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일본 노민렌 여성부 총회 참가기

“소비자와 간격 좁혀 농업 지킨다”

  • 입력 2009.02.09 11:44
  • 기자명 김황경산 전여농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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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황경산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국장

지난 2월 1∼4일까지 4일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일본 농민단체인 노민렌(전국농민운동연합회, NOUMINREN) 여성부 총회에 참석하고 교류사업을 진행했다. 이번 교류는 지난해 8월 한국에서 진행된 비아 깜페시나 동남동아시아 지역총회 후 이뤄진 노민렌과 전농, 전여농과의 간담회를 통해 정기적인 교류를 진행하자는 데 따른 논의로 추진된 것이다.

대기업 농지수탈 반대운동 전개

노민렌 여성부는 매년 2월 첫째주에 총회를 진행한다. 89년 노민렌 창립 직후 90년에 만들어진 여성부의 20회 총회가 개최되었다. 노민렌은 현재 47개 도도부현에 지역조직이 있으며 이 중에 전문부서로 편재된 여성부는 25개 현에 구성되어 있다. 노민렌의 회원은 총 4만여 명이며 이 중 여성부 회원이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노민렌은 향후 회원 가입 시 부부 동시 가입을 독려하면서 이후에도 지역조직을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1, 2일 양일간 열린 여성부 총회에는 130여명의 여성부 회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2009년의 사업계획을 결정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생산 확대 ▷수입쌀에 대한 의무도입물량과 일본의 농업을 축소시키는 생산조정제도 반대 ▷식품 안전성 확보 ▷세금의 집단 신고를 통한 부당한 세금 부과 반대 ▷농협에 농자재 가격 인상에 대한 대책 마련 촉구 ▷가공과 직매장 운동의 활성화 ▷농촌에서 여성의 지위 향상 ▷쇼켄렌(국민의 식량과 건강을 지키는 운동 전국연락회)과의 연대 사업 강화 ▷대기업의 농지 수탈을 합법화시키는 농지제도 개악 반대 요구를 담아 지자체 농업위원회에 참여하여 압박하는 사업을 전개키로 했다.

그 밖에 조직 활동으로 지역조직 강화, 노민렌 회원에서 여성부 회원의 비중을 높이고 여성임원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 등을 포함한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는 총선거가 핵심적인 사안으로 되고 있는데 선거를 통해 농업정책을 바꾸기 위해 활동을 벌이자고 결정하였다.

계속된 총회는 각 도도부현의 지역조직들의 2008년에 진행된 사업들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총 15개 현에서 각 조직의 활동을 보고를 통해 서로 정보 교류가 이루어졌고 지역 현안 등을 포함한 다양한 사업들이 소개되었다.

‘서로 경험을 나누면서 배우자’는 의미로 이틀 동안 진행된 총회에서 총 49명의 회원들이 발표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여성농민들의 발언을 통해 표현력을 높이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의 경험 나누면서 배우자”

보통 외부 강사의 강연을 듣는 시간으로 이루어졌던 기존의 형식을 과감히 파괴하고 지역 회원들의 소리를 듣고 생산과 생활과 투쟁의 현장에서 주인으로 서기 위한 경험을 나누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이번 여성부와의 교류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농업의 현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 공감했다. 그러나 유사한 농업환경 속에서도 일본과 한국에서 진행하고자 하는 사업에는 약간의 차이가 존재했다.

이번 여성부가 총회의 큰 기조를 ‘만들고 판매하고 희망을 넓히자’로 정한 것은 생산자로서의 여성농민의 역할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어 동경 인근에 위치한 치바(Chiba)현의 산지직송센터와 직매장을 찾았다. 산지직송센터와 직매장은 여성농민의 주요한 활동 공간이기도 하다.

전국 81개 산지직송센터 운영

노민렌에서는 전국에 81개의 산지직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 중의 한 곳인 치바현의 직매장은 회원들의 생산물과 가공품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되도록 회원들 사이의 경쟁 없이 밭에서 식탁까지 건강한 먹을거리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직매장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접 대면하는 곳이기도 하다.

노민렌 차원에서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회원들 자체적으로 직접 한 농가가 하나의 직매장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치바현에서 직접 직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이또 씨는 직접 소비자와 만나면서 생산한 농산물의 맛은 어떤지, 문제점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바로 바로 소통할 수 있어 다른 한 편으로는 “생산자의 성품을 나누는 곳이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2년 동안 직매장을 운영하면서 만나게 된 한 젊은 부부는 사이또 씨가 생산한 채소를 사기 위해 이 쪽으로 이사 왔으니 문 닫으면 절대로 안 된다고 당부하더라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지역에서 소비자와의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면서 지산지소(地産地消)를 우선 원칙으로 농업을 지키는 것은 전 국민과의 공감대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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