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족 최대 명절 설을 보내는 농심

  • 입력 2009.02.02 07:48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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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최대 명절이라는 설이 지나간다. 주지하다시피 음력 1월1일인 설날은 진정한 새 해의 새 날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저마다 새 해를 맞아 몸과 마음을 가다듬으며, 상서롭고 복된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음력을 기준 하는 농업을 생업으로 하는 농민들도 예외가 아니다. 민족농업과 국민의 안전한 식량창고를 지키고 있는 농민들도 설을 보내면서 새 해 영농설계에 여념이 없을 시기인 것이다. 그런데 농민들은 새해 벽두부터 농사를 포기해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

지난 한해 생산비 폭등과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존폐를 판가름해야 하는 벼랑에 몰렸던 농민들은 세계적 금융위기와 환율상승 등으로 아직도 생산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으며, 올해도 큰 폭의 생산비 상승이 예고되고 있다.

또한 소리만 요란했던 쌀직불금 사태는 정치권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말 잔치로 끝나고 결국 농민만 피해를 보게 됐으며,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사료값 인상으로 축산 농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국제곡물값 하락으로 올해 연초 사상최대폭의 배합사료값 인하조치를 단행했지만, 우리 축산농가에게는 그야말로 남의 나라 일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 오바마 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지난 연말, 야당 의원들의 출입까지 차단하며, 유래 없는 밀어붙이기식 FTA 국회비준 시도로 전 국민의 규탄을 받았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아직도 한미FTA를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농민단체들이 정부의 한미FTA 보완대책은 이 나라 농업을 지탱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도 이를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말이다.

어디 그 뿐인가. 최대의 피해자인 농축산업에 대한 변변한 대책도 없이 밀어붙인 한-EU FTA는 올 3월에 체결을 완료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며, 이제 낙농, 쇠고기 강대국인 호주, 뉴질랜드와의 FTA도 시작하려 하고 있다. 현 정부가 지난 16일 각계 각층의 여론을 수렴한다면서 개최한 한-호주·뉴질랜드 FTA 추진 공청회도 농민단체들과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그렇지 않아도 사료값 폭등과, 미국 쇠고기 수입 재개 등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호주 및 뉴질랜드와의 FTA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새해벽두부터 축산농가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이다.

현 정부와 여당은 마치 FTA가 경제위기 탈출을 위한 만병통치약인 양 과대포장하면서 과거정권이 깔아 놓은 개방농정의 고속도로를 브레이크 없는 차 처럼 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FTA는 이 나라 전체의 경제적 실익에 대한 검증이 안됐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 나라 농축산업의 궤멸적 타격을 초래할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이 땅의 농업ㆍ농촌의 발전과 식량자급률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있다면, 지금 FTA에만 매달릴 일이 아니다. 농민단체 대표자들과 실질적인 대화를 통해 현장 농민들의 어려움을 알고,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농업의 근본적 회생대책을 함께 마련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지금 전 세계는 식량위기시대를 맞아 농업·농촌이 가진 다원적 기능에 지원을 늘리면서 자국의 농업을 보호·육성하고 있다. 농업은 그 나라 국민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책임지며, 환경을 지켜주는 애국산업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새해를 맞고 있는 농민들이 희망찬 영농설계를 할 수 있도록 현 정부와 여당의 농업정책에 대한 발상의 대전환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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