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의 사료·퇴비화 순환, 바이오가스 시대에도 존속해야”

인터뷰 l 이석길 (사)한국음식물자원화협회 사무국장

  • 입력 2023.06.01 19:24
  • 수정 2023.06.02 09:05
  • 기자명 한우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탄소중립 달성이 국경을 초월한 인류의 목표가 되면서, 각종 폐기물의 재활용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음식물 역시 재활용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논의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재생에너지생산 확대기조와 맞물려 ‘바이오가스’ 생산을 위한 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음식물류 폐기물의 재활용률 자체는 90%를 웃돌 정도로 높다. 지난 2021년 분리 배출된 생활계 음식물류 폐기물은 447만여톤이었는데, 통계상으론 이 중 96%가 재활용됐다. 주로 수분을 짜내고 말려 남은 고형물을 가공해 사료나 퇴비로 활용하는 것인데, 실제로는 이 재활용품이 다시 영농현장으로 돌아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실질 재활용률’은 미지수다. 실제 사료나 퇴비로서 얼마나 쓰이는지에 대해 폐기물 소관부처인 환경부와 사료 소관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모두 정확한 통계가 없다.

“사료관련 처리시설이 50%, 퇴비가 35%, 그리고 나머지가 바이오가스 처리시설인데 최근에 좀 많이 늘었다. 습식사료의 시설비용이 저렴해 가장 많은 개소가 있었지만 돼지나 닭으로 가는 길이 막힌 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업체들은 건조 시설을 갖춰 건식사료를 만들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소형 업체들은 탈수 과정만 거쳐서 퇴비 시설로 다시 보내는데 어느 쪽이든 비용이 늘어난다. 한편 바이오가스처리시설은 그보다도 몇 배 이상으로 시설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가스를 만들고 난 뒤 생성되는 고형물의 처리비용도 높아 민간업체 수준에선 어렵다.”

이석길 (사)한국음식물자원화협회 사무국장은 전염병 전파를 이유로 음식물 기반 습식사료를 전면 규제한 정부 정책 이후 음식물의 재활용이 크게 위축됐다고 말한다.

본래 습식사료의 주 용처는 돼지·닭의 사료였으나, 가축질병이 창궐했던 지난 2018~2019년 경 돼지의 음식물 급여는 아예 금지됐고, 가금류도 수분 14% 이하의 건식 사료만 급여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바로 이듬해부터 양축용 배합사료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기 시작했지만, 잔반을 활용한 사료가 공식적으로는 대안으로조차 언급되지 못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습식사료로 가공한 음식물류 폐기물을 먹고 성장하는 애벌레 ‘동에등애’를 활용한 2차 가공 등 곤충산업에서의 활용도가 새로이 조명받긴 했지만 밀려드는 공급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모자라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음식물류 재활용 폐기물은 47만5,000톤이었지만, 판매된 물량은 이 가운데 15%에도 미치지 못한 6만2,000톤에 그쳤다. ‘바이오가스법’이 제정되기는 했지만 생산시설 전환을 유도할만한 정책은 아직 청사진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다.

“가축질병은 농장에 드나드는 사람, 각종 차량 등에 의해 전파되는 거지 음식물로 만든 사료를 먹인다고 해서 전파될 수 없다. 습식사료라고 해도 80도에서 30분 이상 가열하는 멸균 처리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가축질병이 발생한 농장도 대부분 배합사료를 먹이는 곳들인데, 그것만 봐도 어떤 사료를 먹였느냐에 따라 발생 여부가 달라진다고 볼 수 없지 않나. 저희들은 책임 소재를 둘 희생자를 만들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 사무국장은 음식물자원화의 기조가 바이오가스화 확대로 변해가는 데 대해 무조건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다만 바이오가스화 활용만이 정답인 것처럼 여기는 시각에는 분명하게 반박했다.

배출지 등에 따라 품질 좋은 자원도 발생하는데, 바이오가스 생산만을 목표로 접근하면 그 활용가치를 필요 이상으로 매몰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무엇보다 사료화나 퇴비화는 우리의 식탁과 축사 혹은 경작지를 오가며 물질의 선순환에 곧바로 기여할 수 있는 만큼, 재활용 분류에서 사료화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여전히 옳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일단은 사료화가 우선순위 상 1번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파트 같은 공공주택에서 나오는 것은 물론 신선하지 않다. 하루나 이틀, 어떤 곳은 일주일 만에 나오기도 하니까. 하지만 병원이나 공공급식소 등에서 나오는 것들은 매우 양질이다. 매일 매일 수거되니 부패의 우려가 적고 이물질도 없다. 그래서 양질의 것은 사료로, 사료화가 어려운 것들은 퇴비로, 또 그렇게도 활용하기 힘든 남는 것들을 바이오가스로 만들려고 해야 맞다고 생각한다.”

 

※이 인터뷰는 한살림 모심과살림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했습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