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겨우내 얼어있던 논갈이에 나선다. 경운기를 부여잡은 여든 농부의 양손에 힘이 들어가고 토양을 갈아엎는 진동과 함께 희뿌연 흙먼지가 일어난다. 그것도 잠시, 산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에 먼지는 사방으로 흩어져 사라지고 농부는 묵묵히 직사각형으로 경지 정리된 한 필지의 논을 바깥에서 안쪽으로 더 작은 직사각형을 그리듯, 폭을 줄여가며 시계방향으로 갈아엎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봄이다. 봄은 들녘에서 온다. 청도의 복숭아밭, 고령의 마늘밭, 함양의 양파밭, 담양의 논과 고창의 너른 들녘까지 성큼 다가온 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 이른 아침부터 해 질 녘까지 묵묵히 제 일에 나서는 농민들의 모습에서 봄을 본다.
만물이 움트기 시작하는 경칩(6일)을 시작으로 7일까지 이틀간 경북 청도에서 전북 고창까지 내륙의 동쪽과 서쪽을 잇는 수많은 지방도로를 지나며 그간 황량하기만 했던 논과 밭에서 일 년 농사를 착실하게 준비하는 농민들의 모습을, 농촌의 분주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경운기로 트랙터로 논밭을 갈고 추운 겨울을 견뎌낸 작물에 비료를 뿌리고 감자를 심는 등 농민들은 언제나 그렇듯 또다시 올 한 해 풍년 농사의 희망을 담아 바람 부는 들녘에 선다. 하여, 농사의 때를 알고 하루하루에 진력하는 농민들의 성정은, 있는 그대로 경외의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