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모돈 도축장 폐쇄 임박 ... 결국 투쟁 나선 지역 한돈업계

한돈협회 대구지부·도매법인, 대구시청 앞에서 시정 규탄 
민주당 대구시당 중재 “대안 마련될 때까지 운영 연장해야”

  • 입력 2023.06.16 17:51
  • 수정 2023.06.16 18:17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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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16일 대구광역시청 산격청사 앞에서 대구 축산물도매시장(도축장) 폐쇄에 반대하는 양돈업계 종사자들이 출퇴근 차량을 상대로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16일 대구광역시청 산격청사 앞에서 대구 축산물도매시장(도축장) 폐쇄에 반대하는 양돈업계 종사자들이 출퇴근 차량을 상대로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대구광역시(시장 홍준표)가 내년 3월 대구축산물도매시장 내 도축시설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대구·경북 양돈업계의 반발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경북 지역의 모돈(비규격돈) 도축을 사실상 도맡고 있는 이 도축장이 폐쇄될 경우, 경북 지역 양돈 농가들이 일정 기간 큰 피해와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어서다.

대구광역시는 지난달 18일 ‘축산물도매시장(도축장) 운영방안 중간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대구축산물도매시장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행정기관이 소유·운영하는 도축장이다. 이 연구용역은 대구광역시 감사위원회가 지난 2022년 현 대구축산물도매시장의 폐장·이전 및 시설현대화를 통한 유통기능 특화를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대구시는 축산물도매시장에서 도축의 기능을 제외한 뒤 농수산물도매시장과 함께 달성군 하빈면으로 통합 이전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대구광역시는 도매시장이 지난 2001년 개장 이래 20년이 경과하면서 노후화로 인한 개보수비용이 증가하고 있고, 운영관리 조례에 따라 도매시장법인(신흥산업)이 지불하는 시장사용료도 적어 같은 기간 법인이 103억원의 초과이익을 누렸다고 설명했다. 또 연간 도축물량 가운데 90% 이상이 대구가 아닌 경북 등 타 지역 농가에서 출하되며 대구 내 유통 비중도 27.8%(돼지)에 불과한 점, 인근에 4,000여세대 규모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점 등의 이유도 들어 대구 도축장을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문제는 이 도축장이 그간 대구·경북지역 한돈 농가들의 모돈 등 대형 비규격돈 처리를 도맡아왔다는 사실이다. 현재 일 200두를 도축하는 대구 도축장을 제외하면 인근에서 100kg이 넘는 비규격돈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은 고령도축장이 유일한데, 처리 수준이 최대 일 50두에 불과하다. 경상북도는 급한 대로 안동시에 건설 예정인 안동축산물유통센터에 비규격돈 도축장 설치를 계획하고 있으나, 완공은 빨라도 2024년 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아직 관련 예산 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예정대로 대구 도축장이 폐쇄될 경우 적어도 1년 가까이 경북 농가들이 모돈을 처리한 창구가 없어지는 셈이다.

이에 한돈 농가와 도매법인 종사자 등 대구광역시 결정에 반대하는 지역 양돈업계는 16일 출근시간대 대구광역시청 산격청사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며 처음으로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방병배 대한한돈협회 대구지부 사무국장은 “대구시는 경북 지역 8개 도축장에서 처리 가능하다고 하는데 정작 경상북도에서는 불가하다고 말한다. 대구시 공무원들 나와 계시는데 이 가운데 누구라도 이 문제를 처리할 수 있다면 모든 행동을 중지하고 귀가하겠다”라며 “비규격돈 처리가 안 되면 경북지역에서 140만두를 키우는 670여 농가는 모두 양돈업을 포기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종열 신흥산업 생산부장이 대구광역시 관계자들을 상대로 항의하고 있다.
박종열 신흥산업 생산부장이 대구광역시 관계자들을 상대로 항의하고 있다.

 

 

박종열 신흥산업 생산부장은 “대구시는 직접 밭 갈고, 신천에서 물고기 키워서 매천동 농수산시장 운영하시기 바란다. 이제까지 삼겹살 잘 잡수시고는 경북돼지를 왜 대구에서 잡아줘야 하냐고 하는데, 경북돼지 대구에서 잡지 말고 대구시민에게 돼지고기도 먹이지 말고 그리하시면 되겠다”라고 반어적으로 비판했다.

한편 중재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지난 15일 논평을 내고 홍준표 시장에게 ‘대화의 테이블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도축장을 예정대로 폐쇄하면 축산농가의 직접적 타격·모돈의 길거리 배회·중기적 돼지고기값 상승으로 이어져 농가와 소비자 모두 손해인 만큼 합의점을 찾자고 주장했다.

대구시당은 “지난 2001년 도매시장 설립 시 (위탁업체 선정이) 세 번이나 유찰된 까닭에 대구시에서 먼저 이 업체에게 위탁을 제안했다. 이런 문제를 차제에 두고서라도 업체는 협력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대구시의 입장도 타당한 부분이 있다”라며 “경북에서 시설 마련이 될 때까지 운영을 연장해주는 것이 합리적이고, 그때까지의 위탁업체 운영 비용을 대구와 경북이 논의해 분담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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