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하동호 둘레길에서 화양연화를…

  • 입력 2023.04.23 18:00
  • 수정 2023.05.26 12:06
  • 기자명 최세현 지리산초록걸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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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에 떨어진 왕벚꽃잎을 날려 보내는 길동무들.
길바닥에 떨어진 왕벚꽃잎을 날려 보내는 길동무들.
나본마을 서어나무 숲에 만들어진 정자에서 하동호를 바라보다.
나본마을 서어나무 숲에 만들어진 정자에서 하동호를 바라보다.
연두 일색인 4월의 하동호.
연두 일색인 4월의 하동호.
매우(梅雨) 내리는 하동호, 비가 오면 더 아름다운 하동호 둘레길.
매우(梅雨) 내리는 하동호, 비가 오면 더 아름다운 하동호 둘레길.
청암면 반월마을 왕벚 가로수 아래서 달래 캐시는 구순 할머니.
청암면 반월마을 왕벚 가로수 아래서 달래 캐시는 구순 할머니.

경남 하동군 청암면에 자리한 하동호는 1985년 1월에 착공하여 1993년 11월에 준공한 농업용 댐으로 청학동 계곡과 묵계 계곡의 물들이 흘러들어 거대한 산중호수를 만들었다. 지리산 둘레길 10구간과 11구간이 연결되는 지점에 있는 이 하동호를 한 바퀴 도는 하동호 둘레길이 새 단장을 하고 2000년 봄에 완성되었다.

전체 길이 7.5km에 수평의 길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둘레길이 된 것이다. 하지만 지리산 둘레길 구간에는 포함되지는 않은 상태다. 이 하동호 둘레길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뭐니 뭐니 해도 아름드리 왕벚나무 가로수가 꽃을 활짝 피우는 4월 초라 할 수 있다.

하동호 둘레길은 하동호 댐 주차장에서 시계 방향으로 걸음을 시작하길 권한다. 비바체리조트를 지나면 곧바로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나타나는데 왕벚꽃이 만개하는 4월 초쯤이면 막 돋아나기 시작하는 메타세쿼이아의 연초록 새잎은 눈과 머리를 헹궈주고 온몸을 초록으로 물들인다. 메타세쿼이아를 만날 때마다 쉽지 않은 외래어 이름보다는 북한에서 부르는 것처럼 수삼(水杉)나무라고 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곤 한다.

예전엔 청학동으로 가는 1003번 지방도를 따라 왕벚나무 터널길로 걸었었는데 지금은 호수를 따라 데크길이 조성되어 안전하게 걸을 수가 있어 좋다. 하동호 관리사무소 주차장에서 출발하면 시계 방향이든 반 시계 방향이든 그 중간 지점이 되는 마을이 바로 나본마을인데 나본마을 서어나무 숲에 조성된 정자와 데크는 휴식과 함께 하동호를 바라보며 ‘물멍’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나본마을을 뒤로 하고 하동호 둘레길 나머지 반을 걷게 되는데 30분쯤 더 걸으면 만나는 상이리는 위태에서 양이터재 넘어 하동호로 이어지는 둘레길 10코스가 지나는 마을로 여기서부터는 둘레길 10코스와 하동호 둘레길이 겹치는 구간이다.

상이리에서 하동호 댐까지는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로 하동호의 비경을 만끽하기 딱 좋은 구간이기도 하다. 하동호 댐에 도착하면 망향관에 들러 하동호가 생기면서 수몰된 청암골 아홉 마을(몰랑몰, 새터, 가리점, 대밭몰, 고래실, 생방몰, 동촌, 가마소, 난전)의 옛 모습을 사진으로나마 감상해보길 권한다.

이렇게 출발점인 하동호 댐 주차장으로 원점 회귀하면 느릿느릿 걸어도 세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그리고 산중호수길로 이름 붙여진 이 하동호 둘레길은 장애가 있는 분들도 얼마든지 동행할 수 있다. 게다가 원점 회귀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하동호 둘레길의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왕벚꽃잎 난분분 흩날리는 4월의 하동호 둘레길을 걷는 이들은 분명 봄날의 화양연화를 만끽하리라.

지리산 자락으로 귀농해서 22년째 유정란 농사를 짓고 있는 최세현 지리산초록걸음 대표의 지리산 자락 사진이야기가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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