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169] 승자독식의 가치체계 바꿔야

  • 입력 2023.05.14 18:00
  • 수정 2023.05.15 06:36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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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은퇴 후 지역에 내려온 지도 벌써 8년 차에 접어들었다. 당연히 나이도 여덟 살 더 먹었다. 내가 사는 농촌지역에서 자주 뵙는 주민분들이나 농민분들도 내가 그분들을 안 지 8년이 지났으니 그들 또한 여덟 살씩 나이가 더 들었다. 당연하다. 8년여 동안 내 주변 사람들엔 큰 변동이 없고 새로운 사람들을 찾아보기도 쉽지 않으니, 농촌지역은 있는 그 상태에서 점점 늙어가고 나는 그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한 국가가 유지·발전되기 위해서는 정치도 잘해야 하고 외교도 잘해야 하고 정책도 잘 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하고 근본이 되는 것은 인구정책인 것 같다. 사람이 있어야 장사도 되고, 소비도 되고, 서로서로 먹고사는 방법이 생기게 되며, 교육·의료 등 서비스도 원활하게 되고, 공동체도 활력을 얻게 된다.

2021년 5,184만명을 정점으로 우리나라 인구는 이미 감소 국면에 접어들었다. 30년 후인 2050년이 되면 인구는 3,766만명으로 약 27.3% 감소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고 좀 먹고 살만해지면 어느 나라든 인구는 서서히 감소하는 추이를 보인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인구감소는 너무나 급격하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의 기대수명은 평균 83세(여 86세, 남 80세)로서 어느 선진국보다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이 빠르다.

한편 출산율은 0.78명으로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다. 젊은 청년들이 결혼하기도, 출산하기도 어렵게 돼 있어서다.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구조적 문제 즉, 일자리, 양육, 자녀교육, 주거환경, 공정·상식·기회 등이 정의롭고 공평하게 작동하지 않는 데서 오는 실망과 거부감 등이 그 요인인 듯하다. 그래서 출산율 제고는 돈 몇 푼 지원해 준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구조적인 문제들을 풀어야 하는데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인 건 사실이다.

농촌지역의 당면한 지상 최대 과제 또한 인구감소가 아닐까 싶다. 특히 청·장년층이 적으니 읍·면 소재지조차도 저녁에 문 여는 식당이 드물다. 초저녁인데도 거리는 어둡고 썰렁하다. 생기가 없어 진지 꽤 오래됐다.

2021년 자료에 의하면 농가인구 중 70세  이상인 비중은 약 42%, 65세 이상은 약 48%에 달한다. 농촌지역, 특히 농민이 대다수인 리나 마을 단위에서는 대부분 70·80대 이상의 노인들이라고 보면 된다. 전국 평균적으로는 40세 미만의 청년농민은 약 30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그나마 감소추세에 있다. 농촌 지역은 더 빨리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쉬운 과제는 결코 아니지만 지금부터라도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승자 독식의 약탈적·경쟁적 가치 체계를 바꿔야 할 것 같다.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대전환을 위한 전 국민적·국가적 논의체계를 지금부터라도 구축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누가, 어떻게,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 것인가다. 정부나 정치권, 또는 학계에 맡겨서는 안 될 것 같으니 양식 있는 시민사회단체와 의식 있는 지식인들이 먼저 논의를 시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그러면서도 자꾸 답답하고 우울해지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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