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A. 곧 경칩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경칩은 3월 6일. 봄은 이미 동지엔 하늘, 입춘엔 땅에 도착했지만 동·식물에겐 경칩이 돼야 비로소 도착합니다. 봄은커녕 아직 차가운 날씨에 옷차림에 고민이 많은 때지만 사실 경칩은 봄이 눈에 띄게 도약하는 절기입니다. 한자로 놀랄 경(驚)에 숨을 칩(蟄)을 쓰는 경칩엔 땅속에 숨어 겨울을 난 개구리와 벌레들이 깜짝 놀라 깨어나며 오행의 목(木)기운이 일 년 중 가장 왕성합니다.
목기운은 싹이 땅을 뚫고 나와 뻗어나가는 기운인데요, 그래서 마음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바빠집니다. 이때쯤이면 주변에서는 한바탕 연애 바람도 분답니다. 경칩의 왕성한 생기가 평소 자꾸 눈이 가고 마음이 쓰이던 누군가에게 그간 감춰뒀던 마음을 드러냅니다. 사랑의 징표로 은행을 선물로 주고받거나 몰래 나눠 먹는 풍습도 있었다고 해요.
일 년 농사를 어떻게 지을지 몸을 슬슬 움직여보는 절기이지만, 아직 밭으로 나가기엔 이른 때. 옛 농부들은 그래서 이때 곧 시작될 농번기를 대비해 추위로 상한 집을 정비하고 고로쇠 수액을 마시며 몸을 보양했다고 합니다. 경칩에 마시는 달달한 고로쇠 수액은 위장병과 속병을 예방하는 명약입니다.
기후변화로 언젠간 24절기가 새로 쓰일 날이 올 수도 있지만 아직까진 절기를 속일 수 없다는 옛말이 유효합니다. 마음이 움트는 새싹처럼 꿈틀대는 이때, 마음의 분주함은 내려놓고 한두 가지만 꾸준히 집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자료 출처 : 김동철·송혜경, <절기서당>(북드라망, 2014)