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
“농민은 줄고 있는데 농협은 비대해지고 있다.” 농업 현장에서 공유되는 고질적인 불만이다. 지난달 21~29일 진행한 당진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당진시 농업예산 중 상당액이 농협에 지원되고 있음이 확인돼 이 불만이 재점화됐다.
지원사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지난달 7일 준공한 농협 당진제2통합RPC 건설에 국비·지방비 231억원이 지원됐고 이와는 별도로 벼 건조시설비로 9억3,750만원, 로컬푸드직매장 이전비로 1억850만원, 농협 협력사업에 5억9,000만원 등이 지원된다. 이렇게 농협에 지원되는 예산이 당초 목표대로 농민들을 위해 기여하는가에 대해선 평가가 인색하다.
A농협 조합원인 B씨는 “정부나 당진시의 지원으로 벼 도정공장을 운영하면서도 민간 도정공장보다 못하다. 벼 수매가도 농협 마음대로 결정하거나 수매량도 편파적으로 받고 있어 공적자금이 지원된 부분은 국회나 지방의회가 감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상연 당진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은 “의회에 농협을 감사할 권한이 현재로선 없다”면서 “필요하다면 농협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부를 수는 있다. 당진시를 통해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농어업발전기금 운영실태와 농협 예산지원의 절차상 하자 등을 지적한 의원이다.
한편 당진시농민회는 “지난해 벼 수매가 생산비 보장 투쟁 당시 당진시가 농협과 농민 간의 차액분을 기금으로 부담해 달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임종금 전국쌀생산자협회 부회장은 “당진시가 농민에겐 인색하면서 농협에는 수십억원씩 선심성 행정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일갈했다. 농민들은 공적자금으로 설치·운영되는 시설의 사용료만이라도 일반 시설보다 저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 예산이 투입됐다면 시가 관리해야 한다”는 농민들의 의견에 이남길 당진시 농업정책과장은 “아무리 시 예산이 투입됐다 해도 시가 농협의 경영에 간섭할 수는 없다. 민자보(민간자본이전) 사업은 농협이든 개인이든 시가 개입해선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종섭 당진시농민회장은 “연간 수십억원의 국민 혈세가 농업예산이란 명목으로 농협에 지원되는데 시의회가 어떤 방식으로든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감시해야 한다. 특히 사용료나 수수료는 공적으로 결정돼야 한다. 이게 안 된다면 차라리 농협에 주는 보조금을 개별 농민에게 직접 지원해야 하고 최소한 ‘필수농자재 구입비’라도 직접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