병을 일으키는 온사가 몸속에 오랫동안 머물게 됩니다.

온사가 몸속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은 대개 피부의 땀구멍이 막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염병이 자연스럽게 낫는 과정을 겪으면서 폐와 피부가 발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피부와 땀구멍이 막혀 있는 겁니다. 팔뚝의 피부를 만져보면 딱딱한 느낌이 들고, 꼬집는 것처럼 아픕니다. 팔뚝의 피부에서는 땀이 잘 나지 않고, 얼굴이나 머리, 목, 손, 발에만 땀이 납니다. 열이 피부로 제대로 발산되지 못하여 비염, 두피의 지루성 피부염, 얼굴의 여드름, 대장염, 부종 등의 만성 염증이 생깁니다. 비만도 폐와 피부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한 것과 관련이 많습니다.

이때는 폐의 열을 내려주면서 피부의 땀구멍도 열어주는 마행감석탕과 말초혈관의 어혈을 풀어주는 삼갑산 등을 활용하여 치료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앓지 못했던 온병, 몸살 감기나 장염 등을 다시 앓으면서 몸에 머물고 있던 온사를 몰아내고, 아토피도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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