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농민들, ‘가루쌀 모내기’ 나선 윤석열 대통령 규탄

“가루쌀, 쌀 문제 해법 아냐 … 수입쌀 중단해야” 긴급행동 나서

경찰, 윤 대통령 지나는 길목서 차벽 등으로 농민들 시위 차단해

  • 입력 2023.06.09 08:28
  • 수정 2023.06.09 08:52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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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충남 부여에서 ‘가루쌀 모내기’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하기 위해 모인 농민들이 지난 7일 모내기 현장에서 600여m 떨어진 임천면 비정3리 마을회관 앞에서 경찰에 둘러싸인 채 기자회견을 열고 “쌀값 문제 해결은 가루쌀 생산이 아니라 수입쌀 중단이 해답”이라며 윤 대통령을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충남 부여에서 ‘가루쌀 모내기’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하기 위해 모인 농민들이 지난 7일 모내기 현장에서 600여m 떨어진 임천면 비정3리 마을회관 앞에서 경찰에 둘러싸인 채 기자회견을 열고 “쌀값 문제 해결은 가루쌀 생산이 아니라 수입쌀 중단이 해답”이라며 윤 대통령을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막바지에 접어든 모내기로 눈코 뜰 새 없는 충남 농민들이 지난 7일 장화도 벗지 못한 채 일손을 놓고 모였다. 가루쌀 모내기를 위해 충남 부여군 임천면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임천면 소재 꿈에영농조합법인 앞 논에서 청년 농민들과 함께 가루쌀 모내기에 참여했다. 충남 지역 농민들은 하루 전날인 6일 윤 대통령의 방문 소식을 접하고 기자회견을 위해 급하게 달려왔다.

충남 농민들은 이날 “가루쌀은 쌀 가격 폭락의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 쌀 수입을 중단하고 양곡관리법을 전면 개정해 농민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전달하고, 윤석열정부의 농정을 규탄했다. 이 자리에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충남연합(회장 권태옥),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의장 이진구)과 충남 각 시‧군농민회 농민들과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본부장 문용민) 노동자 등 30여명이 함께했다.

농민들이 기자회견을 준비한 곳은 비정3리 마을회관 앞 도로변. 모내기 행사장과 논을 사이에 두고 600여m 떨어진 곳으로 윤 대통령 일행이 행사장으로 가는 길목이다. 대통령 일행이 지나면서 정부를 규탄하는 현수막과 손피켓을 잘 보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경찰이 이를 강하게 막아 나섰다. 김경호 부여경찰서장은 직접 나서 농민들과 몸을 부딪히고 소리를 질러가며 “미신고 집회니 해산하라”, “이동 조치, 이동 조치”라고 수차례 명령했다.

농민들은 “집회가 아닌 기자회견이며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겠으니 자극하지 말라”고 요청했지만, 도로변에 있던 농민들은 결국 경찰에 밀려 도로 안쪽 마을회관 앞으로 옮겨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아울러 경찰은 대통령 일행이 농민들의 현수막과 손피켓을 볼 수 없도록 농민들이 섰던 도로변에 경찰버스를 세워버렸다. 이에 신지연 전여농 충남연합 사무처장이 손피켓을 들고 경찰버스 옆에 서 있던 트럭 본체 위로 올라가 도로를 향해 섰다. 곧이어 윤석열 대통령 일행의 차량이 지나갔고 농민들은 일제히 “윤석열 퇴진”을 외쳤다.

기자회견에서 농민들은 “정부는 가루쌀을 생산하면 쌀값 폭락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가루쌀 몇 톤 생산한다고 해결될 쌀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금 한창 논에서 모를 심어야 하는데 점심도 못 먹고 시간 쪼개서 왔다. 오죽했으면 그랬겠나. 그 어떤 것도 보장받지 못하는 농산물값에 농민들은 분통이 터질 지경”이라고 분노했다.

이진구 전농 충남도연맹 의장은 “노동자, 농민 죽인 윤석열 대통령의 부여 방문을 열렬히 환영한다”면서 “국민의 주식인 쌀을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법이 양곡관리법인데 이에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은 농민, 노동자를 얼마나 또 죽이려 하나”라고 규탄했다.

이 의장은 “농산물 수입에 매년 40조7,000억원이 들어간다. 농업 예산을 조금만 더 보태면 이 돈 안 들여도 된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당장 양곡관리법 재개정에 착수하고, 농민의 목소리를 반드시 들어라. 농민들이 바쁜 와중에 왜 이 자리에 왔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용민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장은 “한창 농번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와서 우리 농민 동지들의 일거리를 또 만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딜 가도 농민, 노동자, 시민뿐 아니라 민생치안을 신경 써야 할 경찰에게도 짐만 된다”라며 “양회동 건설노동자를 공갈범으로 몰아 노동자의 날에 죽음으로 내몬 무도한 윤석열 대통령을 끄집어 내리기 위해 농민 형제들과 언제나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재석 부여군농민회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농민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쌀값 하락의 본질이 농민들의 과도한 쌀 생산이라 호도하며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은 그 대안이라 내놓은 가루쌀 모내기를 해보려 내려왔다”라며 “그러나 가루쌀은 빠른 노화 진행으로 인한 유통기간 문제, 신장성 부족으로 반죽의 찢어짐 등 농림축산식품부가 2022년 6월 의뢰한 가공적합성 평가에서 이미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가루쌀에 대한 검증이 매우 부실한데도 쌀 문제에 대한 근본 대책은커녕 가루쌀 생산 강조와 저율관세할당(TRQ)으로 매년 국내 쌀 생산의 10%에 이르는 쌀을 수입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정부의 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농민들은 “전농 충남도연맹과 시‧군농민회는 2022년 동시다발 논갈이 투쟁부터 도청, 군청, 여의도 등에서 수많은 농민과 함께 경고의 메시지를 계속 보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 모두 이에 답하지 않았다”면서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과 쌀 수입 즉각 중단으로 농민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는 한 농민들의 대통령에 대한 거부권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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