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날 행사, 진정 흙 살리는 유기농민 축제 돼야”

농협중앙회서 5백여명 모여 ‘제8회 흙의 날' 기념식 개최

“스마트 방식으론 흙 살릴 수 없어 … 친환경 철학 부재”

  • 입력 2023.03.19 18:00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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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흙의 날’ 제정 의미를 다시 새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제8회 흙의 날(매년 3월 11일) 기념식을 개최했다. 올해 흙의 날 주제는 ‘스마트하게 토닥토닥(土.Doc.土.Doc. : 흙 토와 영어 의사 합성, 국민 모두가 흙을 살리는 의사가 되자는 뜻)’이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을 비롯해 농민·학계·업계 등 관계자 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성황리에 행사가 치러졌다. 이날 기념식에 초대를 받아 참석한 신흥선 가톨릭농민회(가농) 회장과 서봉석 가농 사무총장은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흙의 날은 매년 3월 11일로 지난 2015년「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정된 국가기념일이다. 이날 정부와 지자체는 농업의 근간이 되는 흙의 소중함·보전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행사나 사업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농식품부가 주최하고, 농촌진흥청·산림청·농협경제지주·농민신문사·한국토양비료학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흙 가꾸기에 노력한 유공자 20명에 대한 시상과 ‘식량안보시대, 디지털 토양관리가 답이다’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이 주요 일정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0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제8회 흙의 날(매년 3월 11일) 기념식을 개최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0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제8회 흙의 날(매년 3월 11일) 기념식을 개최했다.

그러나 행사엔 정작 그간 흙 살림에 공헌한 이들의 자리가 없고, 내용은 유기농법보다는 ‘디지털·스마트 토양관리, 무토양 스마트 온실’과 같은 기술 중심, 고에너지 투입형 농법에 대한 논의 일색이라 흙의 날을 기념하는 근본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봉석 가농 사무총장은 “스마트한 방식으로는 비료·농약 등을 관리할 순 있어도 흙을 진정으로 살릴 수는 없다. 친환경 농민, 환경농업단체들이 이 행사의 중심이 돼야 하고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축제의 자리가 돼야 한다”면서 “흙은 친환경농업(가농은 이를 생명농업이라고 함)을 실천할 때만 살릴 수 있다. 이들이 말하는 스마트디지털 토양관리는 미사여구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흙을 살리는 근본 원리는 ‘순환과 공생’이다. ‘퇴비-토양 미생물-인간의 소비’ 삼박자가 완전히 순환을 이뤄야 땅이 비로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흙의 날 행사에서 이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

서 사무총장은 “흙을 살리는 일에 평생을 바친 분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이태근 흙살림연구소 소장 등 현장 유기농민들이 많이 있는데도 이들에 대한 소개가 없다. 무엇보다 흙에 대한 철학이 없다”면서 “친환경농업을 육성하기 위한 기념일의 취지와 철학에 맞춰 도심 속에서 형식적으로 하지 말고 친환경 농업 현장을 돌며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황근 장관은 기념사에서 “흙의 날이 흙의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바라며, 급변하는 환경에 맞게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한 토양 관리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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