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상장예외품목 전환하라”

재배농민, 농수산물공사 방문 촉구… “적재투쟁 불사”

  • 입력 2008.11.17 17:11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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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경매를 통해 가격이 결정되어야 할 당근이 1991년 상장품목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경매가 정착되지 못하자 제주, 강원, 경남지역 농민들이 지난 10일 서울시농수산물공사를 방문해 ‘상장예외품목’으로 전환해 줄 것을 강력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제주도에서 상경한 농민들은 10일, 당근 상장예외품목 지정을 요구하는 구좌읍 지역 7백93명의 서명이 담긴 진정서를 농수산물공사에 제출했다.  과연 가락시장에서의 당근 유통은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농민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를 짚어봤다.

1991년 상장경매 품목 지정불구
70% 이상이 정가수의매매 거래

▶당근 거래 현황=당근 출하형태는 산지유통인(수집상)을 통한 밭떼기 거래(포전매매) 60%, 농협 계통출하 30%, 농가가 직접 출하하는 경우는 10% 수준이다. 가락시장에서 이를 수탁하는 법인은 2007년말 기준, 한국청과(1만3천4백14톤, 85억7천4백70만원), 동화청과(1만3천25톤, 79억6천3백28만원), 농협(공)(1만6백31톤, 74억9백12만8천원), 서울청과(2천6백42톤, 14억8천만원), 중앙청과(2천3백62톤, 14억38만5천원) 등의 순이다.

이에 따라 가락시장에서 거래되는 당근 거래금액은 총 2백68억2천7백54만원(4만2천74톤)이며, 이중 도매법인이 가져가는 수수료(7%, 상장수수료+하역비)는 총 18억7천7백92만7천8백원이다.

▶당근 거래방식의 문제점=당근은 1991년 7월부터 상장경매품목으로 지정됐으나 정상적인 상장경매가 부진하고 정가수의매매 품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70% 이상 정가수의매매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 가락시장 중도매인들의 주장이다. 또한 당근을 취급하는 전문 상인이 부족해 분산 능력이 위축되어 구매량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도매시장법인이 수입농산물 수탁을 거부 할 수 없어 도매시장에 출하하기만 하면 대금이 다음날 즉시 결제되기 때문에 업체들의 안정적인 거래처가 확보되어 수입을 유인할 수 있는 유통경로로 도매시장이 악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농민들과 중도매인들은 이에 따라 “농민을 보호해야 할 도매시장 법인이 수입업체의 판매가격을 보장해 주고 판매대금까지 도맡아서 수금해주는 꼴이 되어 있어 수수료 챙기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사)한국농산물중도매인연합회 서울지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국내에 들어온 전체 중국산 당근 수입물량은 지난해보다 감소됐으나, 가락시장에서는 오히려 반입량이 크게 늘어났다. 

중도매인연합회 서울지회는 이에 대해 “수입농산물 상장거래는 지나치게 수입업자를 과잉보호해 값싼 중국산 수입 당근이 국내에 물밀듯이 유입되는 것을 부추기는 역효과만 초래되어 국내 당근 농가들의 생산자립도를 떨어뜨리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도매법인에게 “현재와 같은 방법을 도매법인들이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경매를 하지 않고도 수수료가 꼬박꼬박 들어오는데 이런 걸 왜 놓겠냐? 말 그대로 거저먹는 장사이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현재 중국산 수입당근은 국내 소비량인 15만∼16만톤의 55∼6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민들 요구사항은?=농민들은 국내산 당근의 보호를 위해 도매법인이 수탁을 거부하고 싶어도 농안법 제38조에 의거해 수탁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상장경매제도의 판매방식으로는 절대 수입당근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농민들은 공영도매시장의 법인만을 상대로 판매를 하고 이에 따라 판매시기를 놓쳐 제 값을 받지 못하는 등 유통비용의 증가에 따른 이중 삼중고의 고통을 겪고 있으며 만약 출하처의 선택권이 확보되면 상호경쟁을 통한 경쟁력이 강화되어 당근의 거래가 더욱더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0일 제주특별자치도 구좌읍에서 약 23ha(7만여평)의 당근농사를 짓는 K씨는 “현재 당근을 수확해야 하는데, 가락시장 법인에서 작업하지 말라고 전화가 왔다. 현재 작업을 안 하면 상품성이 없어지는 이른바 ‘왕’이 될 판이어서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상장경매를 해야 하는 이유 때문에 지금 7만평 농사를 그냥 버리게 생겼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올해 제주도의 당근 생산량은 약 10만톤(5백만 상자, 1상자 20kg)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2만톤만 가락시장에서 경매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나머지 8만톤은 어디다 팔아야 하는 것이냐?”라며 “만약 당근이 상장예외품목으로 선정되면 굳이 상장경매가 아니라도 출하처를 다변화해서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주도 구좌읍 농민들은 또 이곳 농협 조합장에게도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K 씨는 “당근 농사 한 번도 안지어보고 팔아보지도 않은 사람이 뭘 안다고 (농수산물)공사를 방문해 상장예외품목으로 전환하면 안 된다고 요구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또 조합장은 우리 농민들과 한 번도 논의를 해 본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상장예외품목 지정 가능한가?=현행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시행규칙 제28조 1항에는 상장예외품목 지정 조건으로 ‘반입량이 적고 거래 중도매인이 소수인 품목으로서 법 제78조 제3항에 따른 시장관리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친 경우’라고 명시되어 있다.

당근은 2007년말 기준 가락시장 청과물 전체 반입량 중 2.3%를 차지하고 있으며 거래 품목 가운데 물량 순으로는 11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당근이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되면 외국산 수입업체는 도매시장법인 뿐만 아니라 실제로 판매를 하는 도매상인들을 상대로 영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수입 원가를 보장해 주고 있는 지금의 경매제도 보다 가격하락 위험부담 때문에 물량공급이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향후 계획은?=이들 중도매인과 농민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농수산물공사 앞에 당근적재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중도매인조합 관계자는 “만약 상장예외품목으로 전환되지 않을 경우 지역에서 당근을 작업해 농수산물공사 앞에서 적재투쟁을 벌이면서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킬 것”이라고 밝힌 상태이다.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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