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왜 지금 이장을 다시 뽑으려고 하는가?

  • 입력 2023.04.02 18:00
  • 기자명 임은주(경기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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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주(경기 여주)
임은주(경기 여주)

오랜만에 글을 쓰는데 참 힘듭니다.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았는데 가슴이 콩콩거리며 멀미라도 나는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며 손이 떨립니다. 쓰다가 지우고 쓰다가 지우면서 속상함이 폭풍처럼 일어납니다.

우리 동네에는 재작년에 뽑은 이장이 있습니다. 재작년 말에 뽑았고 작년 말에 결산보고 총회를 하였고 올해까지 임기가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저녁 어떤 사람이 마을 방송을 하여 4월 15일에 이장선거를 한다고 합니다. 오늘 아침 마을회관을 갔더니 북내면장 명의의 북내면 공고 제2023-13호라는 이름으로 외룡리 이장선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명단이 붙어있었습니다. 외룡리 이장선출 총회(선거)공고도 같이 붙어 있었습니다.

경기도 여주시 북내면 외룡리, 제가 사는 마을입니다. 하천도 있고 산도 있고 산을 사이로 다랑이 논과 농가들이 있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었습니다. 그런 마을에 비료공장이 생겼고 폐차장이 생겼습니다. 몇 년 전에는 쓰레기 발전소를 짓는다고 해 주민들이 반대를 했는데 그 와중에 야금야금 공사를 진행하였던 SK LNG가스 화력발전소가 공사를 마무리하고 오래도록 쳐놓았던 담벼락을 없애고 거대한 위용을 뽐내고 있습니다.

열병합발전소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쓰레기 발전소도, LNG가스 화력발전소도 우리들의 건강권, 재산권, 환경권 등 삶을 좌우하는 큰 걸림돌입니다. 우리들 삶의 걸림돌을 떠억 얹어 놓으면서도 마을의 전 이장 등은 마을을 위해서 그랬다며 대다수 주민에게는 알리지도 않고 협약서를 체결하였고 마을 주민의 이름으로 발전소 유치 환영의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LNG가스 화력발전소가 세워졌는데 남은 주민들의 삶은 외면하면서 이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마을을 떠날 때 받을 돈만 협상하였습니다.

쓰레기 발전소를 반대하던 주민들의 힘을 모아 4년 전에 남편이 이장이 되었습니다. 이후 외룡리 발전위원회라는 유령단체의 “마을 발전 저해하는 이장은 사퇴하라” 빨간 글씨의 현수막이 북내면 곳곳에 널려졌고 LNG가스 화력발전소에서 철근을 받아다 팔아서 돈을 얻는다, 이장을 잘 못 뽑아 동네 비료공장에서 비료를 안 준다는 등의 각종 설들이 난무했습니다. 바로 앞 집 아저씨가, 초등학교 때의 친구가, 같이 못자리하던 어르신이 현수막을 설치하고 음해를 하면서 이장 활동을 방해했습니다.

급기야 2년 전에는 경찰들이 회관 앞을 지키는 가운데 마을총회를 하였고 새로운 이장이 뽑혔습니다. 저들은 이장이 뽑힌 순간부터 새로운 이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쪽저쪽 돌아다녔고 북내면장은 저들의 서명서에 굴복해 이장 임명을 하지 못했습니다. 면장의 임명을 받지 않았지만 1년반 동안 역할을 꿋꿋하게 해오던 이장을 놓아두고 새로운 이장을 뽑으려고 하는 것은 LNG가스 화력발전소 가동을 앞두고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려면 발전소의 구미에 맞는 이장 등이 필요해서라고 추정됩니다.

글을 쓰면서 몇 년 동안 SK LNG가스 화력발전소 때문에 도로 파느라 포크레인 작업한다고 세운 차들 속에서 부글부글했던 마음, 점점 올라가는 발전소 건물을 보며 느낀 무기력함, 반대하는 주민들의 외침을 소수 의견으로 치부하던 정치인들에 대한 배신감, 이장을 이장이라 인정하지 않는 행정 공무원들에 대한 불신 등이 점점 부풀어 올라 결국 북내면장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이장이 있는데 왜 이장을 지금 뽑으려고 하는가? 선거관리위원들은 어떤 근거로 뽑았냐? 물으니 뭘 모르는 소리 하지 마라, 선관위원 모집 공고는 외룡리 마을회관에 부착하였고 3월 15일 저녁 7시 30분에 방송을 하였다고 합니다. 모르는 소리만 하는 저, 북내면 외룡리 주민 임은주는 잘 몰라서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그동안 임명 안 한 이장을 지금 왜 다시 뽑으려고 합니까?”

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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