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목장관리앱’ 분쟁을 보며

  • 입력 2023.05.25 19:41
  • 수정 2023.05.29 07:05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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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농협이 목장관리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한 가운데, 이 서비스가 민간시장의 앱 ‘키우소’를 도용했다는 문제제기와 함께 양측의 분쟁이 진행 중이다. 핵심 쟁점은 농협이 소규모 기업의 아이디어를 탈취했는지, 그리고 농협이 수집하고 키우소가 활용하던 농가·개체 정보 등을 ‘공공데이터’로 볼 수 있는지다.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데이터’는 공공기관이 법에서 정하는 목적을 위해 생성 또는 취득해 관리하고 있는 자료들이다. 국민은 이 데이터의 이용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으며, 이에 따라 국민 삶의 질 향상과 경제발전을 위한 공공데이터의 민간 활용을 허용하고 있다.

우선 키우소가 활용하고 있는 정보가 공공데이터가 아니며, 따라서 접근을 제한해야 한다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농협을 공공기관으로 봐야할 지에 대해선 늘 이견이 엇갈리며 법제처 또한 공공기관보다는 법인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법령해석을 내놓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데이터’의 성격만 놓고 보면 어떤가. 이 정보들의 수집·관리의 목적은 방역의 효율성 제고, 소비자의 알 권리, 그리고 축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공공의 이익에 있으며, 그 배경에는 축산물이력제라는 국가적 기틀도 자리한다.

이미 농협은 물론이고 유관 협회와 공공기관 등 정보 수집에 관여하고 있는 모든 관계기관이 한우의 개체번호만 알면 누구나 유전평가정보·혈통정보·번식정보·도축정보 등의 이력을 통틀어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공적 영역을 매개로 농가에서 농가를 오가고 또 소비시장에서도 활용되는 이 데이터가 공공성이 없다면, 축산 영역에서 과연 무엇을 공공데이터로 지칭해야 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쉽지 않다. 설령 이를 ‘공공의 소유’라고 말할 수는 없을지언정, 적어도 그 성격에 공공성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또한 마찬가지의 이유로, 특정 업체가 ‘독창적 아이디어’를 이유 삼아 이 데이터를 전파하고 가공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납득이 어렵다. 서비스의 경쟁력은 이 공적 데이터를 재료로 내놓은 주관적 해석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지에서 찾아야 한다. 데이터 수집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농협이 이를 똑같이 활용하겠다는 목적이 조합원 환원인 만큼 축산농가 입장에서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설령 유사한 서비스가 등장한다 한들 똑같은 데이터를 원료로 더 나은 해석을 제공한다고 생각하는 농가는 이를 외면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이 데이터의 자유로운 활용과 가공을 허용하고 농가에게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이 정보를 생성하고 또 소비할 이들이 어디까지나 소를 키우는 농가라는 사실을 망각해선 안 된다. 부디 축산농가의 정보 접근성과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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