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더 이상 농민 목소리를 거부하지 말라

  • 입력 2023.05.01 00: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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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부는 농민들의 생산비 보장 요구를 늘 거부할까. 고된 노동으로 국가 식량계획을 실제 수행하는 고귀한 임무를 농민들이 담당하고 있건만 국가는 이를 전혀 공무라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지난달 24일, 전국의 농민 대표자 100여명이 국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농업 포기·농업 말살을 자행하고 있다며 ‘대통령을 거부하는’ 대회를 열었다. 대통령이 거부한 것은 양곡관리법이지만, 농민들은 이것을 농업 포기 선언이자 농업 말살 선언으로 규정하고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에 대한 선전 포고로 받아들였다.

지난 2022년 농가소득과 농업소득이 감소한 가장 큰 원인은 누가 봐도 쌀값과 축산물 가격하락에 맞물린 생산비 폭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비 보장 없는 시장격리 제도는 아무 의미가 없다. 문제 해결은 말이 아닌 실천이 전제돼야 한다. 실제로 쌀값은 정부가 시장격리를 발표할 때마다 하락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을 거부한 뒤 수습책으로 쌀값을 20만원까지 올린다고 약속했지만, 그 말을 믿는 농민은 아무도 없다. 이렇게 계속 가다간 작년과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축산단체·쌀생산단체에게 사육두수와 생산량을 줄이라고 자의반 타의반 협박하고 줄어드는 만큼을 저율관세로 채우려는 정부의 속내는 뻔하다 못해 ‘구리다’. 국가 식량계획은 식량안보가 아닌 식량주권 실현이 목표가 돼야 한다. 외국 농산물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방향이 아니라 자국의 식량자급률 목표를 100%로 정하고 이를 매년 조금씩 올리려는 실천을 동반함이 바람직하다.

봄도 이제 끝을 향해 간다. 강원도·경기도는 모내기 준비에 한창이고 남쪽은 못자리로 바쁘다. 한편 4월 하순에도 서리가 내리고 영하의 날씨가 반복되는 등 어김없는 이상기후로 과수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마늘·양파·감자 농가들도 가뭄과 동해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상순에 잡아간 꽃도 하순에 잡아간 꽃과 채소도 농민들의 마음과 같이 차갑기만 하다. 그러나 농업을 포기한 대통령에 대한 차오르는 분노로 가슴 깊은 곳은 뜨겁다. 이제 들판에 선 농민들의 분노는 들불처럼 전국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농민들은 아무리 바빠도 할 소리는 하고 할 일도 한다. 농민들은 양곡관리법 개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에게 밥을 먹고 사는 모든 국민이 거부권을 행사하자며 범국민운동을 추진하겠다고 선포했다. 농민들을 공권력으로 탄압하고 말잔치만 벌인다면 농민들은 밥을 먹고사는 모든 국민과 연대하여 대통령과 싸울 것이다. 대통령은 미국 농민, 캐나다 농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도 대한민국 농민의 목소리를 경청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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