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지속가능한 농촌공동체 담보할 청년농어민기본소득

  • 입력 2023.03.26 18:00
  • 기자명 박진숙(전남 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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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숙(전남 곡성)
박진숙(전남 곡성)

농촌 고령화와 청년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불균형을 해소하고자 지자체마다 청년 유입을 위한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들인 예산에 비해 그 성과는 아쉬운 현실이다. 특히나 청년창업농 유입을 위한 억대가 넘는 대규모 지원사업들은 기존 청년농과 유입 청년농들을 경쟁관계 또는 비교 대상으로 만들게 하는 역효과도 있어 심한 갈등을 빚기도 한다.

반면 지역공동체 안에서 청년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자생적 활동들은 상생의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지역 ‘항꾸네협동조합’에서는 사회적농업 지원사업을 매개로 ‘청년자자공(자연자립공생)’이라는 과정을 통해 귀농청년을 돕는 활동을 몇 년째 잘 이어가고 있다. 자자공에 참여한 청년들은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실질적인 농업과 농촌생활을 배울 수 있어 농촌 정착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그들이 살고자 하는 생태전환의 삶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선배 농민들이 있어서 든든한 마음이 크다고 한다. 마을 입장에선 생태적 삶을 지향하는 젊은 청년들이 마을 일에 적극적으로 함께하니 활력과 생태감수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학교생태텃밭정원 수업과 섬진강마을영화제로 함께 만나왔던 자자공 친구들은 토종종자로 생태농사를 지으며 환경운동을 하기도 하고, 마을 풍물패를 만들어 활동하면서 지역의 교육·문화·생태환경에 적극적 참여를 하고 있다.

이렇게 정착을 한 청년들에게도 늘 따라다니는 고민은 휴대전화요금, 교통비, 전기세 등 매달 현금으로 치러야 할 최소한의 생활비 마련이 어렵다는 거다. 지역사회에서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거니와 일자리를 찾았다고 해도 그들이 하고자 하는 생태농사와 병행해서 진행하기는 어려운 구조여서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만 한다고 토로한다. 이들이 지금처럼 마을 안에서 건강한 농사를 짓는 청년농부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은 월 50만원 정도라고 한다.

농촌청년을 응원함과 동시에 농촌생태계의 유지와 농촌공동체의 지속성을 담보할 청년농어민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농어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에서는 오는 4월부터 청년농어민에게 기본소득을 지원하는 사회실험을 시작한다고 한다. 이 실험의 취지는 청년농어민들이 농어업에 자긍심을 갖고 지역을 지키며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지역공동체를 유지함으로써 농어촌의 지속가능성을 발전시키는 노력에 대한 사회적 응원을 모아내는 데 있다고 한다. 또한 농촌과 어촌의 청년들이 땅과 물을 살리는 농어업을 지속하며 생태적 삶의 전환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매월 3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여 ‘농어민기본소득’의 효용성을 검증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한다. 기금은 소셜펀딩을 통한 모금으로 각계각층의 참여를 확산하고 농어민기본소득운동의 지평을 넓혀 국회에 계류중인 ‘농어민기본소득법안’을 포함하여 관련 입법화를 추동한다고 한다.

10명의 청년농어민에게 매월 30만원을 1~3년까지 지원하기로 한 이번 실험은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전국귀농운동본부, 농어민기본소득 강원·충북·경남·전북운동본부 등에서 적극 동참하고 있으며 모금 규모에 따라 농어촌에서 생태적 삶을 실천해나가는 청년들을 추가 발굴하여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2021년 귀농인의 19.4%, 귀어인의 23.7%는 30대 이하의 청년이라고 한다. 청년농어민에게 매월 정기적인 소득이 있다면, 땅과 물을 살리는 농어업을 지속하면서 그들 삶의 전환도 이루어내고 농어촌의 지속가능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작은 힘이나마 청년 농어민의 자립과 생태적 삶을 응원하면서 필자도 청년농어민기본소득 펀딩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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