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존엄한 존재” 식물 존엄성 선언문 등장

인간식물환경학회·농진청 발표

국내 첫 ‘식물 존엄’ 선언 사례

  • 입력 2023.06.25 18:00
  • 수정 2023.06.26 06:27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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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인간식물환경학회(학회장 이애경)와 농촌진흥청(청장 조재호)이 지난 16일 전북 완주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춘계 학술토론회를 열고 ‘식물 존엄성 선언문’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 식물 존엄성을 다룬 논문·학술발표 등 일부 저술활동이 이뤄진 적은 있지만 선언문 형태로 발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식물 존엄성 논제는 인간과 식물의 관계가 도구적 관점에서만 머물러선 안되고, 서로 협력하고 존중하는 생명체로 봐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지구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유기체며 서로 연대적 관계에 있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다소 낯선 개념이지만, 유럽과 미국 등에선 독자적인 탐구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스위스는 헌법에 생명체의 존엄성 개념을 도입했으며, ‘스위스 비인간생명공학에 관한 연방윤리위원회(ECNH)’는 이미 2008년 ‘식물의 존엄성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선언문은 제1조 “식물은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 생명의 존엄성을 갖는다”를 시작으로 총 4장 18조항으로 구성됐다. 식물 존중의 6가지 기본 원칙인 ①존중의 원칙(살아있는 생명체 자체로서 식물을 존중해야 한다) ②악행 금지의 원칙(자신의 사소한 이익을 위해 식물의 생명활동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③선행의 원칙(식물이 종의 특성에 부합하는 최적의 생명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④비례의 원칙(인간의 비기본적 이익을 위해 식물의 기본적 이익을 침해해선 안된다) ⑤종의 정의의 원칙(생명체는 종과 상관없이 도덕 행위자의 동등한 관심과 배려를 받을 가치가 있다) ⑥서식지 보호의 원칙(식물은 알맞은 환경에서 서식할 수 있어야 하며 인간은 그런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이 각 조항마다 빠짐없이 담겨 있다.

조항별 구체적 내용은 생태적 또는 진화적 관점에서 바라본 식물의 의미와 가치, 식물에 대한 인간의 인식과 행동 기준 등이며 반려식물의 기준과 인간-식물의 반려 관계에 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애경 인간식물환경학회장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식물의 존엄성 연구에 대한 국내외적 협력이 강화되고, 인간-식물의 새로운 관계 정립과 관련된 국제적인 이해와 인식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광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장은 “식물 존엄성 선언문이 식물에 대한 도시민의 올바른 인식과 보호 의식을 확산하고, 식물 생태계의 지속가능성과 생물 다양성 유지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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