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하락 보전한다는 양파 수입보장보험, 실효성 전혀 없다”

보험금 지급 여부 결정하는 ‘기준가격’ 너무 낮게 책정돼
농민들 “가격 하락 발생 시 보험금 지급 불가능한 실정”

  • 입력 2023.06.18 18:00
  • 수정 2023.06.19 06:36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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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작물 수확량 감소 및 가격 하락으로 인한 농가 손해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농업수입보장보험의 실효성에 농민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충남 서산의 한 들녘에서 양파를 수확하고 있는 농민들 모습. 한승호 기자
농작물 수확량 감소 및 가격 하락으로 인한 농가 손해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농업수입보장보험의 실효성에 농민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충남 서산의 한 들녘에서 양파를 수확하고 있는 농민들 모습. 한승호 기자

 

양파 재배 농민들이 농업수입보장보험의 실효성을 재차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농업수입보장보험은 농작물의 수확량 감소뿐만 아니라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해를 보장하는 보험으로, 간단히 말해 기존 농작물재해보험에 가격 하락 보장을 반영한 상품이다. 현재 가입 대상 품목은 △콩 △포도 △양파 △마늘 △고구마 △가을감자 △양배추 등 7개며, 가격 하락분과 수확량 감소분을 모두 감안해 농가 수입이 기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

수입보장보험은 경작불능보장과 농업수입감소보장으로 구성된다. 이 중 수입감소보험금은 약관이 정한 보험기간 내에 약관이 보장하는 재해로 발생한 ‘피해율’이 자기부담비율을 초과하는 경우 지급하며, 피해율은 기준수입에서 실제수입의 차이를 기준수입으로 나눠 산출한다.

기준수입보다 실제수입이 낮을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단 의미인데, 기준수입은 평년수확량에 ‘기준가격’을 곱하는 방식으로 계산하며 농민들은 이때의 기준가격이 턱없이 낮아 실제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보험금 지급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기준가격을 고시하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농금원)은 사업시행지침에 따라 ‘보험가입 직전 5년의 연도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가락 도매시장 중품과 상품 평균가격의 올림픽 평균값(최대값과 최소값을 제외하고 산출한 평균값)’에 ‘농가 수취비율의 올림픽 평균값’을 곱하는 방식으로 기준가격을 산출한다. 농가 수취비율은 도매시장 경락가격에서 유통비용(선별·포장비, 운송비, 상·하차비, 상장수수료 등)을 차감한 농가수취가격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조사자료를 활용한다.

농금원에 따르면 지난해 양파 기준가격(1kg 단위)은 조생종 605원, 중만생종 474원이다. 반면 지난해 농금원이 고시한 수확기 가격(1kg 기준)은 조생종 402원, 중만생종 943원이다. 재해로 인한 생산량 저하 등의 요인을 차치하고 농금원이 고시한 수확기 가격만을 고려했을 때 농가가 해당 수확기 가격을 그대로 수취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중만생종 양파 재배 농민은 이론상 수입감소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

양파 농업수입보장보험 가입 대상 지역인 경남 창녕군에서 양파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A씨는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껏 수입보장보험을 가입하고 있는데, 생산량 저하로 인한 보험금은 받은 적 있어도 가격 하락으로 인한 보험금은 단 한 번도 지급받은 적 없다. 기준가격이 너무 낮다 보니 가격이 하락해도 피해율이 자기부담비율을 뛰어넘지 못해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인 것”이라며 “지난해만 하더라도 양파 가격이 폭락해 정부에서 폐기 지원금을 지급할 정도였지만 수입감소보험금은 받지 못했다. 보험사가 따지기에 수입 감소가 발생하지 않았단 얘기인데, 이 자체가 수입보장보험의 실효성이 전혀 없단 증거다”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A씨는 “구조적으로 수입감소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인식이 이미 현장에 널리 퍼져, 농업수입보장보험 가입하면 바보라는 얘기까지 돌 정도다. 농작물재해보험처럼 수입보장보험도 정책보험인 만큼 매년 정부 예산과 지자체 예산이 투입되는데, 실제 농민들은 그 혜택을 보지 못한 채 농협손해보험 배만 불리는 꼴이다”라며 “당장 제도를 바꿔 실질적으로 농민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금원에서는 양파 품목의 농업수입보장보험 지급실적이 농작물재해보험보다 훨씬 높다고 반박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농업수입보장보험을 가입한 246농가 중 194농가가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지급실적이 79%에 이르는 셈이다. 반면 농작물재해보험 지급실적은 44% 수준이다. 농금원 관계자는 “농작물재해보험에 가격 보장을 더한 상품이 농업수입보장보험인 만큼 기준가격보다 실제 가격이 떨어지면 보험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많은 농민이 보험금을 수령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업수입보장보험 지급실적이 수입 감소로 인한 보험금 외에 생산량 감소로 인한 보험금 지급 내역도 포함하고 있는 만큼 농민들이 제기한 기준가격의 실효성 논란은 수그러들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농금원 관계자 역시 가격하락과 생산량 저하로 인한 보험금 지급실적을 따로 구분하지는 않고 있다고 답했다.

농업수입보장보험의 당초 도입 취지에 맞게 생산비 증가분과 실제 가격 하락분을 반영한 실제 농가 수입 감소분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농민들의 요구가 거세지는 만큼 본사업 추진 전 제도 개선 여부에 농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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