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유전 강화하고 직불금 높여야

인터뷰-직불금 첫 도입한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

  • 입력 2008.12.08 00:39
  • 기자명 김규태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헛점많은 쌀직불금 제도로 문제를 제기한 농민 등 엉뚱한 사람들의 피해가 연일 속출하고 있다. 정치인, 농업인, 비농업인 할 것 없이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 아우성이지만 당사자들만 속이 탈 뿐 국민적 여론은 어느새 시들해 지고 있다. 정치인들의 정쟁만 난무하는 것이 쌀직불금 사태의 현주소다.

당시 쌀직불금제도를 도입했던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을 만나 직불금 도입 배경과 현 직불금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책에 대한 소회를 들어 보았다.

▲ 김성훈 전 장관
▶직불금 도입 장관으로서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나.
한마디로 직불금 제도 자체는 완벽하다. 그런데 마치 직불제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 하는 학자들이 있는데 공부가 덜 된 사람들이다. 자신의 부족한 점은 인정하지 않고 농업포퓰리즘을 통해 인기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

직불금제도는 WTO 체제 하의 새로운 농민 보조 정책이다. UR이 타결되면서 가격보조나 생산비 보조가 시장을 교란시킨다는 WTO의 방침에 따라 세계 각국이 보조금 제도를 직불제로 바꾸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여러 논란을 거쳐 어렵게 논농업직불제를 도입했다. 이제 논농업직불금제도는 WTO체제 하에서 글로벌스탠다드가 됐다. WTO 체제하의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국회 쌀직불금 특위의 활동을 어떻게 보나
특위에 기대하는건 하나도 없다. 모두 다 똑같은 사람들이다. 특위에서 아무리 큰소리 쳐 봤자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다. 이번 직불제사태는 농식품부의 개선안으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본다. 제도 자체가 문제가 아닌 기술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두들 기술적 운용 문제가 마치 근본적인 문제인 양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계속해서 진행 되고 있는 문란한 농지제도다. 아무나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해 놓고 나서 발생한 문제를 가지고 떠들어 봤자 아무 소용도 없다. 당장 봉합을 해도 또다시 터지게 되어있다. 모두 다 똑같은 사람들인데 그들이 근본적인 원인인 농지제도를 바로 잡을 수 있겠는가.

▶이번 사태로 농민들이 소작을 떼이는 등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이번 사태를 빌미로 직불제 자체를 없애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여기에 넘어가서는 안된다. 당장 어렵다고 근본적인 수술을 포기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당장은 어렵지만 이번 기회를 농지제도를 개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근본적인 농지제도가 잘 못 된데서 비롯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처음 직불금 제도를 완벽하게 만들었으면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여론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직불금 제도 자체는 완벽한 제도다. 지금 발생하고 있는 문제는 직불금제도의 구조적 문제가 아닌 테크닉의 문제다. 그리고 이 법안이 도입되던 2002년만 해도 아무나 농지를 소유할 수 없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농지 소유가 점점 자유로워졌다.

농사를 짓는 것과 관계없이 아무나 이장 도장만 받으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직불금제도를 양도세와 결부시킨 것을 보고 혀를 찼다. 직불금제도를 양도세 세탁소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은 못하겠나.

당시 직불제를 도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특히 논농업직불제도는 논의 다원적기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농업의 가치에 대한 국민적 인식의 전환이다. 또한 사유재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는 농지제도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다.

▶직불금 문제의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면...
대한민국의 헌법은 엄연히 경자유전 원칙을 명시하고 소작을 금지하고 있는데, 전국의 농지들이 불법, 편법으로 농사짓지 않는 사람들의 수중으로 넘어가 재산 증식과 투기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지금의 직불금 사태를 초래했다. 따라서 해법은 간단하다. 경자유전만 되돌려 놓으면 된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1%가 42%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고, 5%가 85%를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도시 근교의 경우 60∼80%의 토지를 부재지주가 소유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문제가 안 생기는게 오히려 더 문제다.

또한 부재지주들 대부분이 국회의원, 판사, 검사, 정치인, 교수, 언론인 등 사회 지도층들이다. 법을 만들고 집행 하고 이를 알리는 사람들이다. 직불금의 근본적 원인 보다는 직불금의 불법 수령 문제만이 부각 되는 것도 모두 그 사람이 그 사람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된 농지 개방 정책이 점점 날개가 생기면서 어떤 지자체에서는 대규모로 절대농지를 해제시키면서 “농민들의 재산이 불어났다”며 선전을 하고 있다. 농민들 스스로도 농지 값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도시인의 농지 소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짧은 생각이다. 농업의 기반이 축소되면서 점점 다가오고 있는 식량 전쟁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는 직불제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농지를 강력하게 규제하여 농업 기반을 유지하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재산적, 소득적 손실을 보전하는 제도가 직불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불제는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  〈김규태 기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