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에서 지역으로 ‘내리꽂는’ 양분관리제, ‘자원순환’ 관점은 제대로 담겼나?

  • 입력 2023.03.03 23:25
  • 수정 2023.03.05 19:05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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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달 28일 소병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및 이학영 국회의원(환경노동위원회) 주최, 경기도농수산진흥원 주관 ‘양분관리제 도입에 관한 정책세미나’가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지난달 28일 소병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및 이학영 국회의원 주최, 경기도농수산진흥원 주관 ‘양분관리제 도입에 관한 정책세미나’가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렸다.

환경부(장관 한화진)가 적정 비료 투입을 위한 ‘양분관리제’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도 이에 사실상 발맞추는 양상이다. 정책 추진과 관련해 농업계, 특히 축산농가의 의견 수렴, 나아가 민·관 간의 치열한 논의가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소병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및 이학영 국회의원(환경노동위원회) 주최, 경기도농수산진흥원 주관 ‘양분관리제 도입에 관한 정책세미나’가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이날 환경부 측이 설명한 양분관리제 추진 명분을 보자. 우선, 우리나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질소·인에 대한 국가 양분 수지가 가장 높은 축이다. 2020년 국내 농경지에 투여된 잉여양분량은 1ha당 질소 수지 230kg(OECD 1위), 1ha당 인 수지 46kg(OECD 2위)이다. 무기질비료(화학비료) 소비량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나 유기질비료 소비량이 대체로 증가추세를 보였다(2020년 기준 유기질비료 사용량은 2010년 대비 107%, 전년 대비 8.4% 증가).

축산농가의 가축분뇨 발생량은 2020년 기준 연간 5,114만톤인데, 축종별로 보면 돼지 40.3%, 한우 32.1%, 닭·오리 16%, 젖소 8.9%이다. 축산농가 자체는 점차 줄어드는 반면, 향후 육류소비 증가로 가축사육 두수, 그리고 이 가축들이 배설하는 분뇨량 또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8년 약 1억8,858만마리였던 가축사육 두수가 2030년 약 2억1,733만마리(약 2,875만마리, 증가 폭 15.2%)로 늘어나리라 진단했다.

처리되는 가축분뇨의 4분의 3(2020년 기준 75.1%)은 퇴·액비 자원화 방식으로 처리된다. 그러나 가축분뇨 발생량은 증가하는 반면 경지면적은 감소하는 추세 속에서, 가축분뇨를 퇴·액비만으로 처리할 시 토양 양분이 과잉되고 수질오염이 가중되리라는 게 환경부의 전망이다.

박판규 환경부 수질수생태과장은 기존 가축분뇨 퇴·액비 자원화 중심 정책과 관련해 “그동안 퇴·액비 자원화 과정에서 일부 부숙되지 않은 퇴·액비 살포에 따른 악취 발생으로 경종농가가 퇴·액비 사용을 기피했던 문제, 가축분뇨 전자인계관리시스템이 돼지분뇨·액비 중심으로 마련돼 퇴비 생산량과 유통 경로 확인이 어려웠던 문제도 상존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배경으로 추진하는 양분관리제의 기본 방향은 어떠할까. 환경부는 지역 환경용량을 고려해 농경지에 투입되는 각종 양분을 관리함으로써 환경을 보호하고, 기존 퇴·액비 중심 가축분뇨 처리방식을 탈피해 ‘지역단위 양분관리’에 기반한 가축분뇨 양분삭감 방식 다양화(가축분뇨 자원화, 에너지화, 경축순환 등)를 추진코자 한다. 또한 바이오가스를 비롯한 바이오에너지 생산, 탄소저감형 토양개량제 ‘바이오차’ 제조 등 ‘탄소중립’을 위해 가축분뇨 처리방식을 다변화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박 과장은 “양분관리제 추진을 위해 ‘국가 가축분뇨 종합관리계획’의 법정화, ‘가축분뇨관리 기본계획’에 양분관리계획을 포함하는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경석 농식품부 축산환경자원과장은 “축산악취가 전체 악취 민원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등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 한편 세계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을 표방하며 2030년까지 농·축산 분야 온실가스 발생량을 2018년 대비 약 22.6%(이 중 축산 분야 감축량이 56.1%) 감축하려는 가운데, 환경친화적 축산업으로의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정 과장은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증가와 관련해 “일부 부족한 분들 때문에 악취가 나거나 부숙이 덜 된 퇴·액비가 너무 많이 살포되는 등의 문제로 부정적 외부효과가 발생한다. 지역 주민들로선 참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 최근 “국민과 함께하지 않으면 축산업은 지속될 수 없다”고 발언한 것의 연장선이었다.

농식품부는 향후 데이터·첨단기술 기반 지역단위 축산환경 관리체계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 과장은 “지난해 5~9월 진행한 ‘축산환경실태조사’ 내용을 기반으로 지역별 여건에 맞는 경축순환 활성화 방안, 가축분뇨 활용 방안을 찾겠다. 이 방안들을 포함한 시·군별 축산환경 개선계획을 수립하겠다”고 한 뒤, 환경부와 마찬가지로 △바이오가스·고체연료 확대를 통한 에너지형 경축순환 활성화 △잉여 퇴·액비 등 유기성 폐자원의 비(非)농업계 활용(예컨대 유기성 폐자원으로 만든 고체연료를 현대제철·한국전력 등 신규 수요처에 공급해 연료로 활용) 확대 방안을 내걸었다.

정 과장은 이와 함께 “최근 정밀농업 확대 추세 속에서, 농식품부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가축에게 어느 정도의 사료만 먹이면 될지 정밀하게 연구해 ‘정밀사양 사료’를 공급함과 함께, 저단백·저메탄 사료 보급이 늘어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충남 홍성의 이도헌 성우농장 대표는 정부 측 발표에 대해 “물론 축산농가도 노력해야 하지만, 양분관리 문제 해결을 위해 제일 먼저 할 일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물질의 최소화’다. 식량자급률은 강화하면서 화학비료·유박비료 도입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순환경제’의 관점에서 양분관리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한 뒤 “정부의 목적이 ‘폐기물 처리’인지, ‘순환경제 실현’인지부터 묻고 싶다. 순환경제를 추구한다면 그동안 국가 차원에서 추진해 온 ‘탑다운(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하향식 정책실현)’ 방식보단 각 지역이 지역 특성에 맞게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최대한 지자체가 지역 내 단체에 권한을 주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 정부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바이오가스 생산확대’를 표방하는 가운데, 국회에서도 여야 의원이 함께「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 생산 및 이용 촉진법」을 발의하는 등, 가축분뇨 처리 대안으로 ‘바이오가스 생산’을 밀어붙이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 대표는 바이오가스 생산확대를 양분관리제의 주요 대안으로 내미는 정부 측에 “바이오가스화를 한다 해도 질소·인 감축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가축분뇨 에너지화를 통한 바이오가스 생산만으로 (양분 관리 관련)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명백히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한한돈협회는 양분관리제를 올바로 적용하려면 현재 우리나라의 토양 양분현황을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기존처럼 토양분석 없이 작물 경작현황 대비 사육두수만으로 계산해 낸 추정치에 기반한 정책을 실행할 시 현장과의 괴리에 따른 혼란이 가중되므로, 지역단위 토양 양분분석을 통해 양분 부족·과잉지역을 구분한 ‘지역단위 양분관리제’를 적용하고, 양분 과다지역에서 부족지역으로 양분을 이동시키는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한돈협회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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