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아토피와 온병학(3)

  • 입력 2023.05.14 18:00
  • 수정 2023.05.15 06:37
  • 기자명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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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지난 칼럼에 이어 아토피와 온병학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온병학은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을 관찰하여 진단·치료하는 임상 한의학 이론입니다. 온병학은 전염병의 증상을 위기영혈(衛氣營血)의 4단계와 상중하초(上中下焦)의 3단계로 나누어 진단하고 치료합니다. 위분(衛分)의 질병 증상이 전염병의 원인인 사기(邪氣), 즉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것들이 가장 얕게 침입해있는 상태이고, 기분(氣分)·영분(營分)·혈분(血分)의 질병 증상이 나타날수록 바이러스나 세균들이 더욱 깊숙이 침입해있는 상태입니다. 마찬가지로 상초(上焦)의 증상이 나타나면 병이 가벼운 것이고, 하초(下焦)의 증상이 나타나면 병이 무거운 것입니다.

대개 우리는 감기와 같은 감염병들에 대해 인후통, 콧물이나 코막힘, 기침가래, 몸살, 발열 등의 증상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온병학에 따르면 인후통, 콧물, 코막힘, 기침가래, 몸살, 발열 등의 증상은 위분, 기분이나 상초병과 같이 일부 감염병의 얕은 단계 증상일 뿐 전부는 아닙니다.

비염, 식도염, 소화불량, 잦은 설사나 변비, 입마름, 소변을 자주 봄, 방광염, 피부의 발진이나 두드러기, 잠꼬대나 가위눌림 등의 불면증 등까지도 모두 감염병의 증상일 수 있습니다. 온병학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증상들을 영분, 혈분, 또는 중초, 하초에 온병이 생긴 것으로 보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감기약을 많이 처방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대한민국만의 독특한 모습입니다. 한국에서는 코로나와 감기에 해열진통제부터 항생제, 항히스타민제, 진해거담제, 소화제는 기본이고, 심지어 스테로이드 주사나 수액까지 처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감기에 항생제, 항히스타민제, 진해거담제, 스테로이드, 수액 등이 효과가 없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외국은 어떨까요? 코로나가 극성일 때도 유럽이나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이나 이부프로펜 한 알 정도만 처방했습니다. 코로나 또한 감기이며, 양방의 감기약이 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므로, 외국에서는 무리하게 감기약을 처방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외국과는 다르게 감기약을 많이 처방할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얘기는 너무 어려운 이야기이니 다른 전문가에게 맡기고, 저는 의료인으로서 감기약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제가 안타까운 것은 감기약을 처방받아 복용했을 때 효과보다도 손해가 더 많은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감기 증상을 사라지게 하겠다고 오랫동안 감기약을 복용해온 환자들, 그래서 감기가 나았다는 환자들을 관찰해보면 그렇습니다.

양방 감기약을 오래 복용한 환자들을 보면 인후통, 콧물이나 코막힘, 기침가래, 몸살, 발열 등 온병의 위분병, 상초병 증상은 분명히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비염, 식도염, 소화불량, 잦은 설사나 변비, 입마름, 소변을 자주 봄, 방광염, 피부의 발진이나 두드러기, 잠꼬대나 가위눌림 등의 불면증 등 다양한 온병의 기분, 영분, 혈분병 증상들, 중초, 하초병의 증상들은 새로 생겨나거나 더 심해진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감기, 즉 한의학에서의 온병이 위분, 기분에서 영분, 혈분병으로, 상초에서 중초, 중초에서 하초병으로 더욱 악화되면 다양한 질환들의 원인이 됩니다. 갑자기 식욕이 줄어 몸무게가 줄거나, 반대로 식욕이 항진되어 비만이 되기도 합니다. 목이나 어깨, 허리, 무릎 등 관절에 만성통증이 생기고, 심지어 귀에 소리가 나거나 눈에 녹내장, 황반변성 등이 생깁니다. 류마티스, 크론병 등 희귀한 자가면역질환이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생기기도 합니다.

아토피 환자들 또한 그렇습니다. 아토피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감기에는 잘 안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후통, 콧물이나 코막힘, 기침가래, 몸살, 발열 등의 위분병이나 기분병, 상초병의 증상이 잘 생기지 않거나 걸려도 가볍게 지나갑니다. 왜냐면 이미 온병의 사기(邪氣), 즉 세균이나 바이러스들이 이미 영분, 혈분이나 중초, 하초에 머물러 있어서 평소 비염, 소화불량, 잦은 설사나 변비, 입마름, 방광염, 피부의 발진이나 두드러기, 잠꼬대나 가위눌림 등의 증상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온병학을 활용해 어디에 병이 있는지 찾아내어 한약 치료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오히려 열이 나거나 인후통, 콧물, 코막힘 등 일반적인 감기 증상이 생기면서 아토피가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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