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2022년 농업소득 26.8% 하락, 말이 되나?

  • 입력 2023.05.28 18:00
  • 수정 2023.05.29 07:04
  • 기자명 구점숙(경남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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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점숙(경남 남해)
구점숙(경남 남해)

마늘과 양파 등 봄 수확이 한밤중입니다. 뒤이어 이모작 파종까지 마치려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 지경이지요. 그렇게 또다시 농촌의 오월이 흘러갑니다. 제아무리 뼈 빠지게 일해도 살림이 나아지지 않는 까닭이 뭘까요? 정말이지 주변 사람 중에 게으른 사람들은 아무도 없던데, 부지런하면 잘 산다는 신화는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요?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2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소득은 4,615만3,000원으로 전년(4,775만9,000원)보다 160만6,000원 감소했다 합니다. 특히 전체 4,000만원 넘는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은 948만5,000원으로 전년(1,296만1,000원) 대비 26.8%나 하락을 한 셈입니다. 900만원대로 떨어진 건 2012년(912만7,000원) 이후 10년 만이라고 하니, 아니 이렇게 눈으로 확인하고 보니 참 놀랍기 짝이 없습니다. 농사지어도 남는 것이 없다는 얘기가 통계로 드러나서 망연자실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쌀값이 12. 9%나 떨어졌는데, 비료값과 사료값이 각각 19.3%, 17.8% 증가했고, 전기요금과 석유제품 농자재값이 오르면서 영농 광열비가 전년 대비 15.5%나 뛰었다고 하니 농업경영이 얼마나 힘겨웠는지 알만합니다. 쌀값 폭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정치의 실종이, 이렇게나 현장의 어려움으로 다가온 것입니다. 농사가 어렵다고, 생산비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여도 정치권이 미동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바쁜 농사철에도 어떻게 하던 농민의 현실을 알리겠다고 집회에 참석해서 목소리를 높이면, 언론이 말하는 집회의 단상은 쓰레기가 쌓이는 현장을 보여주며 시민의식을 들먹이기만 합니다.

농업이 이럴 지경인데, 농촌 인구소멸을 막아보겠다는 온갖 제도와 아이디어가 참 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컨설팅 업체에 맡겨서는 도심 재건, 청년 유치 프로그램, 관광자원 확대 등 온갖 이름으로 이런 저런 일을 벌이고, 그 노력이 참으로 눈물겹지만, 이렇게 근본이 제대로 서지 않는데 지역소멸이 해결될 리가 만무합니다. 도시와 농촌, 산업 간의 불균형, 고수와 초보의 유대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더미입니다.

거듭 얘기하지만 빈곤해지면 여성들이 가장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게 되어 있고 더 많이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랜 역사가 그것을 증명할뿐더러 우리의 기억에도 아직 남아 있는 장면입니다. 이미 나이 드신 분들의 농가소득엔 자녀들이 주는 용돈이나 노령연금 등이 포함되지만 젊은 농가에서는 그런 것도 없으니, 어쨌거나 살아남으려고 요양보호사를 뛰면서 또 짬나는 대로 농사일에 손을 보태고, 그사이에 다른 일이 있으면 덤벼듭니다. 이중 삼중의 노동을 하며 저녁 늦도록 헤드라이트를 켜고서 비닐하우스에서 작업을 한다는 얘기, 꼭두새벽부터 산에 올라서 고사리를 뜯는 얘기가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라 우리네 현실입니다. 축산농가에서는 밤늦도록 송아지에게 분유를 먹이느라 불이 꺼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도 하다하다 안 되면 농사를 접고서 재촌탈농하거나 지역을 뜨게 되는 것입니다. 귀농한 젊은이들은 3년을 못 버티고 맙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버텨 보겠다는 살아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도 가능성이 있을 때나 하는 것입니다. 농민들이 빈곤한 것은 게을러서도 아니고 머리가 나빠서도 아닙니다. 더 영악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랄까, 무엇보다 정치가 균형을 잡는 역할을 못 하고 있어서겠지요. 농가 경제조사를 보는데 울컥 목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릅니다. 참말이지 이 통계치를 보고도 괴롭지 않다면 농업 관료와 정치권의 농업에 대한 진심은 없는 것입니다. 새삼스럽지도 않는 이야기를 하면서 오늘 하루가 참 길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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