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 폐업 속출해도 … 언론은 오로지 ‘우유값 인상’에만

우유자조금 “2년 새 3백여호 줄어, 우유값 조정 불가피”

  • 입력 2023.06.16 10:46
  • 수정 2023.06.21 11:20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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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언론에서 일제히 원유기본가격 인상을 우려하는 가운데 낙농가들은 인상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강조했다. 한 낙농가에서 젖소가 조사료를 섭취하고 있다.

 

지난 9일 올해 8월부터 반영될 새 원유기본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낙농진흥회 내 협상이 시작됐다. 협상 소식이 전해지자 주요 매체들은 마치 서로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우유값 또 오르나’, ‘밀크플레이션’과 같은 표현으로 관련 기사 가판대를 점령했다. 반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유 생산자들의 입장을 다룬 소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낙농가들 입장에서는 상황이 매우 녹록지 않다. 현재의 원유기본가격을 기준으로 얻는 수입으로는 당장을 버티기도 힘든 처지에 놓인 농가들이 전체의 절반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이승호, 우유자조금)는 원유가격협상이 시작된 지난 9일 사료가격 폭등 등 생산비 상승으로 낙농가의 목장 경영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히며 원유가격의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통계상에 보이는 수많은 빨간불들은 우리 낙농의 위기를 고스란히 반증하고 있다. 낙농진흥회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젖소사육두수는 약 39만두로 2021년 대비 2.7%, 1만1,000여두가 감소했다. 이에 따라 원유 생산량도 동시기 203만4,000여톤에서 197만7,000여톤으로 2.8% 가량 줄었다.

가장 큰 원인은 생산비 상승이다. 젖소용 배합사료 가격은 같은 기간 22.9% 상승했고, 연간 마리당 평균 순수익은 37.2% 감소한 152만9,000원이었다. 특히 전체 낙농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사육두수 50두 미만 소규모 낙농가의 경우 2022년 마리당 연간 순수익이 무려 99.9%나 감소했는데, 액수로는 1,000원으로 사실상 0에 가까워졌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낙농가들의 폐업은 증가하고 부채도 늘었다. 우유자조금 측은 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 조사 및 낙농진흥회 통계를 기반으로 최근 2년 새 폐업한 낙농가수가 300여호에 달하며, 같은 기간 낙농가 호당 부채액은 20.8% 증가해 8,822만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4억원 이상 부채를 가진 농가가 전체의 절반 수준(49.5%)에 이른다고도 덧붙였다.

통계청의 생산비 조사결과를 기준 삼는 우리나라의 우유생산비 조정은 빨라도 조사해당년도 종료 8개월 뒤에나 이뤄진다. 우유자조금은 “1~2년 단위로 뒤늦게 원유가격에 반영되는 구조로 인해 농가가 일정기간 생산비 상승폭을 감내하고 있는 반면, 외국은 낙농가의 생산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원유가격을 신속히 반영하는 구조”라며 “실제 미국은 지난해 원유가격이 55% 상승했으며, EU는 지난해 원유가격이 37% 상승했다”라고 지적했다.

계속되는 우려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도 지난 12일 “원유가격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생산비만 반영하여 원유가격을 결정하던 기존의 원유가격 결정체계를 생산비와 시장 상황을 반영해 결정하도록 개선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라며 “올해는 과거와 달리 원유가격 인상 폭이 낮아져 원유가격이 협상 상한선에서 결정되더라도 제도개편 이전의 최저 인상 폭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된다”라고 강조했다. 제도개편 이전이었다면 최대 127원·최저 104원 범위 내에서 결정됐겠지만, 지금 제도 아래선 그 값이 각각 104원·69원으로 하향조정된 만큼 이전에 비해 원유기본가격을 최대 58원 내리는 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생산비 인상에 따라 어느 정도의 원유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나 과도한 인상은 소비자 선택을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져 낙농산업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라며 “생산자와 수요자는 물가 상황뿐만 아니라 낙농산업의 미래를 고려해 원유가격 협상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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