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떠나지 않도록 농업이란 공감대로 소통해요”

인터뷰 l 서인호 청년농업인연합회 회장

  • 입력 2023.03.10 09:38
  • 수정 2023.03.12 21:03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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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농업에 청춘의 뜻을 바친 이들이 있다. 전국 200명에 가까운 청춘들이 머리 맞대 농업을 고민하는 ‘청년농업인연합회’. 고령화·소멸이란 단어로 상징되는 농업·농촌 현실에서도 푸릇한 봄 내음을 뿜어낸다. ‘청춘은 인생의 봄 시절’이라 했던가. 이 봄 청년농민들은 어떤 꽃을 준비할까. 전남 나주에서 배 농사를 짓는 서인호 청년농업인연합회 회장(41)에게 들어봤다. 

 청년농업인연합회(청연)가 창립된 지 이제 6년 차다. 간단히 소개한다면?

서인호 청년농업인연합회 회장
서인호 청년농업인연합회 회장

청연은 비영리단체로 2017년 발족했다. 청년농업인(청년농)을 대변해 농업정책을 제안하고, 개인·단체 간 활발한 소통으로 청년농의 유입을 이끌고 이탈을 막고자 한다. 공동판로 찾기·역량 강화 교육·도농교류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회원 평균 나이는 30대 초중반이고, 20대는 전체 회원의 약 20~30%다. 만43세까지 가입할 수 있고 그 이상은 청연프렌즈로 활동할 수 있다. 최근엔 농업에 정착한 30대가 많이 들어온다. 시골에서 혼자 농사짓는 경우가 많다 보니 소통이 없어 힘들어하는 친구들이다. 정회원은 현재 170~180명이고, 거쳐 간 회원은 700명 정도다. 회원들은 축산·산림·임업부터 하우스·각종 과수·벼농사·특용작물 등 거의 모든 농사를 짓는다.

최근 청연이 집중하는 사안은 무엇인가?

올해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민간위원에 선임됐다. 앞으로 청년농의 목소리를 모아 적극 전달할 생각이다. 특히 올해 농림축산식품부가 후계농 자금 지원을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올리고, 금리도 2%에서 1.5%로 낮추는 등 청년농의 금융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을 시작하는데 이걸 우리가 해냈다. 농식품부가 청연에 자문을 구했고 우리 회원들이 의견을 모아 방안을 냈는데 어느 정도 수용된 것이다. 지난해 가장 큰 성과다. 이 정도만 돼도 회원들은 숨통이 좀 트인다는 평가다. 농식품부에 청년농의 어려움을 전달하고 소통하면서 청년농의 요구를 지속해서 제시하는 것이 우리 역할인 것 같다.

또 현재 농식품부 인가 사단법인을 추진하고 있다. 단체로서 정식으로 인정받고 싶다. 비영리단체다 보니 외부 지원을 받기 어려울 뿐 아니라 여러 활동에도 아직 청연을 모르는 이가 많다. 소통망을 형성한다는 취지로 임의단체로 시작했지만 앞으로 우리 회원들도 정식 인가 단체로서 제도적 혜택을 받으면 좋겠다.

청연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내가 처음 시작한 배 농장은 마을에서 떨어져 있었다. 산속에서 강아지랑 놀고 지나가는 뱀, 날아가는 새 보면서 1~2년 정도 혼자 농사지었다. 농사 자체는 힘들지 않았지만 대화 상대가 없고, 아이디어를 공유할 친구도 없어 답답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청년농들은 어떻게 사나 찾아보다 우연히 청연 발대식 소식을 접했다. 그때가 2017년이다. 대표에게 바로 전화해서 단체에 들어가도 되냐 물었다. 이렇게 외부에서 스스로 찾아온 사람은 제가 처음이라고 하더라.

가보니 농업이란 공감대가 매우 컸다. 전국에서 온 청년들인데, 서로 친구·동생하면서 보자마자 친해졌고 그 분위기가 무척 신선했다. 그렇게 시작해 지난해 회장까지 맡게 됐다.

농민이 된 계기는?

농사는 이제 10년차다. 배 농사를 1,000평 정도 짓고 있다. 어릴 때부터 농사짓는 부모님을 도왔다. 사춘기 때 너무 힘들어 크면 절대 농사는 안 짓겠다 했지만, 어느 순간 운명이려니 싶었다. 부모님 권유대로 농대(원예학 전공)에 들어갔다. 막상 공부하니 재미있었다. 공부는 영 싫었는데, ‘늦공부’가 터진 거다. 내친김에 대학원까지 갔고, 더 배우고 싶어 대만에 가서 공부하고 연구원으로 일하다 서른 두셋쯤 농지은행에서 땅 빌려서 농사를 본격 시작했다.

다양하게 농사짓고 있지만 공통적인 어려움도 있겠다. 회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점은?

청년농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특히 후계농인 경우 부모-자녀 간 세대갈등이다. 상상 이상으로 심하다. 열에 여덟 집은 꼭 싸운다. 갈등이 무척 커서 청년농들이 떠나기도 한다. 다음으론 소외감·고립감이다. 청년농은 대화할 창구가 없다. 특히 창업농의 경우 자신이 일을 안 하면 가족들이 먹고살 수 없으니, 저녁에 맥주 한 잔 하기도 너무 힘들다. 그런 친구들을 끄집어내 소통하고 떠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야 청년농이 지속할 수 있다.

정부도 청년농 육성·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청년농업정책에서 개선돼야 할 점은 무엇일까?

현재 정부가 청년창업농 유입을 위해 많이 지원하고 있지만, 기존 청년농에 대한 정책은 없다. 농사에 정착한 우리도 아직 청년농인데, 어느새 새로 유입되는 청년농과 경쟁 관계·비교 대상이 되고 있다. 계속 이야기해왔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어 아쉽고 소외감도 느낀다.

단계별로 체계를 갖춘 정책이 중요하다고 본다. 입문 단계와 정착 단계로 나눠서 안정 단계에 있는 청년농도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효과는 훨씬 더 클 것이다. 청년창업농 3만명 육성이란 숫자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그들이 이탈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다음으론 농지 문제다. 청년농들은 수도권에서 농지 구하기 어려운 이유로 비싼 땅값도 문제지만 LH(한국토지주택공사)때문이라고 본다. LH가 수도권의 땅을 막대하게 사들이니 농사지을 땅이 없다. 그렇다고 거대한 LH와 싸워 이길 수도 없다. 시골에서는 무분별하게 생겨나는 태양광발전 시설 때문에 농지가 줄고 있다. 시골에선 땅이 있어도 1년 수도작 1필지(1,200평) 농사지으면 수익이 300만~400만원이다. 만약 그 땅에 태양광을 하면 월 200만~300만원을 받는다는 거다. 단순히 수익만 따져도 태양광이 훨씬 더 이익이다. 업체가 다 해주니 관리할 것도 없다. 이 때문에 업자들의 설득에 넘어간다. 자식에게 주거나 팔려던 땅에 태양광이 들어서니 농지가 부족하다. 농지를 구하기 어려운 한 사례다.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땅값 자체가 비싸다는 것이다. 청년창업농을 하려면 대출 조건이 땅을 사야만 하는 것인데 청년농에겐 큰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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