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숨통 트이는 소식은 언제쯤?

  • 입력 2023.03.05 18:00
  • 수정 2023.03.05 18:07
  • 기자명 김승애(전남 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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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애(전남 담양)
김승애(전남 담양)

경칩이다. 좀 더 부지런한 개구리들은 벌써 잠에서 깨어 하우스 안을 뛰어다니며 주인을 놀리고 있다. 흙에서도 봄의 기운이 느껴지고 농사 준비로 몸은 바쁘지만 마음은 봄날 같지 않다. 처음 친환경 인삼농사로 시작했기에 하우스 여섯 동이 비가림이다. 작목을 바꾸다보니 3중하우스가 아니면 한 작기밖에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 보강을 하자니 자재값, 인건비가 너무 올라서 한 동에 1,000만원 가까운 예산이 든다니 엄두가 안 난다. 그래도 조금 앞당겨 심어 두 작기에 도전하느라 요즘은 잘 하지 않는 터널을 만들었더니 매일 조마조마하고 몸도 마음도 바쁘다. 이렇게 부지런을 떨어도 우리집 유기농 농산물이 올해는 완판할 수 있을까, 제값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으로 머리가 무겁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윤석열정부의 농민정책은 더욱 더 우리 농민들을 궁지로 내몰고 있고 앞뒤가 안 맞는 정책을 던지고 있기에 한시도 안녕할 수 없는 우리 농민들이 아닌가!

2023년은 물가폭등, 경기침체, 고금리 등으로 총체적인 수난이 예상되는 해라고 한다. 새해 벽두부터 농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란과 양파를 수입하질 않나, 친환경을 확대해야 한다고 해 놓고 주요 판로인 친환경농산물 임산부꾸러미나 초등학교 간식사업 예산은 전부 삭감하는 정부다. 또한 식생활이 변화하여 쌀 소비가 줄어 쌀이 남아돈다면서 한 해에 40만톤씩 쌀을 수입하는 것은 무엇이고, 밥맛이 좋아 소비자들이 좋아한다는 신동진 쌀인데 정부가 정한 상한선(10a당 570kg)보다 수확량이 많다고 퇴출하겠다는 발상은 뭘까? 밥맛이 좋아 쌀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 두려운 건가?

정부는 농자재값 폭등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의 한숨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인지, 아니 오히려 농민더러 경쟁이 안되는 사람은 얼른 포기하라는 것인지 안정적인 가격보장 대책은 없고 개방농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시장경쟁 논리로 농업을 바라보며, 농민들을 농지에서 내쫓고 그 자리에 대규모 스마트팜 지원으로 대기업의 농업진출의 길을 열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다.

자본주의의 선두주자 미국조차 농업을 중요시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 미국 농무부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을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해 31억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4조486억원의 농가부채 탕감을 시작했다는 소식은 솔직히 충격적이다. 미국 농무부의 농가부채 탕감 이유는 “더 빈번하고 더 강력한, 기후·전염병에 의한 시장 혼란으로 큰 타격을 입은 농민에게 이러한 지원은 농촌 지역 사회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복지에 필수적인 식량의 계속 생산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라는 것이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로 생산량이 감소하고 생산비는 3배 이상 폭등하는 등 늘 폭탄을 안고 사는 우리 한국 농민들에게 너무도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스위스는 농민들의 평균 농업소득이 9,700만원 정도이며 그중 70%가 국가에서 주는 다양한 보조금이라고 한다. 이렇게 미국의 농가부채 탕감 소식이나 유럽의 농민정책은 농업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언제 닥칠지 모르는 식량위기에 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정부는 이해하지도 못할 뿐 아니라 농업 지속성을 위해 노력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혹시 다른 나라의 호구로서 농업을 바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

세상은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 다른 산업과 달리 식량산업은 미리 준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말로만 생명산업이니 국가의 근본이니 치켜세우고 홍보만 하지 말고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 진짜로 농업·농촌·농민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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