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요람 한농대에서 ‘곤충 밀수’ 시끌

생태·농업 악영향 초래 우려

학교는 ‘이미지 관리’에 급급

  • 입력 2023.06.18 18:00
  • 수정 2023.06.19 06:3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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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한국 농업의 요람 한국농수산대학교(총장 정현출, 한농대)가 곤충 밀수 사건으로 시끄럽다. 재학생이 외래 곤충을 불법 거래해 사육하다 다른 학생에 의해 신고됐는데, 한농대 측은 피신고자가 아닌 신고자에게 시선을 쏟는 모습이다.

한농대 재학생 A씨는 같은 학교 학생들이 국내에 수입 금지된 외래 곤충을 애완용으로 사육하는 정황을 인지하고 지난 4월 이들을 관세청에 신고했다. 5명으로 구성된 ‘밀수거래 단체 채팅방’의 존재와 3종의 외래 곤충 실물 사진(헤라클레스장수풍뎅이·악테운장수풍뎅이·낙엽사마귀)을 제보했고, 피신고자 중 한 명이 본격적으로 조사를 받는 중이다.

외래 곤충은「식물방역법」상 ‘병해충’으로 취급된다. 정부가 무해성을 인정한 49종 외엔 일절 수입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등에서 공공연히 금지 곤충의 거래가 성행하고 있어 평범한 학생 신분으로도 그리 어렵지 않게 범법을 저지를 수 있다.

일부 곤충 애호가들은 외래 애완곤충, 특히 장수풍뎅이류가 환경·생태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정부 입장은 조심스럽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외래 장수풍뎅이류는 국내에 정착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경쟁에 의해 국내 장수풍뎅이류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외래 기생충 또는 병의 전파가 문제될 수 있다. 과거 장수풍뎅이류 수입을 허용한 일본의 경우 장수풍뎅이류에 의한 환경 훼손과 곤충기생성 진드기의 피해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설령 유해성이 없다 하더라도 이같은 범법행위는 검역질서를 문란케 하고 밀수시장 활성에 일조하는 결과를 낳는다. 어떤 식이든 결국은 국내 생태와 농업에 부정적 변수를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반 학교도 아닌 한농대에서의 사건 발생이 더욱 뼈아픈 이유다.

더욱이 한농대 측은 사건에 대한 문제의식보다 학교 이미지 실추에 신경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해당 학부의 학부장인 B교수는 사건 공론화 이후 신고자인 A씨에게 “더 이상 신고나 언론 제보를 하지 말라”는 취지의 부탁을 전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주일 동안 내가 여기에 매달려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나한테 미안하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신고자에게 부적절한 언사를 전하기도 했다. A씨는 B교수뿐 아니라 학교 행정 전체가 신고자를 보호하지 않는 느낌을 받는다며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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