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통계청이 될 것인가? 똥개청이 될 것인가?

  • 입력 2023.05.28 18:00
  • 수정 2023.05.29 07:04
  • 기자명 조경희(전북 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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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희(전북 김제)
조경희(전북 김제)

며칠 전 통계청의 2022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다. 언론사들은 이 발표를 특별한 분석이나 평가 없이 그대로 보도했다. 일부 지역 언론사는 자기 지역의 농업소득이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왔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농가 경제조사 결과의 내용은 간단하다. 누구나 예상했듯 지난해 농가소득은 전년에 비해 줄어들었다. 농업소득은 줄어든 반면 농업경영비는 증가하였으니 당연한 결과다. 한편 비농업소득과 공적보조금이 포함된 이전소득 등이 늘어 전체 농가소득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다는 내용이다. 일단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농가의 평균자산은 오히려 3,079만원이 증가하여 6억1,647만원이고, 평균부채는 3,502만원으로 전년보다 감소했다고 한다. 자산과 부채가 정반대인 나의 입장에선 믿기 힘들지만 이것도 그렇다고 치자. 농업소득이 줄었어도 농지값이 올라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하거나, 농가들이 집집마다 장롱 속에 금덩이라도 보관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렇다면 통계청의 이 경제조사는 어떻게 이뤄졌을까? 발표에 의하면 전국 표본농가 3,000가구(2인 이상 농가 2,900가구, 1인 농가 100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라고 한다. 농업법인 등은 제외했다고 한다. 처음 경제조사 결과를 들었을 때는 표본농가 중에 수천억 자산가라도 있어서 결과가 왜곡된 줄 알았는데 또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 또한 믿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치자. 통계청의 조사 발표에 대한 신뢰를 떠나서 농•어가 경제조사의 결과를 자세하게 올려놓았고 또 연령대별로, 지역별로 다양하게 분석한 내용을 통계청 홈페이지에 올려놓았으니 필요에 따라 활용할 가치는 있을 것 같다.

요즘 트랙터 작업을 하면서 라디오를 듣다보면 통계청 광고가 나온다. ‘우리 곁에 언제나 통계가 어쩌고, 저쩌고…’ 통계가 늘 우리 곁에 있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그 통계를 만들어내는 통계청을 신뢰할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자료에 따르면 1998년부터 농어업과 관련된 통계조사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통계청으로 이관했고 이 조사는 정부의 공식통계로 인정하고 있다. 해마다 농민들의 삶과 연관된 농업생산량이나 농산물 가격, 농업소득을 포함한 농가경제 등을 통계청이 조사하고 이를 인용해 각 정부기관이 그대로 발표하거나 농업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 통계청의 농어가 경제조사도 다음날 농식품부가 그대로 인용해 보도자료로 발표했다.

여기서부터 농민들의 불만과 불신이 쌓이기 시작한다. 농민들은 정부의 발표를 도저히 믿을 수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데 정부는 통계청이 그렇게 조사했으니 틀림이 없다는 것으로 발뺌한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것이니 100% 확실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잘못이 있으면 농식품부가 아니라 통계청의 조사에 있다는 식으로 빠져나간다. 그러다보니 농민들 가운데에는 농업과 관련된 통계조사를 농식품부가 직접 담당할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통계조사는 표본조사로서 오차가 있기 마련이다. 전수조사를 한다고 해도 역시 오차는 있을 수밖에 없다. 100% 신뢰할 수 있는 통계는 없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통계조사의 신뢰는 조사기관이 그동안 쌓아놓은 결과물이 얼마나 신뢰를 받고 있는가가 오히려 더 크게 작용한다. 현장의 농민들이 갖고 있는 농업 통계조사에 대한 신뢰도는 거의 바닥수준이다. 그것이 통계청에 대한 신뢰도와 일치한다.

통계청은 표본농가의 선정부터 조사방식, 기초 조사 자료에 대해 농민들이 문의하고 공개를 요구해도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 통계청 스스로 통계조사를 발표하며 오차가 있을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그럴진대 조사결과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통계청의 광고처럼 통계는 늘 국민들의 삶 곁에 있고,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의 모든 정책이 올바르기 위해선 기초가 되는 통계조사부터 올바로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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