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만성 통증을 극복하는 방법

  • 입력 2023.04.09 18:00
  • 기자명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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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우리는 통증을 느끼면 거의 모든 사람이 이렇게 믿는 것 같습니다. 내 몸 어딘가에 손상이 생겨서 통증이 발생한 것이라고….

하지만 조사에 따르면 실제 요통환자의 90% 이상은 조직손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있습니다. 반대로 검사 시 추간판탈출이나 퇴화 등 추간판에 구조적 이상이 발견되지만 20대는 약 37%, 80대는 무려 98%의 사람들이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고 조사됐습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조직손상이 없는데도 만성적인 통증에 시달리는 것일까요? 우선 만성 통증이란 특정 질환의 치유에 걸리는 시간보다 통증이 오래 이어지는 것으로, 초기 손상이 치유됐다는 가정하에 보통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되는 통증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왜 손상이 치유됐음에도 통증은 지속되는 것일까요? 그것은 통증이 한번 뇌에 각인되면 신경지문이란 흔적을 뇌의 회로로 남기게 되어, 해당 부위에 어떤 자극이 가해지면 습관적으로 통증을 일으켰던 회로를 재가동시켜 몸에 통증이란 경종을 준다는 것이 최근 뇌과학계의 연구결과입니다.

이러한 뇌의 과도한 반응에 대한 치료 없이 진통제에만 의존해 만성 통증을 다스리려는 것은 우리 몸의 치료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노화를 더욱 빨리 진행시킨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만성 통증이 5년 이상 지속되면 뇌 회백질이 5~11% 줄어들고 이로 인해 노화는 10~20년 정도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뇌의 이러한 과민반응에 의한 통증 유발, 즉 만성 통증을 어떻게 하면 잠재울 수 있을까요? 최근 통증에 대한 연구보고서들을 참조해보면, 우선 이런 통증에 대한 원리(통증은 뇌가 만들어 내는 것)를 정확히 이해하고 뇌의 과민반응에 의한 통증을 손상에 의한 통증과 구별해 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구별이 가능해지면 다음으로 만성 통증에 가장 좋은 진통제는 ‘활동적으로 지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움직임을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뇌의 과민반응을 그대로 방치해 만성 통증을 방치할 뿐입니다. 만성 통증은 대부분 진정한 통증이 아니라 과거 손상됐던 부위의 움직임에 뇌가 발하는 일종의 경보성 통증이기 때문입니다.

뇌의 통증 유발이 반드시 해당 부위의 조직손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사고나 수술로 사지의 일부가 절단된 환자의 75% 이상이 이미 잘려 없어진 부위에 통증(이를 ‘환상통’이라 합니다)을 느끼는 것에서 볼 때도 어느 정도 그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아프다고 움직임을 제한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움직이면서 회복을 꾀하는 것이 좋고, 초기손상이 치유될만한 시기가 지나면 손상 부위를 더욱 적극적으로 가동시키는 연습을 통해 그 통증이 만성화로 가는 것을 방지해야 할 것입니다.

뇌는 놀라울 정도로 신경 가소성이 뛰어난 조직입니다. 환경과 경험에 따라 쉽게 변하고 유연하게 적응하며, 끊임없이 재구성되게 되어 있습니다. 한번 각인된 통증 유발 신경지문도 지속적으로 움직이며 괜찮다는 신호를, 몸의 움직임을 통해 뇌로 계속 보내게 되면 뇌가 그런 움직임에 더 이상 통증이란 경보장치를 발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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