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노동환경에 퇴사하는 급식노동자 ‘폭증’

입사 6개월 이내 퇴사, 2020년 316명에서 지난해 1,104명으로 증가
지역별 ‘신규채용 미달’도 심각 … 서울·부산 절반 가까이 채용 못해

  • 입력 2023.04.21 13:59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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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한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사들이 튀김을 조리하고 있다. 급식실이 튀김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연(발암물질 ‘조리흄’ 포함)으로 자욱하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공
한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사들이 튀김을 조리하고 있다. 급식실이 튀김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연(발암물질 ‘조리흄’ 포함)으로 자욱하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공

열악한 학교 급식실 노동환경에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는 급식노동자들이 폭증하는 추세다. 학교급식 종사자들의 희생으로 쌓아올린 ‘K-급식’, 즉 한국형 친환경 무상급식 체계가 이대로는 지속 불가능하다는 우려도 폭증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교육공무직본부(본부장 이윤희, 교육공무직본부)와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18일 국회 소통관 에서 ‘학교급식 종사자 퇴사 및 채용 미달 현황 발표와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교육공무직본부와 강 의원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학교급식 종사자 퇴사 및 신규채용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들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학교급식에 종사하다 퇴직한 사람은 1만3,944명(2020년 3,447명, 2021년 4,486명, 2022년 5,408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퇴직자 중 ‘자발적 중도퇴사’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는 점이다. 2020년 전체 퇴직자 중 40.2%(1,328명)였던 자발적 퇴사자 비율은 2021년 45.7%(2,051명)를 기록하더니, 지난해엔 절반을 넘긴 55.8%(3,016명)에 달했다. 특히 세종시에선 전체 퇴사자의 84.8%, 충남에선 78%, 경기도에선 67.7%가 자발적 퇴사자였다.

더 큰 문제는 입사 직후 퇴사하는 노동자가 빠른 추세로 늘어나는 점이다. 2020년 전체 자발적 퇴사자 중 23.8%(316명)였던 ‘입사 6개월 이내 퇴사자’는 2021년 33%(677명), 2022년 36.6%(1,104명)로 폭증했다. 특히 충남에선 자발적 퇴사자의 절반 이상(50.2%)이 입사 6개월 이내에 퇴사했다.

한편 올해 3월까지 전국 학교급식 종사자 신규채용 예정인원은 4,023명이었는데, 그중 ‘채용공고 후 미달인원’, 즉 채용해야 하는데 채용하지 못한 인원수는 873명이었다. 지역별 급식노동자 신규채용 미달률은 더 심각하다. 부산의 경우 신규채용 미달률이 49.5%였다. 315명을 채용하고자 공고를 냈는데 미달 인원이 절반에 달하는 156명이었다. 서울의 신규채용 미달률은 48.8%로, 647명을 채용하고자 했는데 316명을 채용하지 못했다. 대한민국 최대도시와 제2도시 모두 급식노동자 신규채용자가 절반이나 미달한 셈이다. 심지어 강원도에선 조리실무사 6명을 채용하고자 했으나 6명 전원 미달로 한 명도 채용하지 못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혜정 교육공무직본부 인천지부 부지부장은 “지금 학교 급식실은 학교마다 기간제로 일하는 임시 인력이 2~3명씩 배치된 경우가 다반사며, 그나마도 충원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존 경력자들은 2명분의 몫을 홀로 감당하며 뛰어다닌다. 그러다 보니 산재사고도 늘어나고 있다”며 “어렵사리 버티며 일하는 노동자들은 장기간 고강도 노동을 하다 보니, 어깨가 아프고 잘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대체인력이 없어 병가도 못 낸다”고 열악한 급식실 노동환경을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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