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한두봉, 농경연)의 쌀 재배면적 전망치가 실제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매년 초 농업전망에서 발표하는 그해 단경기 쌀값도 최대 25%까지 격차가 발생하는 등 신뢰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내부자료에 따르면 농경연이 그동안 농업전망서 발표한 ‘쌀 재배면적 추정치’와 실제 재배면적 간에 차이가 크다. 농경연은 지난 2010년 농업전망에서 쌀 재배면적을 2015년엔 89만5,000~89만6,000ha로, 2020년엔 85만3,000~85만6,000ha로 추정했다. 그러나 실제 재배면적은 2015년 79만9,000ha(추정치보다 9만6,000~9만7,000ha 부족), 2020년 72만6,000ha(추정치보다 12만7,000~13만ha 부족)다. 2012년 농업전망에선 2018년 재배면적을 80만4,000ha로 추정했으나 실제 73만8,000ha로, 6만6,000ha의 차이가 발생했다. 지난 2017년엔 다음해인 2018년 쌀 재배면적을 74만4,000~76만2,000ha로 추정했지만 실제 73만8,000ha에 머물렀다.
또 농경연의 농업전망이 매년 다른 가정과 시나리오를 설정해 재배면적을 추산하다 보니 같은 해의 추산치라도 변화 폭이 매우 컸다. 실제 73만ha였던 2019년 쌀 재배면적에 대해 전망치는 △2014년 79만6,000ha △2016년 71만1,000~74만7,000ha △2017년 71만1,000~74만6,000ha △2018년 70만5,000~73만9,000ha로 각각 다르다. 즉 2019년 재배면적 전망치가 최소 70만5,000ha부터 최대 79만6,000ha까지 변화 폭이 9만1,000ha나 된다. 물론 2016년·2017년 전망에선 쌀 적정생산(타작물재배)방안을 시나리오에 반영하고, 2018년 전망에선 시장격리가 없다는 조건과 생산조정제 도입여부·목표가격 재설정 등 각각 가정하는 조건이 달라졌다.
김호 전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은 “농업전망의 쌀 재배면적 추정치와 실제 재배면적을 비교해보면, 중장기 전망인 5년 이후의 추정치가 1~3년의 단기전망보다 더 차이가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재배면적을 추정하는 데 다양한 가정을 모두 반영할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정치는 참고자료 역할을 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단경기 쌀값 전망치다. 매년 초 농경연이 개최하는 농업전망에서 그해 8~9월 단경기 쌀값을 추정하는데, 이 역시 정확도가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실제 2010년 3만2,908원(20kg 기준)이었던 단경기 쌀값을 농경연은 3만6,375원으로 10.5% 높게 전망했고, 2015년 3만9,939원인 단경기 쌀값은 4만2,500원으로 6.4% 높은 수치로 추산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농경연은 2018년 4만4,367원인 단경기 쌀값을 3만9,750원으로 10.4% 낮게 전망했으며, 2021년 4만2,549원인 단경기 쌀값은 연초에 5만3,150원으로 무려 25%나 높게 전망했다.
김호 전 상임집행위원장은 “단경기 쌀값 전망은 1년 이내 전망한 수치인데도 최대 25%나 차이가 벌어진다. 부정확한 단경기 가격 전망치가 쌀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RPC나 정미소 등 중간유통업자들이 단경기 쌀값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쌀을 풀지 않고 있다가 정작 단경기에 쏟아내면 이로인해 쌀값이 폭락할 수 있고, 이는 수확기 햅쌀 가격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논란이 있는 전망치인데도,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 반대 논리로 사용했다는 점은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가 신뢰성이 낮은 수치를 마치 불변의 진리처럼 논리를 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