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 원유 4.1% 오를 때, 흰우유는 7.7% 올랐다

소비자협 물가감시센터, 원유가격 협상 앞두고 유업체 질타
"낙농가 원유가 상승률 대비 유제품가격 인상률 과도하다"

  • 입력 2023.07.05 15:37
  • 수정 2023.07.09 18:13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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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낙농업계가 올해 8월부터 적용 예정인 새 원유기본가격(낙농가 수취가격) 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언론에서는 협상 규정에 따라 이미 정해진 최대인상폭을 예로 들며 ‘밀크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단체들은 높은 우유값의 근본 원인이 원유가격 인상보다는 이에 편승해 과도하게 제품가격을 올린 유업체들의 행태에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국내 12개 소비자단체의 연합단체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회장 남인숙, 소비자협) 물가감시센터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유업체를 향해 자사 이익 추구만을 위한 인상을 멈추라 촉구하고 나섰다. 

소비자협 물가감시센터는 원유 가격 변동 추이와 우유 가격 인상률을 분석한 결과 원유 가격 상승률 대비 유가공업체들의 흰 우유 가격 인상률이 최대 2배 이상에 이르러 과도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원유가격이 2.5% 상승한 지난 2022년의 경우 서울우유 4.7%, 남양유업 4.8%, 매일유업 8.6%의 흰우유 소비자가 상승률이 나타났다. 4.1%가 상승한 2023년 1분기에는 서울우유 5.5%, 매일유업 7.7%, 남양유업 9.9%의 상승률이 관측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제공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제공

 

소비자협 물가감시센터는 “2022년부터 2023년 1분기까지 우유 시장을 독과점하는 유가공업체 3곳에서 10.2~16.3% 사이의 큰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해 소비자가 느끼는 우유 가격 상승에 대한 실제 부담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들 업체 가운데 원유가격이 인상되기도 전에 일부 유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등 가격 인상에 있어 가장 돋보이는 행보를 보인 매일유업을 질타했다. 

매일유업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6% 안팎을 기록했던 매일유업의 영업이익률은 2022년 3.6%로 급감했는데, 이 영업이익 손실의 만회를 위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떠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해 재무현황을 보면 매출 원가는 전년대비 약 10%, 판관비는 13%가 상승했다. 

물가감시센터는 “지난 5년간 매일유업의 매출액은 꾸준히 상승했고 영업이익 역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으나 2022년 영업이익은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매출원가의 증가율보다 판매비와 관리비의 증가율이 더 큰 것으로 보아 판관비용 증가가 영업이익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추정된다”라며 “즉 매일유업은 판관비 증가로 이익이 감소한 상황에서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해 소비자에게 그 부담을 지우고, 실적을 만회하려는 가격 정책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이다.

소비자협은 “원유 가격 인상 때마다 당연하듯 우유와 유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유가공 업체에 요구한다. 업체는 제품 가격 인상 원인을 낙농가에게 떠넘기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원유가 상승 대비 과도한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원유가 상승만을 핑계로 자사의 이익만을 강구한다면, 유제품 시장의 축소와 낙농 시장의 하락세는 유가공업체가 자초함이 분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말 용도별차등가격제 도입을 관철한 정부를 향해서도 “원유가격 협상뿐만 아니라 유제품 시장에서도 역할을 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소비자협은 “수입 우유 시장 개방이 2년 앞으로 다가왔고 현재도 수입 멸균 우유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낙농 시장과 원유 자급률의 문제는 미룰 문제가 아니다”라며 “소비자의 ‘애국심’에 의존한 유제품 시장 보존이 아닌 국산 제품의 경쟁력 강화에 업체와 정부, 낙농가 모두 협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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