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탄압은 윤석열정권의 국가폭력”

121개 시민·사회·종교단체, ‘건설노조 탄압 즉각 중단하라’ 촉구

건설노동자 분신 사망, “살인적 노조탄압이 불러온 사회적 타살”

  • 입력 2023.05.04 16:02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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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121개 시민·사회·종교단체가 정당한 노조 활동에 대한 수사의 부당함을 규탄하며 분신해 지난 2일 숨진 건설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고 건설노조 탄압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노조 탄압 즉각 중단 △건설노조 간부들에 대한 음해 중단 △고 양회동 3지대장과 유족에게 사과 △재발 방지 대책 적극 마련 등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 자리에는 농민단체를 대표해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하원오)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양옥희)이 함께했다.

고 양회동 3지대장은 1973년 강원 고성 출생으로 2019년 11월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에 가입하고 2022년 1월부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을 맡았다. 그는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둔 지난 1일 오전 윤석열정권의 노조 탄압을 규탄하며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을 시도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일 숨졌다.

올 초부터 당국은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대해 대대적 압수수색을 감행하며 900여명을 수사하고 현재까지 15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노사합의와 채용 강요, 공동공갈, 갈취 등 혐의로 구속을 강행했고, 양회동 3지대장 역시 이 과정에서 구속됐다.

이에 대해 이용우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는 “수사당국이 혐의로 둔 공갈, 협박, 갈취는 단체협약, 노조 조합원 차별 없이 채용, 노조 전임 활동가의 임금 지불에 관한 것으로 노조로서의 정당한 쟁의 활동이자, 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마구잡이 압수수색과 기소는 희대의 수사권 남용이며, 법치를 강조해온 윤석열정부 스스로 법을 위반하고 노동3권을 파괴하는 것”이라면서 “건설사들이 막대하고 부당한 이윤 추구를 하도록 자리를 깔아주는 부당행위의 공범자”라고 일갈했다.

121개 시민·사회·종교단체가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분신 사망한 건설노동자를 애도하고 건설노조 탄압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121개 시민·사회·종교단체가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분신 사망한 건설노동자를 애도하고 건설노조 탄압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참가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건설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단결, 투쟁함으로써 불법하도급을 비롯한 수많은 불법 관행을 극복해왔고, 건설현장도 이전보다 훨씬 안전해졌다. 그렇기에 건설노동자들의 노조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는 너무나 크다”면서 “그러나 윤석열정권은 이 모든 자부심과 긍지를 짓밟고, 건설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전면 부정했으며 오히려 폭력집단을 비유해 ‘건폭’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매도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건설노조 간부들을 온갖 부정과 부패를 일삼는 부도덕한 사람들로 매도하고 탄압함으로써 건설노동자들이 받았을 충격과 아픔, 분노가 얼마나 컸을지 알 수 있다”면서 “고 양회동 3지대장이 유서에 남긴 ‘오늘 제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억울하고 창피합니다’라는 말은 지금 건설노동자들의 심정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그의 분신사망은 분명한 사회적 타살이며 윤석열정권의 살인적 노조탄압이 불러온 비극적 죽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김혜진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 대각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이용우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이 규탄 발언에 나섰다.

이들은 그간 건설노조가 임금체불 만연, 높은 산재 위험, 불법 다단계하도급 구조로 인한 심각한 중간 착취, 인맥 위주의 비정상적 고용구조 등 건설 노동 현장의 열악함을 개선하는데 매진해 왔음에도, 이를 범죄로 몰아가는 것은 “편파적이고 부정의한 인권침해이자 위법이며 윤석열정권의 국가폭력”이라고 규탄했다.

대각 스님은 “스스로 자신의 몸을 태우며 노동자 탄압을 중단하라 외쳐도, 10.29참사로 159명이 숨져도 남의 이야기처럼 방관하는 사람은 더는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면서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대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는 이기적이고 야만적이며 대통령이란 직책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 자리를 내려놓고 무릎 꿇고 진정으로 참회하라”고 꾸짖었다.

농민단체를 대표해 하원오 의장은 “정당한 노조 활동,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지켜내려는 투쟁을 파렴치한 범죄로 규정당한 동지는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죽음으로 항거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저 평범한 노동자이고 가장이었던 동지를 죽음으로 내몰고, 당당한 노동자로서 살고자 했던 동지의 자존심을 짓밟은 것은 윤석열정권의 탄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 의장은 “농민들도 마찬가지다. 그저 한해 한해 걱정 없이 농사지어 수확한 농산물이 잘 팔리기만 바랄 뿐이다. 그럼에도 윤석열정권은 간첩 조작, 농민 말살 정책으로 이 땅 농민들의 자존심을 짓뭉개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마지막 순간의 동지가 느꼈을 슬픔과 분노가 어느 정도였을지 감히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동지는 외롭게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으나 이제 수천 수만의 노동자, 민중들이 동지와 함께할 것이다. 우리 농민도 노동자와 함께 물러서지 않고 더 거세게 싸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 양회동 3지대장의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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