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 굳어진 한우산업법 … 정부 입장 바꿀 수 있을까

이원택 의원·한우협회, ‘한우산업전환법’ 제정 위한 정책토론회 개최

  • 입력 2023.05.04 18:15
  • 수정 2023.05.08 11:01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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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전환을 위한 지원법안'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전환을 위한 지원법안'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유례없는 수준의 산업 위기에 대응하고 있는 한우 농가들의 정책 활동에 호응해, 여당과 야당은 지난해 한우 축종만을 다루는 서로 유사한 내용의 특별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국민의힘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 법안의 입법 추진을 위한 자체 여론수렴 과정을 진행한 바, 두 법안을 통칭하는 소위 ‘한우산업법’의 사회·정치적 합의 과정은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는 모양새다. 다만 정부의 반대 입장 역시 변함없이 굳건해 입법 성공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 3일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전환을 위한 지원법안’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전국한우협회(회장 김삼주)·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한국농어민신문·농정전환실천네트워크 주관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주최에는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와 함께 지난해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원택 의원을 비롯, 이개호·서삼석·신정훈·안호영·윤재갑·윤준병·주철현·김용민 의원이 참여했다.

한우산업전환법의 시급성과 중요성, 기존 축산법의 한계점을 각각 설명한 정승헌 한국생명환경자원연구원장·이석현 변호사(법무법인 선우)의 주제발표 이후 한우 및 경종농가·정치권·전문가가 참여하는 토론이 진행됐다. 

농가들 “중소농 보호·탄소중립 대응·경축순환 실현, 기존 축산법으로는 역부족“

농가들 가운데선 우선 한양수 전국한우협회 부회장이 나서 입법운동을 주도하는 전국한우협회의 입장을 정리했다. 한 부회장은 “50두 이하의 중소농가 보호, 전문화·규모화에 따른 품목에 맞는 대책과 규제가 필요하다. 또 한민족을 대표하는 동물인 한우는 상징성이 매우 높고 보존 가치가 큰 축종”이라며 “한우산업의 고유 동물 유전자원을 보호하고, 농가 경영 안정·향후 수급안정·중소농가 보호·한우산업의 특수성과 전문성 등 독립적 가치를 지속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별도의 한우산업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박일진 완주한우협동조합 이사(전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분과위원)는 저메탄 사료·사육기간 감축·축분 고체연료화 등 정부가 내세우는 탄소중립 대응방안의 한계를 중점적으로 지적했다. 박 이사는 “정부가 축분을 활용한 고체연료를 공급하겠다고 한 제철소나 화력발전소는 2040년 이후 이를 쓰지 않겠다는 탄소중립 방안을 갖고 있다. 한시적이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대책”이라며 “한우 산업은 농업 분야에서 가장 큰 탄소배출원이고 이런 상황에서 산업을 안정시키기 위해 가장 많은 방안이 필요하며 그 방안에 따른 지원도 절실하다. 그러나 현행법 체계에선 방안도 없고 지원 근거도 매우 취약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우 농가들이 기후위기 상황에서 감축 노력을 소홀히 하겠다는 뜻은 아니며 농가들도 노력하겠다. 다만 정부도 방관자적 자세에서 벗어나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라며 “이 법안에는 각계 수많은 이들의 고심과 감수가 담겨있다. 사회적 합의 수준에 이른 법률안까지 정부가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역할과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석우 농정전환실천네트워크 상임이사는 법률안이 구성을 명시한 ‘한우산업발전협의회’가 협치를 통해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우리 농민들은 이론적으로, 법률적으로, 경험적으로 가장 전문가이고, 지속성과 현장성과 전문성을 꾸준하게 유지해 나가는 사람들이다. 관료나 전문가들만이 정책 결정의 소양을 갖고 있지 않다”라며 “(정책결정권을 갖게 되면) 농민들은 정책 대상이면서도 이를 실천해야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사회경제적으로 책임지게 된다. 권한과 책임이 함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이런 위원회와 심의 관련 기능이 이번 법 제정 논의에 꼭 포함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최동근 친환경농산물자조금 사무국장 또한 경축순환 농업에 대한 기여 측면에서 이번 법안의 취지를 지지하는 한편, 협의회의 역할 보장을 강조했다. 최 사무국장은 “축산법 자체에 경종과의 연계나 순환에 대한 개념이 없고, 환경부 소관인 ‘가축분뇨법’에도 관리나 이용에 대한 측면만 들어있다. 2025년 시행될 ‘순환경제사회전환촉진법’은 농업이 하나도 없고 폐기물 중심이다”라며 “8조에 근거해 구성해야 하는 협의회에 경종 농가들도 같이 참여하고, ‘경축순환전환위원회’ 같은 분과위원회도 만들어 우리나라 전체 농가의 ‘전환’에 초점을 두는 법이 만들어졌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지난 3일 열린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전환을 위한 지원법안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법안을 대표발의했던 이원택 의원이 인사하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전환을 위한 지원법안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법안을 대표발의했던 이원택 의원이 인사하고 있다.

