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직불금 부정수령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에 시작됐다. 하지만 첫날부터 국정조사는 정부의 명단공개불가 방침으로 맥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그들만을 욕하기도 어렵다.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 한쪽에선 전 정부의 실정으로 끌고 가고, 다른 한쪽에선 현 정부에 초점을 맞추고 정치 싸움을 하고 있으니 제대로 대책이나마 내놓겠는가. 이러다가 그냥 시간 보내고 스르르 수면 밑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사실 쌀직불금 파동은 우리 사회의 근간이 돼야 하는 도덕성이 빵쪼가리 보다 못하게 땅바닥에 처박혀 버린 탓이다. 어디 아파트 돈 된다면 삼사일 철야 줄을 서고, 어디 땅 돈 된다면 우르르 몰려드는 꼴이 암치뼈다귀에 불개미 덤비듯 하곤 했다.
그런데 그런 행위를 한사람들의 최선두에 사회지도층이 두껍게 포진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감사원 감사에 결과에 의하면, 2006년 쌀직불금 수령자 총 99만명중 약 17만명이 실제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직불금을 받았고 그 금액이 1천6백83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 중 공무원이 4만명이나 된다고 하니 기가 찰 일이다.
조선 초 황희 정승은 18년간 관직에 있었지만 자신의 집은 비가 새는 초가에 살았다고 한다. 그런 청백리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의 취지를 살려야 하는 것이 지도자, 공복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지금 고위공직자부터 공무원, 경찰, 의회의원까지 얻은 죽에 머리 아픈 꼴이 되어 사태가 어디로 튈지 몰라 전전긍긍하겠지만, 분명히 국민들은 요구한다.
정부는 빨리 명단 전모를 공개하고 국회는 올바른 대책을 만들어야한다. 농지법을 위반한 자는 농지법 위반으로, 보조금 불법수령자는 보조금 지원법 위반으로 강한 단죄가 필요하다.
또한 이 과정에서 농민들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 벼룩이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는 말에 이해는 하나 엉거주춤하게 대책이 마련된다면 그 또한 농민들의 불신과 분노를 키울 뿐이다.
어찌됐건 칼을 빼어 들었다. 여야가 서로 상처가 남는 것을 우려하여 슬그머니 칼집에 집어넣는 것을 농민들은 아니 국민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