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들, 다음 겨울엔 살아남을 수 있을까

국립농업과학원 “먹이 충분·봄벌 증식 왕성, 그래도 2~3년 지켜봐야”
윤화현 한국양봉협회장 “농가들 방역노력 철저했다 … 계속 노력해야”

  • 입력 2023.05.18 17:45
  • 수정 2023.05.18 18:47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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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고정양봉을 하는 박기수씨가 올해 증식한 봄벌을 내보이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고정양봉을 하는 박기수씨가 올해 증식한 봄벌을 내보이고 있다.

 

대규모 동계 꿀벌실종이 올해도 어김없이 발생했다. 지난해 양호했던 아카시 꿀 작황을 기반으로 일각에선 벌들의 면역력 향상을 예상하며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도 했으나, 상황은 매년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양봉협회는 지난 4월까지 소속농가의 봉군 중 61%(약 94만군)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하고, 이제는 정말 대책을 미룰 수 없다며 양봉직불제 도입과 양봉산업육성법 개정에 뛰어들었다. 

큰 흐름을 잠시 뒤로하고, 그렇다면 살아남아 일을 시작하는 벌들의 올겨울 운명은 또 어떻게 될까. 매년 이 시기 민관 합동으로 전국 벌의 생육상태와 작황 등을 살피는 한국양봉협회·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농림축산검역본부의 조사현장 속에서 각계 산업종사자들의 단기 영농전망을 들어봤다.

조사단은 지난 16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 양봉장을 방문했다. 이날 방문한 현장 양봉현장은 올해 약 120군의 벌들로 고정양봉을 하고 있는 박기수(55)씨의 일터다. 박씨 역시 지난 겨울 150군 정도가 사라지는 피해를 입었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벌들의 왕성한 번식을 유도하는 데 성공해 꿀 농사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박씨는 이날 자신의 양봉장을 소개하며 방제 성과를 상세하게 공유했는데, 이 양봉장을 관찰한 조유영 국립농업과학원 곤충양잠산업과 연구사는 “겨울 월동 전에 번데기방을 제거하고 방제하는 것이 가장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매우 잘 지켰다”라며 “방제도 플루발리네이트와 아미트라즈 계열 약제를 교차로 활용한 점이 좋았다”라고 호평했다. 

박씨는 “약품도 내성이 생긴다하는데 20년 동안 딱 두 가지만 썼다. 방제는 진드기가 보이면 안 나올 때까지 반복하고, 꿀을 땄는데 진드기가 심하면 나머지는 다 포기하고 벌을 살린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의 경우 늦장마가 왔는데, 일찍 분봉한 벌들은 그래도 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시기를 놓쳐 늦게, 이미 오염된 벌을 쪼개 또 이동양봉해서 꿀을 따면 어떻게 되겠나. 결국 꿀과 벌을 바꾸는 꼴”이라며 “생산도 중요하지만 벌을 중시한다. 올해도 벌이 한통에 40만원씩 했는데, 벌을 사서 다시 시작하게 되면 그만큼 적자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고정양봉의 경우) 주변 사람과의 교류도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그는 “내가 아무리 벌을 잘 키울지언정 주변에서도 도와줘야 피해가 줄어든다”라며 “주변의 밭이나 과수원도 농사를 지어야하니 약을 안 칠 수가 없는데, 꽃이 폈을 때는 되도록 아침이나 저녁에만 쳐달라 부탁한다. 그게 상당히 중요하더라”라고 강조했다.

 

현장 점검 경과를 설명하고 있는 한상미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장.

 

한상미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장은 “다행히도 현장 조사 결과 벌의 증식이 왕성해 응애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먹이원이 충분하고 좋은 생활이 지속되면 응애를 물리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간접 시사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가장 중요한 시기는 아카시 꿀을 다 딴 뒤 6·7월의 응애 적정 방제 시기다. 그 때 또 한 번의 실기를 하지 않기 위해 충분하게 방제하고 특별히 신경 써 달라”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곧바로 다음 월동기부터 성과가 나타나리라고는 쉬이 확신하지 않았다. 한 과장은 그 이유로 “벌은 생물이다. 응애에 대한 저항성 문제도 계속 누적이 되다 터진 것처럼, 그 회복도 최소 2~3년은 걸리리라고 본다”라며 “일부 농가들이 저항성을 생각해 (먼저) 약제를 바꾸기는 했지만 모든 농가들이 그러지는 못했고, 농가들이 바르게 방제한다고 해도 피해를 줄일 수는 있겠으나 예전으로 완전히 돌아가는 것은 1, 2년 내에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라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현장을 방문한 이상재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장은 약제에 대해 “플루바이네이트 계열 약제가 잘 들었기에 편의성 덕에 농가들이 그것만 써왔는데, 농진청과 정부기관들이 협력해 (새로운 약제를) 개발해 나가고 있다”라며 “현재 갖고 있는 것 내에서도 교차적으로 활용한다면 어느 정도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윤화현 한국양봉협회장은 “풍부한 먹이원으로 인해 벌들의 면역성이 강화돼 진드기가 번식을 못했다는 이야기도 일리가 있지만, 그보다도 저는 우리 농가들이 철저하게 방역을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했다. 

윤 회장은 “제 농장도 그렇고, 작년 봄벌보다는 진드기가 훨씬 보이지 않는다. 벌들도 훨씬 광군으로 번식돼 있는 상태다. 물론 벌들의 회복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여름만 잘 지낸다면 농가들이 원하는 만큼의 분봉이 가능할 것이란 자신감이 든다”라며 “단 먹이원이 풍부해야한다는 전제 조건과 함께 우리 농가들도 방제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라고 다시금 강조했다.

 

이상재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 부장(왼쪽)과 윤화현 한국양봉협회 회장이 올해 산업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상재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 부장(왼쪽)과 윤화현 한국양봉협회 회장이 올해 산업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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