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아토피와 온병학(2)

  • 입력 2023.04.02 18:00
  • 기자명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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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온병학은 400여년 전부터 200여년간 주로 중국의 의사들이 코로나와 같은 대규모 전염성 감염병을 관찰하여 진단체계를 세우고 치료방법을 밝힌 임상 한의학 이론입니다. 온병학은 기존의 한의학 임상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진단체계를 만들었는데,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위기영혈(衛氣營血) 진단체계와 이번 칼럼에서 소개할 삼초(三焦) 진단체계입니다.

한의학은 환자의 주관적인 증상 호소나 객관적인 증상을 모두 관찰한 뒤 의사가 종합해 진단을 내린다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감염병 환자가 열이 난다고 합시다. 서양의학의 경우는 체온을 측정하고, 엑스레이나 혈액검사를 통해 염증의 상태를 확인할 뿐 환자의 다양한 증상은 관찰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의학은 체온계나 엑스레이 등이 생기기 이전에 발전했기 때문에 환자의 다양한 증상, 땀의 상태, 갈증의 정도, 수면 상태, 소화기 증상, 춥다거나 덥다는 환자의 호소, 피부의 반점, 두드러기, 물집, 대변과 소변의 상태 등을 주도면밀하게 관찰하였습니다.

의사들은 이렇게 관찰한 증상과 기존의 의학 개념을 바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온병학을 만들어냈습니다. 과거 조류독감,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나 이번 코로나 때에 온병학은 빛을 발했습니다. 홍콩·대만·중국 등 각지에서 중의사들은 온병학 이론을 바탕으로 엑스레이, 혈액검사 등을 참고하여 진단·치료했습니다. 그 결과 위중한 환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한국은 한의사들의 코로나 환자 진단 자체를 차단하여 안타깝게도 치료에 참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이번 칼럼은 온병학의 삼초 진단체계를 소개하겠습니다. 삼초 진단은 쉽게 말하면 우리 몸을 상중하(上中下)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병을 진단하는 것입니다.

상초(上焦)병은 주로 심장과 폐의 증상입니다. 우리가 감기 증상이라고 하는 것들과 발열·오한·콧물·인후통·기침·가래 등이 대부분 상초병에 속합니다. 상초병이 심해지면 각혈이나 정신 불안, 수면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중초(中焦)병은 주로 위와 장 등의 소화기 증상입니다. 구역질·구토·속쓰림·더부룩함 등의 식도와 위 증상이 중초병에 속합니다. 특히 설사나 변비 등 대변의 상태는 전반적인 소화기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중초병 증상입니다.

하초(下焦)병은 주로 간과 신장의 증상입니다. 방광이나 아랫배 증상도 하초병에 포함됩니다. 대·소변으로 출혈이 생기고, 팔다리가 뒤틀리거나 씰룩거립니다. 귀에서 소리가 들리거나 잘 안 들리고, 눈이 나빠지기도 합니다. 귀와 눈은 머리에 있으니 상초병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이미 간과 신장이 나빠져 눈과 귀에 그 영향이 미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보통 감염병 초기에는 상초병이 많습니다. 상초병은 가볍고, 앓는 기간도 짧습니다. 그러나 상초병이 잘 치료되지 않으면 중초병으로, 중초병이 치료되지 않으면 하초병으로 병이 진행됩니다. 중·하초병이 될수록 증상도 상초병에 비해 좀 더 심각하고, 앓는 기간도 길어집니다.

최근 감기나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 환자들을 살펴보면 발열·오한·콧물·인후통·기침·가래 등 상초병 증상만 없어지면 다 나았다고 생각하여 상초병의 증상을 없애려고 감기약을 많이 복약합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의학정보에 따르면 감기에는 약이 없다고 합니다. 우리는 진해거담제·항생제·항히스타민제 등을 감기에 처방받아 먹습니다. 그런데 이 약들은 감기에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약들을 복용할 경우 소아에게는 해로울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감기약을 오랫동안, 반복해서 복용한 환자, 특히 소아 환자들을 보면 콧물, 기침 등은 없어졌는데 새로운 증상, 소화불량이나 변비, 설사, 수면장애, 대·소변 문제들을 호소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온병학의 삼초 진단에 따르면 감염병이 나은 게 아니라, 상초병 증상은 없어지고 중초병이나 하초병으로 감염병이 옮아간 것입니다. 이렇게 중·하초병으로 옮아간 감염병은 만성적인 염증질환으로 자리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점이 바로 아토피의 이해와 치료에 온병학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다음 칼럼에서 온병학과 아토피의 관계에 대해 좀 더 깊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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