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173] 방제와 봉지 씌우기

  • 입력 2023.07.09 18:00
  • 수정 2023.07.09 18:12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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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지난 6월 한 달과 7월 초까지 과수원 일은 적과, 결과지 유인, 도장지 제거, 예초, 관수, 병충해 방제, 봉지 씌우기 등으로 분주하다. 그중 가장 신경썼던 일이 두 가지 정도 있는데, 하나는 흑진딧물 방제와 낙엽병·탄저병 등의 균 방제였다.

5~6월에 병충해를 입으면 한 해 과수 농사가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과수 화상병이 강원도 정선군에서도 발생했다고 해서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친환경 과수 농사의 경우 화상병 약제가 마땅히 따로 있는 것이 아니어서 자닮유황이나 석회보르도액 같은 살균제를 그냥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고 한다.

유기약제는 아무래도 약효가 강하지 않기 때문에 관행 농사보다 방제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관행 사과 농사도 일주일이나 열흘에 한 번씩 방제한다. 유기농이야 관행보다 더 자주 해줘야 하지만 그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최소한 관행 사과 농사가 하는 만큼이라도 방제해야 한다고 생각이 돼 금년에 실행 중에 있다. 6~7월을 잘 넘기면 8, 9, 10월은 힘들더라도 익어가는 과일을 보면서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른 하나는 봉지 씌우기다. 관행 사과농사의 경우 규모가 대부분 수천수만 평에 달하기 때문에 과일 하나하나에 봉지를 씌우지 않고 씌울 수도 없다. 그러나 유기농 사과의 경우 과일 하나하나에 일일이 봉지를 씌워야만 그나마 소비자에게 괜찮은 과일을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지난해 멘토의 권유로 처음 시도해 보았는데 약 80% 정도 괜찮은 물건이 되는 것을 확인했다.

나의 작은 과수원에는 140여 그루의 사과나무를 비롯해 복숭아, 배, 포도, 매실, 감 등 10여 그루의 과일나무가 있는데 감과 매실을 제외하고는 모두 봉지를 씌워 준다. 과수 농사를 지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과일마다 봉지가 다르게 생겼고, 봉지 씌우는 방법도 다르며, 봉지 씌우는 시기도 각각 다르다.

주작목인 사과는 과일 크기가 메추리알만 해지는 5월 중·하순에 제일 먼저 봉지 씌우기를 한다. 사과 봉지는 이중으로 돼 있는데 속봉지는 얇은 종이로 돼 있고, 겉봉지는 조금 두꺼운 종이로 돼 있으며, 입구 한쪽에 가는 철심이 들어 있다. 사과는 열매를 봉지 속으로 넣은 다음 꼭지 옆으로 입구를 접어 철사로 고정시켜야 하기 때문에 처음 작업할 때는 잘 안되고 속도가 나지 않았고, 과일을 떨어뜨리기도 했으나 지금은 곧잘 하게 됐다.

그 다음으로는 복숭아 봉지 씌우기를 한다. 복숭아 봉지는 노란색 얇은 봉투처럼 생겼고 과일을 싸서 결과지 위로 고정시켜 주는데 봉지 입구  오른쪽에 역시 얇은 철사가 붙어 있어 이를 이용해 묶어 주면 된다. 비교적 작업하기가 쉽다.

그다음은 배 봉지 씌우기다. 배 봉지도 사과 봉지처럼 이중으로 돼 있고 안에는 얇은 종이, 겉봉지는 두꺼운 종이로 돼 있으나 사과 봉지보다 크기가 조금 클 뿐이다. 배 봉지는 배의 꼬투리를 가운데 두고 양옆을 고정시켜 주는 방식이다. 그리고 7월 초엔 포도 봉지를 씌웠는데, 포도 봉지는 얇고 길게 생겼으며 포도송이의 꼭지에 철사를 묶어 주면 된다.

이제 7, 8월은 과일들의 몸집이 커지고 익어가는 성하의 계절이다. 봉지를 다 씌웠으니 병충해나 조류피해를 덜 받을 것으로 기대하며, 강렬한 태양과 바닷바람과 설악의 정기를 받아 잘 자라주기를 고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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