 

농식품부, 축산법 기틀 유지·타 축종 형평성 문제 주장 고수

“축산법과 한우산업법은 기본법과 특별법의 관계” 반박 이어져

한편 한우 축종 단독 법안을 바라보는 농식품부의 시선은 이전과 큰 변화가 없었다. 정재환 농식품부 축산경영과장은 “별도 법이 있는 낙농과 양봉 등은 생산 방식이나 유통, 가격결정 체계가 달라 축산법을 통해 산업을 활성화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오히려 축산법 내용의 대부분은 (이미) 한우와 돼지에 관련된 것”이라며 “온실가스 감축, 양분관리제, 소비행태 변화, 소규모 농가 지원 등의 문제는 한우만의 문제가 아니다. 양돈 쪽에서도 별도의 법을 준비한다고 알고 있는데, 축종별로 이 내용들을 개별적으로 조금씩 다르게 담는 것이 맞는지 좀 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진 각계 전문가 토론에서는 해당 주장에 대한 반박이 꼬리를 물었다. 최성호 충북대 축산학과 교수는 오히려 한우업계가 제안한 법률안조차 한우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엔 충분치 않다고 봤다. 최 교수는 “이 법률안을 다 보고 분석해봤지만 단기적인 처방밖에는 되지 않을 것 같다. 지속가능한 산업을 위해선 모든 걸 뽑아와야 한다”라며 “돼지와 닭과는 달리 한우 자원은 사라지면 복구가 안 된다. 지금 법안의 내용을 포함해 좀 더 고도화되고 장기계획이 들어간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호중 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은 “정부 말대로 한우와 돼지가 빠져나간다고 했을 때 축산법의 입지 문제가 남기는 하지만, 축산법을 축산업의 기본법으로 위치를 두는 고민을 한다면 국회에서의 입법 심사에 있어 충분한 근거는 마련됐다고 본다”라며 “지금 여당(국민의힘)에서도 발의를 했고 홍문표 의원이 별도의 토론도 한 만큼, 만약 여당이 수용해 5월에 법안 소위원회가 열린다면 한우산업 관련법의 심사를 제안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11월 정기국회 전까지 원만히 합의돼야 처리될 수 있다”라며 “한우협회에서는 여러 의원에게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또 정부에서 우려하는 부분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 달라. 더불어민주당도 올해 안에 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당부했다.

유제범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농업·농촌을 보호하고 육성할 국가의 의무에 관한 헌법 제123조 하나만으로도 제정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기획재정부의 예산을 따오려면 법적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 공무원은 법적 근거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예산 확보의 측면에서 특별법 제정은 의미가 있다”라고 봤다.

유 조사관은 “또한 농식품부가 다른 축종과의 형평성, 축산법과의 중복 문제를 들며 반대 의견을 내고 있으나 그런 식으론 한 발짝 더 나갈 수 없으며 모든 축종이 다 그대로 있어야 한다”라며 “이미 축산법이 있기에 안 된다고 하는 주장을 하나 저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 한우산업전환법은 일종의 일반법에 의한 특별법으로, 일반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것 혹은 규정됐지만 다르게 규정하거나 특별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을 때 특별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열린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전환을 위한 지원법안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정승헌 한국생명환경자원연구원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전환을 위한 지원법안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정승헌 한국생명환경자원연구원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21대 국회 회기 내 입법 처리”

토론 뒤 발제자 정승헌 원장은 제안된 법률의 세부내용은 추후 개정을 통해서도 담을 수 있는 만큼, 현재 가장 집중해야 할 부분은 현 국회 회기 내 처리라고 재차 강조했다.

정 원장은 “우리나라 축산농가의 80%가 한우농가인데 한우산업이 붕괴되면 곧 축산업이 붕괴되고, 축산법의 목적과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정부는 축산법의 전통이니 안정을 얘기하는데 시대정신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라며 “법안의 이런저런 항목들, 각론적 부분들은 추후 논의해가며 보완해도 된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입법 여부다. 법안의 필요성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동의와 합의가 시급하고 제일 중요하다”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석현 변호사 역시 회기 내 처리를 강조하는 한편, 농식품부의 논리에 대한 반박에 재차 힘을 실었다. “농식품부에서는 축산법에 이미 있는 내용이 많다고 하는데, 잘 보면 이미 있는 것 같지만 없다. 예를 들어 축산법의 유전자원 보존에 대한 규정은 농가분들이 그저 읽어보기만 해도 왜 없는 걸 있다고 하느냐 말할 수 있다”라며 “또한 기본법(축산법)과 한우산업법(특별법)은 원래 내용이 겹치고, 특별법을 우선해 해당 분야에 적용할 뿐인 관계”라고 덧붙였다.

김삼주 회장은 "한우협회는 한우산업법을 내년 총선 전 통과시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이것은 저 혼자 할 수 없고 우리 농가들이 힘을 모아주셔야 가능하다"라며 "법안의 내용에 대한 세세한 요청도 모두 알고 있으나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던 예가 있어 고민이 많다. 이제 시작인 만큼 오늘 받은 많은 힘으로 더 열심히 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지난3일 열린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전환을 위한 지원법안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이 인사하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전환을 위한 지원법안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이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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