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지원국 해제 이후, 평양은

  • 입력 2008.11.10 07:07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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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10월29일부터 11월1일까지 3박4일간 남북 최초의 합영회사인 평양대마방직 준공식에 참석했다. 크고 작은 악재가 계속 일어나고 있는 작금의 남북관계. 북으로 떠나는 순간까지, 아슬아슬한 긴장의 연속이었다. 지난 5월말 방북 후, 5개월만에 평양을 방문하지만 그동안 금강산사건, 대북전단 살길 사건, 테러지원국 해제 등 너무 많은 악재가 돌발하여, 과연 준공식이 제대로 열릴 수 있을까 우려반, 기대반 심정으로 평양으로 향하였다.

대마농사용 농기계 기증

10월29일, 정오쯤 도착한 평양은 벼베기 후의 넓은 들녘이 반겨주고 있었다. 벼를 벤지 오래되었는지, 멀리서 보면 꼭 보리심은 것처럼 파란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평양시내로 들어오면서, 어느 곳은 벼를 쌓아놓고 말리고 있었고 일부지역에서는 마을주민들이 모여서 벼 탈곡작업을 하고 있었다.

남북의 경제협력사(史)에 중요한 사업인 평양대마방직은 남측의 안동대마방직과 북측의 민족경제연합회 산하의 새별 총회사가 합작운영하는 공장으로서 평양시내에 들어서는 첫 합영회사이다. 두 회사는 50:50으로 총 3천만달러를 투자하여 평양시 선교구역 영제동에 부지 4만5천m²에 공장을 완공했다.

약 6천만평 농장에서 대마를 재배하여 가공한 뒤 전량 수출하고 양말, 타올, 실크 등 섬유제품은 주로 남쪽에 내놓을 계획이다. 바깥 연병장에 늘어선 40여대 대우트럭이 도열하여 반겨주고 있었다. 남쪽에서 보낸 각종 기자재를 개성에서 받아서 평양대마방직차로 평양까지 직송하는 특별한 운송구조이다.

우리는 의식주라 하는데 북쪽에서는 식의주라 한다. 먹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그 다음 의(衣), 옷이라고 한다. 그래서 평양안동대마방직회사에 거는 기대는 북쪽에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곳 공장에서 준공식이 끝나고 대마농사용 농기계 기증식이 있었다.

(주)LS엠트론, (주)그린맥스, 신흥공업사, 익산농기계 등에서 관련 농기계를 기증했으며, (주)LS엠트론 심재설 대표가 기증업체 대표로서 농기계 기탁서를 김정태 평양대마방직 회장에게 전달했다. 앞으로도 계속 농기계를 보낼 예정이며 남북 농기계 교류사에 큰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

이번 평양대마방직 준공식은 기존의 각종 남북행사와 달리 경제행사였고, 대부분의 참석자도 경제인이었다. 양각도호텔 회의실에서 약 70∼80여명이 모여 성황을 이루었다. 첫 번째로는 전체회의로서 간단한 설명이 김정태 평양대마방직 회장으로서 있었고 북측의 민경련 정책실장으로부터 인사말과 분야별 담당자의 소개가 있었으며, 이어서 각 분야별 토의가 진행되었다.

우리는 농업분야였고, 약 10여명의 남측관계자가 참석했고 북측의 민경련담당자 2명도 그동안 남북농업협력관계로 낯이 익은 사람들이었다. 각자별 소개와 관심분야를 이야기했고, 북측에서는 추가 상세한 협의는 별도의 만남을 통하여 하기로 하고 농업모임을 끝냈다.

10월31일 늦은 저녁, 양각도호텔 47층 회전전망대에서 남북 농업관계자 회의가 있었다. 북측은 남측 농기계에 대해서 관심이 매우 높다. 식량증산을 위해서는 이모작(두벌농사)에 치중해야 하고 특히 쌀과 보리, 감자 두벌농사는 북측 식량해결의 핵심이며, 그 방법은 농업기계화가 급선무임을 남북관계자가 공히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임에 북측은 이례적으로 민경련 총사장 등 책임자급 3명이 참석하여 관심을 보였고, 우리측에서는 (주)LS엠트론 심재설 대표, 이종태 영업팀장, 김창준 그린맥스 대표, 윤태욱 신흥공업사 대표, 필자등 농기계 기증한 5명이 참석하여 회의를 하였다. 북은 먼저 12월에 결산하는 남북농업 과학자총회에 농기계팀이 참석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그에 대하여 동의를 했다.

그럼 북쪽에서 관련 농기계를 놓고 협의하자고 했다.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각종 시범사업에 들어가는 농기계는 우리 농기계 업계의 몫이지만, 그 이상은 별개의 사항이다. 그러므로 남쪽에 가서 관련단체와 협의하겠다”고 답변했다. 별도의 농기계 지원을 북쪽에서 바랐지만, 그 자리에서 결정할 수는 없었다.

농업교류, 통일 디딤돌 됐으면

미국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로 인해서인지 반미구호는 거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곳곳에서 건물들이 건설되고 있었고, 대동강에서 모래 채취작업과 특히 그동안 방치 되었던 105층 유경호텔공사도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 농사에 대해서 북측관계자는 “태풍도 없고 날씨가 좋아 농사가 잘 됐다”고 했다. 다만 꼬여 있는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제주도 등 남쪽에 다녀온 북측 여성참사가 한마디했다.

“지금 심정으로는 또 남쪽에 가고 싶지 않다. 군부 명의의 발표가 빈말이 아니고 군부가 화나면 무슨 일 날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서로가 자극하지 않고, 상호인정하며 남북 화해가 곧 이루어졌으면 한다. 그중의 하나가 남북농업교류가 잘 이루어져 ‘통일의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김완수 〈(사)남북환경교류연합회공동대표, 익산농기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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