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커지는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산재 해결’ 촉구 목소리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산업재해 문제 해법 모색 위한 토론회 열려
급식서 튀김·볶음 등 조리 시 발암물질 발생 식단 줄일 필요성 제기

  • 입력 2023.03.01 00:16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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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해 11월 30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노동자들이 ‘급식실 폐암산재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국회 둘레 오체투지’ 행진을 영하 2℃의 혹한 속에서 감행했다. 급식노동자들은 올해도 급식실 폐암산재 대책 마련을 위해 분투하고자 한다.
지난해 11월 30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노동자들이 ‘급식실 폐암산재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국회 둘레 오체투지’ 행진을 영하 2℃의 혹한 속에서 감행했다. 급식노동자들은 올해도 급식실 폐암산재 대책 마련을 위해 분투하고자 한다.

개학이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학교 급식노동자들이 겪어온 폐암 등의 산업재해를 올해에야말로 끝장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7일 국회 제2세미나실에서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본부장 이윤희),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위원장 박미향, 학비노조) 및 강득구·강민정·김민석·도종환·문정복 국회의원, 국회의원 연구단체 ‘약자의 눈’ 공동주최로 ‘학교 급식종사자의 폐암 산업재해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오는 15일 교육부가 학교 급식노동자 대상 저선량 폐 CT 검진 최종집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급식노동자들은 급식실 산재 문제의 공론화에 박차를 가하고자 이날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류지아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급식실에서 튀김·볶음류 조리 시 발생하는 유해물질 ‘조리흄(Cooking fume)’에 급식조리사가 노출됨에 따른 폐 기능 저하, 폐암 등 폐질환 발생 위험 증가 문제 및 신장 기능 저하 위험성 등을 언급했다.

류 교수는 “전체 학교 급식실 조리사 1만명 중 정규직은 15%인 1,500여명, 조리실무사 5만명 중 정규직은 0.3%인 약 150명으로, 급식노동자의 절대다수가 중장년·비정규직 여성이다. 급식노동자가 챙겨야 하는 인원은 많건만 인력이 부족해 휴가·병가 사용은 극도로 어렵다”며 “대다수 급식실은 제대로 된 환기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데다, 심지어 급식실이 주차장 바로 옆에 있어 차량 매연 때문에 환기를 못 하는 등 부적절한 장소에 급식실이 조성됨에 따른 노동자의 애로사항도 많다”고 지적했다.

대안과 관련해, 류 교수는 “현재 대부분의 급식실 내 배기장치는 상방형 후드(캐노피형 후드. 이 구조하에선 아래쪽에서 위쪽의 후드 방향으로 흘러가던 조리흄이 노동자의 호흡기로 들어가게 된다)인데, 측방형 후드(옆쪽으로 빠지는 후드)를 설치해 조리원의 호흡기 영역에 유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후드 설치 시) 최저가 입찰방식을 벗어나 적절한 가이드를 따라 제대로 설치되도록 적용해야 한다”고 한 뒤 “근본적으론 학교급식 영역에서의 식단 개선도 절실하다. 현재 급식 식단의 다수인 튀김·볶음·구이 등을 줄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학생·학부모 등 사회구성원과 타협하며 적절한 이해를 구하는 과정, 그리고 식단 개선 캠페인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인상 국회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장은 학교 급식노동자 산재 해결을 위해 제도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들을 지적했다. 한 팀장은 특히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상 ‘사업주’로서 학교 급식노동자의 안전·보건 관련 예방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시·도 교육청이 △산업재해 발생 기록·보고 △안전보건관리규정 비치 및 법령 게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 및 실질적인 활동 △노동자 건강진단 △노동과정의 위험성 평가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등의 의무 이행·준수 상황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팀장은 이와 함께 △냉·온방 시설과 충분한 공간의 휴게시설 설치 △작업대를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것으로 전면 교체 △고강도의 노동을 일정 시간 동안 쉴새 없이 해야 하는 노동자에게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차례의 휴식시간이 의무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 체계 마련 등 학교 급식실의 전체적인 작업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미경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노동안전위원장은 2021년 경기도 내 8개 학교 급식실의 후드 및 공기 질 점검 결과를 언급했다. 당시 점검한 8개의 급식실은 전부 상방형 후드였으며, 산안법상 후드 제어풍속 기준인 1.0~1.2m/s를 충족하는 급식실은 한 곳도 없었다. 따라서 제대로 된 환기가 불가능했다. 이 중 2개 학교 급식실엔 작동이 전혀 안 되는 후드가 있었다.

김 위원장은 △「학교보건법」에 의해 실시하는 실내 공기 질 측정이 급식실에서도 반드시 실시되도록 강제 △급식실에 오븐 등 흡기·배기가 포함된 조리기구 배치로 조리흄에 노출되지 않는 환경 조성 △폐 CT 촬영 정례화로 노동자 건강 이상 조기 진단, 검진 결과 이상이 있을 시 2차 검진 및 보상대책 마련 △튀김·부침 등 조리흄 대량 발생 식단을 주 1~2회 제공으로 제한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고지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 노동안전위원장은 인력배치 문제 해결과 관련해 코로나19, 특히 오미크론 변이 창궐 기간의 학교 급식실 상황을 언급했다. 고 위원장은 “당시 급식실엔 대체인력 수요가 폭증했건만 인력이 부족해 노동자들은 아파도 병가도 못 쓴 채 고강도 노동을 진행했다. 노동조합 카카오톡으로, 당근마켓으로 대체인력을 구하는 동안 경기도교육청과 학교는 한가하게 ‘급식실은 잘 돌아간다’는 등의 무책임한 말을 쏟아냈다”고 비판했다. 학비노조와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학교급식법」 개정을 통해 학교급식 종사자 배치기준을 법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참석한 정순채 교육부 교육안전정책과 사무관은 “3월 15일 학교 급식종사자 폐암 건강검진 집계와 결과분석을 통해 고용노동부, 시·도 교육청과 협력해 후속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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