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대출연체율, 올해 들어 ‘2배’ 급증

농협상호금융 대출연체율, 작년 말 1.2% → 올 상반기 2.4%

수년간 누적된 영농비 상승 부담, 농가 경영위기 표면화되나

  • 입력 2023.07.16 18:00
  • 수정 2023.07.16 18:3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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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역농협 신용창구의 대출연체율이 올해 들어 종전의 2배로 급증했다. 지속된 영농비 상승 악재에 농가 경제난이 본격적으로 형상화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농협중앙회(회장 이성희)가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농협상호금융 대출연체율은 2018년부터 줄곧 1% 안팎에 그쳤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도 1.21%였으나, 올해 6월 말 기준 돌연 2.42%로 치솟았다. 농협상호금융은 전국 지역농협들이 운영하는 제2금융권 신용창구를 통칭한다.

평균 연체율은 2.42%지만 지역별로 나눠 보면 체감은 더 커진다. 최근 5년 경남(최고 2.06%)을 제외하곤 연체율이 2%를 넘은 지역이 한 군데도 없었지만 지금은 16개 광역 시·도 중 10개 지역이 2% 이상이다. 4% 연체율을 기록한 충북을 필두로 대구(3.83%)·경북(3.38%)·경남(3.3%)·충남(3.24%)이 3%를 넘었고, 부산(2.88%)·전북(2.28%)·울산(2.14%)·강원(2.1%)·경기(2.08%)가 뒤를 이었다. 대부분이 지난해 말보다 2배가량 증가한 수치며 연체율이 낮은 인천(1.07%)·제주(1.22%) 등도 증가율은 타 지역과 다르지 않다.

액수를 기준으로 보면, 전국 지역농협 총 ‘여신잔액’은 2018년 말 245조9,713억원에서 지난해 말 336조1,881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다 현재 338조4,788억원으로 증가세를 멈췄다. 대신 지난해 말 4조819억원이었던 ‘연체금액’이 6개월 만에 8조1,918억원으로 두 배 증가한 것이다. 차주들의 대출금 상환 능력에 본격적으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역농협의 주 고객은 농민이며 대출금 역시 영농자금의 비중이 높다. 농협상호금융의 연체율 증가 모두가 영농자금 대출에서 일어난 건 아니겠지만 영농자금 대출이 상당수 포함될 수밖에 없는 만큼, 농가경제 악화의 큰 흐름을 설명하기엔 충분한 자료다.

지역 현장에서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는 “각종 농자재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농민들도 먹고살아야 하니 대출연체율이 오를 수밖에 없다. 요 몇 년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던 농업 현장의 상황이 누적되다가 이제 표면화되기 시작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농민단체들은 이 현상이 위기의 시작일 뿐, 앞으로 대출연체율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특히 “대출연체율이 높아져 농협의 경영부담이 커지면 농협이 자칫 이자율을 높여서 수지를 메우려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농가경제가 더욱 어려워져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역시 농협상호금융 대출연체율 상승 추세를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농가경제 문제가 아니라 최근 ‘새마을금고 사태’를 계기로 한 농협상호금융 자체 건전성 점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협상호금융 대출연체율 증가가 농가 경제위기에 직접 기인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농협중앙회와 함께 대응을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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