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물과 남녘 논, 도농이 함께 짓는 통일쌀”

철원군농민회, 민간인통제구역서 2023 철원군 통일쌀 모내기 개최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북한이탈 청년·대학생 농활대 등 대거 참여

  • 입력 2023.06.02 09:56
  • 수정 2023.06.02 10:09
  • 기자명 김수나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지난달 27일 강원 철원군 철원읍 내포리 평화의 논에서 열린 ‘2023 철원군 통일쌀 모내기’에서 농민들과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회원 및 대학생 등 50여명이 손모내기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27일 강원 철원군 철원읍 내포리 평화의 논에서 열린 ‘2023 철원군 통일쌀 모내기’에서 농민들과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회원 및 대학생 등 50여명이 손모내기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못줄을 옮기는 호루라기 신호가 드넓은 들녘에 경쾌하게 울렸다. 지난달 27일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내포리 ‘철원군 평화의 논’에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린 남녀노소 50여명이 물이 찰랑대는 논에 들어갔다. 민간인통제구역인 이곳에 이들이 모인 것은 철원군농민회(회장 위재호)가 진행한 ‘2023 철원군 통일쌀 모내기’를 위해서다. 철원군농민회는 평화통일을 간절히 바라는 뜻에서 10년째 이곳에서 손모내기를 하고 있다.

참가 인원에 맞춰 준비된 400평짜리 논에 못줄에 맞춰 늘어선 참가자들이 모내기를 시작했다. 철원 오대쌀을 상징하는 다섯 가지(통일, 평화와 행복, 농심, 하늘님, 땅님)의 염원이 모 한 포기 한 포기에 담겼다. 허리가 아플 때쯤 오대쌀로 만든 막걸리가 한 순배씩 돌고, 때 맞춰 풍물패가 논두렁에서 흥을 돋우니, 눈 깜짝할 새 모내기가 끝났다.

이날 모내기에는 철원군농민회와 10년째 교류하고 있는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대표 김충기), 오픈더문(북한 이탈 청년들이 운영에 참여하는 철원읍 소재 음식점)에서 온 어린이·청년들, 수도권사회참여동아리연합 소속 인천대·인하대 학생 등이 참여했다.

위재호 회장은 “우리 민족은 70년 넘게 분단의 아픔을 겪었지만, 우리는 그동안 끈질기게 통일을 위해 노력했고 그 노력의 하나로 오늘 통일쌀 모내기를 한다”면서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의 통일을 향한 열정과 노력이 통일을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인사했다.

이어 김용빈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부의장은 “우리는 이곳을 통일의 중심지라고 부른다. 여러분이 보는 앞산은 북녘의 산이고 이 논의 물은 그 산에서 내려왔으니 오늘 모내기는 남북 합작”이라며 “남북 대치와 동서 냉전으로 후퇴하는 지금, 우리가 진정한 평화의 일꾼이란 마음으로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통일쌀 모내기는 통일뿐 아니라 함께하는 즐거움과 의미를 주는 행사다.

전흥준 철원군농민회 조국통일위원장은 “농업이 대부분 기계화돼 여럿이 어울릴 기회가 없고, 이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공동체가 무너져 많이 아쉽다”면서 “행사 준비가 쉽지만은 않지만, 이날만이라도 이야기 나누며 함께 살아감을 느끼는 즐거운 날이다. 우리한텐 잔칫날이라 많이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어 전 조국통일위원장은 “분단의 사슬이 빨리 끊어져 우리 민족이 자유로운 날개를 다는 날이 오도록 더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면서 “윤석열정부 들어 더 고통받고 있다. 민족의 혼인 쌀의 중요성이 점점 퇴색돼 안타깝다. 쌀이 천대받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쌀의 중요성을 알리고 소비자와 농민이 교감하기 위해 오늘 컵에 심은 모를 나눠 준다”고 말했다.

김충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는 “통일에 대한 시민의 열망은 불씨가 꺼진 지 오래이고 현장에 오기 전에는 통일을 생각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면서 “오늘만이라도 우리가 마음을 다해 실천하면 통일이 조금씩 앞당겨질 것이라 생각하며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농활은 여러 번 경험했지만 모내기는 처음이라는 대학생들은 “기후위기나 농업현실이 너무 암담하다. 식량자급률이 낮고 농민 지원도 없다. 국가가 추구하는 정책 방향이 농민이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식”이라며 “농민의 삶과 먹거리 위기를 알려면 농활이 필수이고 우리의 중요한 과제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1990년 창립 때부터 평화통일을 지향해온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매년 통일경작지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통일경작지 사업은 2002년 통일쌀보내기 운동이 그 뿌리로 이후 농민운동의 한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통일경작지에 참여하는 농민회는 모두 37곳으로 작물 대부분은 벼이고 콩(홍천)과 시래기(양구)가 각 1개 지역씩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