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9만원

  • 입력 2023.06.04 18:00
  • 수정 2023.06.05 07:04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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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호 기자
한승호 기자

지난해 농가의 평균 농업소득 949만원. 전년 대비 26.8% 하락.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감소.

세 자릿수로 떨어진 농업소득. 긴말이 필요 없다. 농업‧농촌‧농민이 위기다. 일 년 내내 농사지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해 손에 쥐는 수익이 1,000만원에 미치지도 못한다. 재작년까진 농업소득이 10여년째 1,000만원대에 정체돼 있다며 관련 대책 마련 등을 정부에 촉구하곤 했는데 이제 이마저도 옛말이 됐다. 그때가 ‘호시절’이었다니, 생각하면 할수록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다.

사실, 농업소득 감소는 예견된 일이라 볼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비롯된 국제 원자재 수급 불안은 농약 및 비료값의 폭등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농번기 인력 부족을 심하게 겪은 농촌에선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인건비가 치솟았다. 최근 마늘 수확이 한창인 경남 창녕에선 하루 인건비가 16~18만원에 달한다. 게다가 유류비와 전기료까지 상승했으니 사실상 농업 생산에 필요한 모든 비용이 농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올랐다. 실로 유례없는 생산비 폭등이다.

반면, 농산물 값은 하락하거나 현상 유지에 머물렀다. 대표적으로 작년 쌀값은 45년 만에 역대 최대 폭으로 떨어진 바 있다. 기후위기에 따른 재해, 수급 상황에 따른 일시적 가격 폭등이 있을지언정 전반적인 농산물 값은 대폭 오른 생산비를 반영하기는커녕 약세를 면치 못했다. 게다가 윤석열정부는 소비자 물가안정에 방점을 찍고 수입을 늘려서라도 농산물 가격 잡기에만 심혈을 기울였다.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빚더미’라는 하소연들이 농촌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결국, 949만원이라는 숫자에 담긴 함의는 생산비 폭등·가격 하락의 굴레에 빠져 허덕일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농민들이 처해 있는 잔인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건 아닐까. 상황이 이럴진대 정부는 무엇을 하는지, 대책은 있는지 감감무소식이다. 정녕, 이 또한 윤석열정부의 ‘디폴트’값인 문재인정부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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