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 경북도연맹 “말로만 농도, 농민 목소리는 외면”

농가경영안정지원금 지급·필수 농자재 지원 조례 제정 촉구

경북도청 앞서 15일간 숙박 천막농성, 4,600여명 서명받아

경북도, “보편적 지원 어려워.... 노력하겠다”는 답변에 그쳐

  • 입력 2023.05.10 15:46
  • 수정 2023.05.11 20:04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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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최근 심각한 농작물 냉해 피해와 본격적인 농번기 속에서도 농업 생산비와 농가소득 안정을 위한 법제도 마련을 촉구하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의장 김태현)이 지난 9일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앞에서 ‘경북 농가경영안정지원금 지급 촉구 및 필수 농자재 지원 조례 제정 운동 선포식’을 열었다. 앞서 경북도연맹은 지난달 24일부터 경북도청 동문 앞에서 15일 동안 13개 시·군농민회가 참여하는 숙박 천막농성도 이어왔다.

경북도연맹은 모든 농민을 대상으로 한 농가경영안정지원금제를 마련해 불안정한 농민소득을 보장하고, 농업 생산비를 안정적으로 지원해 급변하는 상황에도 농사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도 차원의 방안을 이날까지 제시하라고 경북도(지사 이철우)에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아울러 천막농성에 앞서 3월 24일부터 4월 21일까지 농가경영안정지원금 지급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했고 여기에는 모두 4,656명이 연명했다.

전농 경북도연맹은 지난달 24일부터 경북도청 동문 앞에서 15일 동안 13개 시·군농민회가 참여하는 숙박 천막농성을 벌였다.
전농 경북도연맹은 지난달 24일부터 경북도청 동문 앞에서 15일 동안 13개 시·군농민회가 참여하는 숙박 천막농성을 벌였다.

천막농성 해산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경북도는 농민 대표단과의 간담회에서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구일 전농 경북도연맹 부의장은 이날 경과보고에서 “김주령 농축산유통국장은 농작물 냉해 피해가 가장 시급하므로 피해조사(5월 19일까지) 뒤 농식품부의 피해 확정과 정부 지원금이 확정되면 농가경영안정지원금을 고려해, 도 예산을 추가 확보하는 등 역할을 찾아보겠다고 했다”면서 “농가경영안정지원금이 아니라 해도 냉해 등 어려움 겪는 농민들에 대한 지원금을 확보하는 노력을 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태현 전농 경북도연맹 의장은 “농업경영안정지원에 관한 것은 여력이 없다고 한다. 단 기상이변으로 인한 냉해 피해 등은 좀 더 전략적으로 기획실에 요구해서 추가지원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시간을 정해 답을 달라고 했는데, 도의 답변은 결국 원론적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올해 예산 문제만이 아니라 경북도는 기본적으로 다수 농민에 대한 보편적 복지는 어렵다는 것이고 재해로 인한 시급한 작목에 대한 선택적 지원 의지는 있다면서 난색을 보였다”면서 “이해하는 부분도 있지만 현재 경북도의 농업 기조와 방향은 반농민적이고 농업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그에 따른 우리 요구는 점점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손외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북연합 회장은 “돈 몇 푼씩 지원하는 것보다 농약값, 비료값 등을 지원하면 농민 모두 골고루 혜택을 볼 수 있지 않나”면서 “농업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안정적으로 꾸준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필수 농자재 지원 조례 운동은 농업 생산비 폭등으로 농자재에 대한 농가 부담이 매우 커진 상황에서 농가경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해 진행되고 있다. 경북도연맹은 비료, 농업용 유류, 사료를 포함한 기본 품목에 지역의 특성 품목을 추가하는 것으로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전농 중앙위원회와 대의원대회를 통해서도 결의된 바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이 지난 9일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앞에서 ‘경북 농가경영안정지원금 지급 촉구 및 필수 농자재 지원 조례 제정 운동 선포식’을 열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이 지난 9일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앞에서 ‘경북 농가경영안정지원금 지급 촉구 및 필수 농자재 지원 조례 제정 운동 선포식’을 열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이 지난 9일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앞에서 ‘경북 농가경영안정지원금 지급 촉구 및 필수 농자재 지원 조례 제정 운동 선포식’을 열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이 지난 9일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앞에서 ‘경북 농가경영안정지원금 지급 촉구 및 필수 농자재 지원 조례 제정 운동 선포식’을 열었다.

이어진 선포식에서는 경북도 농정에 대한 농민들의 규탄이 쏟아졌다.

김태현 의장은 “경북도는 농업에 대한 시선이 굉장히 경시적이고 대책도 내놓지 않는 관행적 행태를 보였다. 우리가 만들어준 권력임에도 농업을 단지 하나의 산업으로 보는 경북도의 인식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면서 “앞으론 협상 없이 우리 방식대로 경북 농정과 싸워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권오현 전농 부의장은 “선거 때만 되면 ‘농도’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말만 농도지 행정을 보면 농도가 아니다. 농민이 줄고 인력이 없으면 그 대책을 세우기보단 다른 사업만 치중하는 경북의 공무원들”이라면서 “너무 많은 자연재해로 농가가 엄청 어렵다. 경북도가 같이 노력해 이 시기를 잘 돌파해야 하고, 경북은 다른 지역을 따라가지만 말고 한발 먼저 농민에게 필요한 사업을 해 전국 평균 이상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한열 예천군농민회장은 “농민들 인원이 적고 목소리 작다고 외면한다. 15일 동안 도지사는 단 한 번도 천막을 찾아오지 않았다”면서 “농업이 기간산업이고 우리 농민들이 손에 흙 묻혀가며 농사지어 봐야 본전도 안 나오는 사태를 매년 겪고 있다. 그걸 안다면 이렇게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 회장은 “도는 예산을 운운해선 안 된다. 쉽게 아스팔트 5km만 안 깔아도 충분히 농민을 지원할 수 있다. 주위에 판치는 토목, 건축업자들처럼 농민도 로비해야 하나”라면서 “우리 농민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안정된 농업,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최소한 무엇 때문에 왜 그런지에 대한 파악을 깊이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외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북연합 회장(왼쪽 네 번째)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손외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북연합 회장(왼쪽 네 번째)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한편 금시면 경북도연맹 사무처장은 경북도정이 나서서 필수 농자재 지원 조례안을 발의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면서 경북도의회 농수산위원회와의 면담 결과 도의회가 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답했지만, 불발될 경우 주민조례청구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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